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술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농사에 필요한 노동력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었다. 간단히 100명이 할 일을 이제는 10명이서도 거뜬히 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졸지에 일을 할 수 없게 된 90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자동교환기가 발명되며 교환수라는 직업이 사라졌다. 아마 교환수라는 말 자체를 처음 듣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 인쇄의 발달은 식자공이라는 직업 자체를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 버렸다. 하긴 이제는 사진관도 거의 없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기존의 필름회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업종을 바꾸거나 아예 사업을 접어야 했었다. 그나마 디지털 카메라도 핸드폰에 내장된 이른바 폰카의 발달로 차별화된 고급라인만 겨우 남은 상태다. 한때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MP3메이커 가운데 지금 남아있는 것이 몇이나 되겠는가?


바로 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 더이상 회사에서 주판을 튕겨 계산해가며 서류를 작성하지 않는다. 직접 자를 대고 표를 그려가며 문서를 만들지도 않는다. 당시는 그런 것들도 회사일을 하려면 필요한 능력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지금 회사일을 하려 하면 당장 컴퓨터부터 쓸 줄 알아야 한다. 워드를 쓸 줄 알고 엑셀을 다룰 줄 알고 파워포인트에 해박해야 한다. 그렇다고 주산과 도표를 그리는 능력이 사장되었으니 안타깝다 말해야 하겠는가. 그런 기술을 보존하기 위해 컴퓨터의 도입을 늦춰야 한다 주장하겠는가.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요즘이다.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며 처치곤란이 된 쓰레기들 때문에 온통 사회가 시끄러웠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이다. 해산물을 사먹으려면 당장 미세플라스틱을 걱정해야 한다. 그래서 차츰 플라스틱을 줄이려 배달업체에까지 자율협약으로 일회용품을 쓰지 못하도록 권고하려 한다. 장기적으로 아예 사회에서 일회용품을 최소한만 남기고 퇴출시키려 한다. 그런데 나오는 말, 그러면 플라스틱 업체들은? 관련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그렇다고 세계가 환경보호를 위해 나가는데 자영업자들 살리자고 우리만 거꾸로 갈까? 결국 국제적인 규제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규제는 무역장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뭘 어쩌자는 것인가?


원자력이 사양산업이라는 것은 우리를 제치고 터키에서 영국에서 원전건설계약을 따낸 일본 업체들이 결국 계약 자체를 포기하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테지만 그것이 원전은 아닐 것이다. 더 많은 더 다양한 더 효율적인 다양한 대안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우리만 멈춰 있다. 지금까지 원자력으로 발전을 해 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하자. 지금까지 대부분 원자력으로 발전해 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벌써부터 친환경에너지와 관련한 국제적인 무역장벽이 세워지려는 조짐이다. 나중에는 늦다. 선진국들이 친환경에너지로 구조를 재편한 다음에 뒤따라가려면 그때는 이미 너무 늦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면서? 무역만이 우리 경제의 해법이라면서?


항상 하는 이야기들이 그런 것들이다. 자영업자들이 어렵다. 영세자영업의 폐업률이 높다. 왜? 어째서? 무슨 이유로? 어떤 원인으로? 대부분 구조적 원인이다. 전에도 말한 네트워크의 발달에 따른 경계의 확장으로 경계 안의 좁은 지역에 기대는 영세자영업자들이 갈수록 버티기 힘들어지고 있다. 직접 몇 걸음 나가서 사먹는 것보다 간단히 앱으로 주문해서 받아먹는 것이 더 편하다. 더 크고 더 유명하고 더 맛있을 것 같은 곳이 더 멀리 있으면서도 더 빠른 시간에 바로 집까지 배달해준다. 당장 나만도 대부분 필요한 물건들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데 오프라인 상점들은 누구에게 물건을 팔아야 할까?


그렇게 구조는 바뀌어 가는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방식이 달라지며 경제구조도 바뀌어 가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직업들이 생기게 된다. 내가 어렸을 적 동네에는 시계방이라는 곳이 있었다. 전자시계가 널리 쓰이기 전 시계방에서는 작은 톱니바퀴들로 이루어진 기계식 시계들을 고치고 있었다. 지금 그런 곳이 얼마나 남았을까? 그러면 경제는 쇠퇴한 것일까? 발전한 것일까?


기자새끼들이 쓰레기라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경제란 바로 이 순간 몇몇 사례들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대부분 정의로운 네티즌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치란 잔인한 것이기도 하다. 선택해야 한다. 살리고 죽이는 것을.


하여튼 우습다. 뭔가 바꾸려 하면 그러면 그동안 해왔던 것들은? 그동안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마냥 멈춰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시대는 발전해 왔고 역사는 변화해 왔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컴퓨터로 글도 쓰고 있다. 똑똑한 사람들만 모른다. 너무 똑똑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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