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개인의 기본권이란 절대 침해할 수 없는 어떤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개인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 역시 절대 침해해서는 안되는 어떤 것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당장 수사드라마를 보더라도 수사에 필요하면 통신사에 요청해서 개인의 통화내역을 열람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금융권에 요청해서 개인의 금융거래내역도 확보해서 열람할 수 있다. 물론 일정한 요건과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 판단할 경우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고 통신사나 금융사는 개인의 정보를 수사당국에 제공해야만 한다. 과연 이런 것들까지 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라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당장 편의점에서 술이나 담배를 사려 해도 종업원이 요청하면 중요한 개인정보가 담긴 신분증을 제출해야 한다. 조금 큰 회사를 방문하려면 안내데스크에서 방문등록된 것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도 신분증제출은 의무화되어 있다. 물론 신분증을 제출하지 않는다고 처벌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단지 술담배를 사지 못하고 해당 기업에서 업무를 보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개인의 중대한 정보를 노출할 수 있으니 그런 것도 금지해야 하는 것일까?


딱 적당한 비유다. 편의점에서 신분증제출을 요구해도, 건물 안내데스크에서 신분증을 요구했어도 그러나 정작 그 신분증의 내용을 복사하거나 혹은 신분증 자체를 보관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만일 그런 경우가 있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도 된다. 비슷한 것이다. 술담배를 팔기 위해서 손님의 신분증 가운데 생년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지만 정보 그 자체를 저장하지도 보관하지도 않는다. 당연히 신분증을 확인한다고 그 사람이 어디 살고 무슨 이유로 술담배를 사러 왔는가까지 알려 하지도 않고 알려줄 필요도 없다. 성인사이트로의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개인의 통신정보 일부를 프로그램으로 필터링하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정부를 따로 저장하거나 외부로 유출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그렇게 개인정보가 소중하다면 어째서 편의점에서는 신분증을 제출하는 것인가? 통신사에는 어째서 통화내역이며 통신내역을 남겨두고 있는가 항의하지 않는 것인가? 통화내역이며 통신내역이 지금 문제삼고 있는 https 차단을 통해 감청당하고 검열당한다 주장하는 정보의 전부라 해도 좋은 것이다. 바로 법익의 균형성이라 한다. 법익의 비례성이라 말하기도 한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개인의 권리가 사회의 공익과 충돌할 때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할 경우가 있다는 것을. 


경찰비례의 원칙, 혹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이루는 네 가지 요소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다. 과연 성인사이트를 차단하는 행위가 옳은가는 목적의 정당성을, 그 방법으로 https차단이 옳았는가는 수단의 적합성을, 그로 인해 침해되는 개인의 권리에 대해서는 침해의 최소성을, 그러나 그럼에도 개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가 공익과 비례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법익의 균형성이다. 과연 해외 성인사이트를 정부가 임의로 차단하는 것이 옳은가? 불법이니까. 한국에서 포르노는 불법이다. 하물며 리벤지포르노나 몰카 동영상은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다. 그렇다면 그것을 금지하기 위해 https를 차단하는 수단 자체는 옳은 것인가. 그런데 https를 차단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확실히 또 하나 드는 의문이다. 암호화되었다고 https를 http와 달리 정부가 차단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http와 https에 서로 전혀 다른 정보가 담겨 있는 것도 아닌데 그동안 http를 차단했을 때는 가만 있다가 https를 차단했다며 난리다. 암호화되었다는 것이 그 내용을 절대 들여다봐서는 안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설사 개인의 정보가 암호화되어 있어도 필요하다면 정부든 개인이든 얼마든지 들여다 볼 수 있다. 다만 말했듯 필요한 절차와 요건을 갖추었을 때다. 그만한 중대한 필요성이 인정되는가. 그래서 다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으로 돌아간다. 과연 개인의 권리를 얼마나 침해했는가. 얼마나 개인의 정보를 열람하고 감시했는가. 그러나 말했다. 통신정보 가운데 자신이 접속하고자 하는 사이트 정보만을 프로그램을 통해 필터링으로 거르는 수준이라고. 편의점에서 신분증 제출을 요구하고 안내데스크에서 신분증을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그것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가.


그래서 또 말한다. 이보다 더 나갈 수 있다. 지금은 이런 정도지만 앞으로 더 큰 더 중대한 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 하긴 그러니까 성창호 판사의 판결도 가능했던 것이다. '라면' 세 개면 아무라도 붙잡아 반역혐의로 감옥에 쳐넣을 수 있다. 편의점에서 신분증 제출할 때는 그런 걱정이 들지 않던가. 안내데스크에서 안내사원이 신분을 확인하는 순간 주민등록번호를 외워서 어디 성인사이트에라도 가입하지 않을까? 자기 주민등록번호로 부정한 곳에 쓰지는 않을까? 그러면 절대 신분증을 편의점 종업원이든 안내원이든 건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물론 과거 그런 일들이 적지 않았다. 정부기관에서 개인의 통화내역이나 금융거래내역 등을 정당한 절차 없이 임의로 확보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었다. 일부는 관계기관에 속한 개인들의 개인적 목적을 위해 쓰이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아예 그런 정보들을 남기는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그것들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 혹은 개인의 목적을 위해 그런 정보들을 임의로 정당한 절차 없이 활용한 정권과 개인을 비난하는 것이지 그런 제도 자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실제 그러고자 시도했다는 최소한의 증거도 제시된 바 없는데 단지 가능성만으로 확대해서 그를 비난한다. 목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비난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가.


그러고보면 과거 광우병 사태의 복사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광우병에 대한 복수를 했다. 그때도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한 발 물러서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사실과 그를 근거로 한 비약과 확대해석이 공포를 키우고 있었다. 전혀 사실과 상관없는 선동이 진실처럼 퍼져나가고 있었다. 다만 차이라면 이 경우는 아직 한국사회 일반이 강하게 거부하는 성인사이트와 관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크게 사건을 키운다. 성인사이트를 차단하면 개인의 권리와 정보는 더 크게 침해당할 것이다. 그러면 그리 걱정하는 자유한국당에 정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발악이라도 하던가.


개인정보가 다 같은 개인정보가 아니다. 개인정보에도 준위가 있다. 그래서 법익의 비례성이 성립한다. 어디까지 개인정보를 노출해도 좋은가. 어디까지 개인정보를 확보해도 괜찮은 것인가. 공익의 목적과 개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의 균형점을 잡는다. 무엇보다 그럼에도 그렇게 정책에 사용한 정보를 정당한 절차 없이 누군가 볼 수 없도록 엄격하게 법제화 제도화한다. 그것은 이미 이루어져 있다. 통화내역도 통신내역도 금융거래내역도 모두 열람이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한국사회에서 개인정보는 고도로 지켜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개인정보보호다.


전형적인 선동정보다. 사실과 진실을 교묘하게 섞은 뒤 비약과 과장을 통해 대중의 공포를 자극한다. 적당히 대중의 정의감과 도덕적 허영심도 흔들어 준다. 정의의 투사가 된다. 하지만 실상 알고 보면 그냥 그렇게 떠들고 노는 것이 좋을 뿐이다. 야동도 단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빌미가 필요했고 핑계가 주어졌다. 그러므로 정부는 악이다. 정부의 정책은 악이다. 자신은 악을 응징하는 투사다. 더 크게 퍼져나간다. 그냥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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