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이명박에게서 어떤 진정성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데 그러나 정작 이명박 자신은 누구보다 진실하고 성실하다. 자신은 대통령으로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완벽한 청렴과 도덕성을 지키고 이뤄냈다.


원래 같은 애인愛人이라는 단어도 중국에서는 결혼한 상대이고, 일본에서는 불륜상대이며, 한국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각각 가리키고 있다. 같은 꿀이란 단어도 군대로 가면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결국 언어라는 것은 기호이고, 기호란 기표와 기의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같은 단어라도 전혀 다른 뜻으로 정의하면 전혀 다른 의미로 탈바꿈하고 만다.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이명박의 어린시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필 친형제인 이상득이나 이상은 모두가 비슷한 부류들이라는 점에서도 부모의 가정교육부터 의심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스스로 깨달았거나, 아니면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거나 어느 순간 이명박은 남들과 다른 도덕과 청렴에 대한 개념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가장 도덕적이고 청렴한 정권이다. 나 혼자서만 깨끗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무슨 뜻이겠는가.


지금 이명박이 심지어 구속까지 되어 구치소에 수감되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겠는가. 당연히 평범한 다수의 사람들은 이명박 자신이 저지른 죄과 때문이라 말할 것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결국 이명박 자신이 그동안 저지른 죄과들이 세상에 까발려졌기에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법원이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었다. 검찰이 알지 못했다면, 그래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 자신이 구속당하는 일따위 없었을 것이다. 한 마디로 들키지만 않았다면 자기는 아무 죄도 저지르지 않은 것과 같다.


들키지 않으면 없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했다면 하지 않은 것과 같고, 설사 알았더라도 입다물게 할 수 있다면 또한 했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어찌되었거나 아무도 모르게 들키지 않고 저질렀다면 그것은 결코 잘못이라 말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그동안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도덕과 청렴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말은 세상이 알지 못하게 사실이 새어나가지 않게 노력해왔다는 뜻이라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도와 사실을 감추고 숨기고 세상을 속이는 일에 동참했어야 할 측근들이 그런 자신의 진심과 노력을 배반했다.


그래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반성인지 자조인지 모를 말까지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국민들도 바라는 줄 알았다. 해먹되 모르게 해먹어라. 쳐먹되 남들 알지 못하게 쳐먹어라. 그래서 그렇게 임기내내 최선을 다해서 숨기고 감추고 속이며 할 수 있는 한 챙기고 먹어치웠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었다. 감히 자신의 높은 뜻도 모르고 주위에서 배반하는 인간들마저 나오고 말았다.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할까.


반성따위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그 가족도 부끄럼같은 것은 없다. 형제나 조카들도 다를 것 없다. 그냥 그렇게 사고가 박혀 버린 것이다. 같은 한국어지만 쓰는 단어의 의미가 전혀 다르다. 그래서 거짓말을 않고 정직하게 도덕과 진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 주위에도 정도는 다르지만 그런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다. 자기만의 정의를 세우고 그 정의에 맞게 주위는 아랑곳않고 행동에 옮기는 이들이다. 정직하고 선량하고 성실하기까지 한데 솔직히 민폐다. 하물며 그런 인간이 대통령까지 되었으니.


어찌되었든 성공만 하면 된다. 아무렇게든 돈만 많이 벌고 지위만 높아지면 된다. 그렇게 믿고 살아왔던 세월이 있었다. 그것이 정의라 진실이라 여기며 살아온 시절이 있었다. 과연 또 하나의 시절은 저물고 있는 것일까. 통쾌하지조차 않다. 그것이 대통령이라는 의미엤지만. 아무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