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도발을 정의한 표현이 참 마음에 든다. 그렇다. 보복이 아닌 도전인 것이다. 반일하는 한국정부에 대한 경제적인 보복이 아닌 성장하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도전인 것이다.

여기에 쓸까 하다가 다른 블로그에 올린 글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과거와 다르다. 일본에 주눅들어 지내던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전혀 다른 세대의 전혀 다른 저항 아닌 싸움이다. 이전 세대들이야 미국의 지위까지 넘보던 세계적인 경제대국 일본을 기억한다. 우리는 겨우 가난을 벗어나려 하는데 일본은 벌써 저만치 앞서 아예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과격했던 것이었다. 싫은 것이 아니었다. 미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무서운 것이었다. 그래서 사납게 으르렁거렸던 것이었다. 일장기를 불태우고 자기 배를 가르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일본이 쳐들어와 한국을 집어삼킬지 모른다. 한국을 자기 식민지로 만들지 모른다. 그래서 거의 발악하듯 일본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지만 한 편으로 한참 우위에 있던 일본의 기술과 문화에 대한 동경은 암암리에 그것들을 향유하게끔 만들었다. 아예 일본의 문화와 제품들을 사용한다는 자체만으로 다른 이들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는 경우마저 있었다. 당연한 것이 일본의 것들을 누리려면 상당한 비용과 수고가 들어가야 했으니까. 일본 학용품을 쓰고, 일본 음악을 듣고, 일본의 옷을 입고. 그래서 한 편으로 그런 일본을 거부하고자 악착같이 일본에 반대해야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2천년대 초까지의 이야기이고 이제는 더이상 일본에서 뭐한다고 거리로 쏟아져나와 난리치는 경우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이 좋아서? 아니면 일본의 주장을 인정해서? 당시 일본이 한국인들의 반일시위에 무심했던 것과 비슷한 이유라 보면 된다. 이제는 오히려 일본에서 혐한시위를 하고 한국에서는 그냥 무심하게 일본을 대하고 일본의 상품과 문화를 소비한다. 혐한류라는 만화가 크게 이슈가 되었던 것이 불과 십 수 년 전일 텐데 이제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자신감이다. 이제는 일본이 어쩌든 우리가 그리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현실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자라온 세대들이 있다. 일본을 아예 자기집 안방처럼, 그것도 싼 맛에 찾아 즐기는 이들이다. 그런 세대들에게 지금의 불매운동은 반일도 무엇도 아닌 그냥 괘씸하다 여기는 대상에 대한 거부이고 응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이나 일본이나 이제 그들에게는 전혀 다르게 여겨지지 않는다.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일본의 제품을 사지 않겠다. 일본으로도 여행을 가지 않겠다. 예전처럼 일본의 제품들이 너무 좋아서 대체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불매를 하고 싶어도 일상에 쓰이는 일본제품이 그다지 많지 않아 결국 유니클로나 자동차 등 특정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매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한국인들에게 일본이란 고작 그런 정도 위치이고 그런 정도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납게 외치지 않는다. 모여서 안타깝게 부르짖지도 않는다. 그냥 자신의 감정과 이성이 시키는대로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줄 뿐이다. 나는 일본이 싫고, 일본 정부가 싫다. 그래서 행동으로 그것을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은 반일이 아닌 것이다. 당연히 혐일도 아니다. 아마 그 가운데 대부분은 여전히 일본 문화를 즐기고, 일본 음식을 즐기며, 일본사람들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굳이 일본 전체를 반대하거나 거스르는 것이 아닌 일본 정부의 잘못된 행동에 반발해서 솔직한 자신의 거부감을 드러낸다. 그런 세대들에게 어울리는 표현이란 과연 보복일까? 도발일가? 아니면 도전일까? 오히려 일본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며 우리는 지금의 위기 또한 극복해서 한 걸음 더 나가게 될 것이다. 이보다 더 지금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는 말이 어디 있을까?

일본이 오판한 이유다. 한국 보수가 오판한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일본에 주눅들어 지내던 한국인만을 떠올렸다. 어차피 어찌할 수 없음을 알기에 그저 보이는 말과 행동만 과격했던 비루한 모습들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같을 것이다. 조금 겁주고 조금 얼러주면 알아서 금새 굽히고 들어올 것이다. 한국인들은 결코 일본의 제품을 거부할 수 없다. 일본제 제품들의 현재 한국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보라. 현실을 모르는 것은 과연 누구였을까?

불매운동은 결코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말에 떠올리는 감정은 당연히 '감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대상에게 모욕당하면 당연히 되갚아주지 않으면 안된다. 유니클로가 큰 일을 했다. 제대로 그렇지 않아도 일본정부의 행동에 분노해 있던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버렸다. 그것도 유니클로의 주고객이던 젊은 층의 감정을 건드려 버렸다. 이제까지와 다르다는 것이다. 뿌듯한 감정마저 느끼는 이유다. 한국이 벌써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는가.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진정 과거사의 청산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을 거스르는 것도 아닌, 그에 대한 보복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닌, 점점 더 강해지는 우리를 질투하여 일본이 도전하며 도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째야 하겠는가. 어느때보다 국민들의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높다. 한일관계를 새롭게 써나가는 기점이다. 그렇게 되도록 만든다. 반드시 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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