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면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름대로 노무현 정부에서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해도 정작 진보언론이나 지식인들은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기보다 흠을 잡기에 더 급급했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정책을 주저앉히려 보수정당과 언론이 하나가 되어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 정작 진보언론과 지식인마저 정부를 적으로 삼아 몰아세우기만 했었다. 그러니까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모두 반대하면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더 크고 강한 반대에 영향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과연 그동안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진보언론과 지식인, 정당들의 태도는 어떠했었는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한 정부의 진일보한 정책들에 대해 얼마나 지지를 보내고 힘을 실어주려 노력하고 있었는가. 그렇지 않아도 기존의 보수의 논리로 반대하는 진영이 저리 한가득인데 그조차도 성에 차지 않는다고 비판부터 쏟아낸다. 아니 심지어 보수언론의 논리 그대로 정부의 최저임금인상과 52시간노동에 대해 비판하는 듯한 기사마저 자친 진보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었다. 얼마나 현정부가 싫었으면. 얼마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싫었으면 최저임금도 올려서는 안되고 근로시간도 줄여서는 안된다. 그런데 얼마나 정부가 힘을 가지고 반대까지 거센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까.
먼저 진보언론과 지식인, 정당들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는 논리를 개발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알려 설득하려 노력했어야 했다. 그래서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진보언론들마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니 결국 국민의 여론마저 보수언론과 정당들이 의도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국민의 여론이 그리 흘러가는데 국민의 지지 위에 존재하는 정부가 마냥 그런 주장들을 무시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정부가 정책을 후퇴했다 비난부터 하겠지. 그렇게 진보언론과 지식인, 정당들이 원하는 정책은 멀어지고 보수언론과 지식인, 정당들이 주장하는 정책은 현실이 된다. 누구의 잘못인가. 그러니까 정부더러 어차피 자기들도 반대하는 정책을 위해 국민의 반대까지 무릅쓰라는 것인가.
자칭 진보언론을 보고 있으면 때로 어이가 없다.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진보라는 이념과 정체성마저 우습지 않게 던져 버린다. 하나가 되어 덤벼도 그렇지 않아도 더 많고 더 크고 더 강한 것이 바로 저들 보수진영인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 마음에 안든다며 그저 마음에 안 드는 부분만 지적하고 비판하기에 급급하니. 세상에 어느 정책이 자기 입맛에 그대로 딱 맞아 떨어지는가. 서로 다른 가운데 최대한 근사치를 찾아 타협하며 진일보를 꾀하는 것이 바로 정치란 것이다. 멍청한 것인지 아니면 순진한 것인지.
정부의 판단을 뭐라 하기 어려운 것은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고립무원에서 외롭게 싸워왔는가 알기 때문이다. 진보언론이라고 정부의 편에서 정부를 지원하는 논리를 펴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었다. 진보지식인이라고 정부의 편에서 정부의 정책이 가진 당위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려 나서는 경우를 아주 드물게 볼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지지자라는 것들은 이재명 하나 붙잡고 자위질이나 하고 있으니. 한 번에 모두 이루어지는 정치란 없다. 저놈들은 평생 그러다 뒈질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저들이 바라는 것이 그것이다. 한심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