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 마디로 대선이란 신입사원 선발이 아닌 경력직 채용의 성격을 갖는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재능이나 가능성이 아닌 이미 충분히 검증된 실력과 경력을 찾는다. 후보경선이라고 다르지 않다. 각자 자기당 안에서 대통령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서 후보로 앞세운다. 그러니까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 왔는가도 중요하다. 그래서 묻는다. 정치인 이낙연은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해왔는가.

 

국무총리시절 아무리 책임총리라지만 모든 책임과 권한은 오로지 대통령에게 있었다. 국무총리로서 무엇을 제안하고 어떤 정책들을 실제 추진하고 시행했든 그 방향을 설정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역시 오로지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대통령이란 크고 두꺼운 그늘과 방패 아래서 그저 실무만 수행한 정도는 대통령이란 거대한 책임을 떠맡기에 충분한 경험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에 비하면  180석 압도적 과반여당의 대표란 자리는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 어쩌면 대통령보다 더 큰 권한과 책임이 주어진 주체일 것이다. 과연 거의 대부분 법안들을 주도하여 처리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주어졌을 때 그는 어떤 의미있는 행동들을 보여주고 있었는가.

 

이낙연이 네거티브에만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이낙연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할 이유보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만 경선내내 떠들고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면 굳이 이낙연이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추미애도 있고, 김두관도 있고, 마음에는 안 들지만 박용진도 있을 텐데. 그러나 없으니까. 180석 여당의 대표이던 시절에도 정작 해 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신이란 것이다. 이제와서 무언가를 해보겠다 말한다고 설득력이 있을 리 없다. 비유하자면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려 면접을 보는데 계약직 내내 일은 않고 놀기만 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면 열심히 하겠다 다짐하는 경우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계약직일 때 놀기만 하던 직원이 정규직이 되면 과연 말처럼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인가.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기대를 가지기에 그동안 보여 준 것들이 너무 형편없다.

 

그래서 망한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은 압도적인 열세에서도 차근차근 따라잡아 마침내 역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었고. 성남시장 시절은 물론 한 단계 올라선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이재명은 자신만의 발빠른 행정력을 당원과 지지자들만이 아닌 전국민들에 확인시킨 바 있었다.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호감이 가지 않는데 그 실력만큼은 믿을 만하다. 이재명의 인격이나 도덕성에 대한 공격이 크게 먹히지 않는 이유다. 어차피 지금 대선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대부분이 인격이나 도덕성에서 고만고만한 수준이라면 이미 보여 준 것이 있는 후보를 선택하겠다. 윤석열이라도 잘하고 있으면 윤석열에게라도 지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윤석열이 알아서 제 무덤을 파고 들어가는 이상 지금으로서 이재명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래서 이낙연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할 이유를 이낙연 스스로 말해 보라는 것이다.

 

일 할 수 있도록 해달라.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그러니까 그러면 왜 180석 여당의 대표이던 시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180석 여당의 대표로써 어쩌면 대통령 이상의 책임과 권한을 가지게 되었을 때 어째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인가. 그런데도 이제 와서 대통령 되게 해달라. 대통령 되면 다 하겠다는 박근혜와 뭐가 다를까? 이재명보다 비호감도도 더 높은 주제에 자기가 후보가 되면 그쪽 지지자들도 모두 자기에게 투표할 것이다. 무슨 자신감일까?

 

뭐라도 아무거라도 하나 자기가 당대표 시절 자신의 의지로 이루어낸 성과들을 들려달라는 것이다. 일단 그것부터 듣고 판단하겠다. 하지만 유일한 치적이랄만한 공수처마저 이낙연이 뭉갠 덕분에 지나치게 늦게 통과되고 말았다. 공수처장의 추천 역시 지지자들의 기대와 다르게 결론났다. 지금 자기가 하겠다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과 사법개혁은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그런데도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면 뻔뻔한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그런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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