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 나는 친문의 핵심이라는 전해철보다는 시장으로서 행정능력이 검증된 이재명 쪽이 경기도지사라는 자리에 더 어울린다는 쪽이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것과 도지사에 어울리는 인물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별개라 보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이재명이 되어야 하느냐면, 지난 대선에 이재명 자신이 저지른 큰 실수 때문에 어쩌면 꽤 어려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대선 - 정확히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재명은 상당히 큰 오판을 하고 있었다. 안희정도 비슷했지만 전혀 상황이 달랐던 것이 어찌되었거나 안희정이라면 친노의 주류 가운데 주류였다는 것이었다. 잠시 친노 친문과 거리를 두고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반감을 사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친노의 중요한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집나간 탕아와 같은 것이다. 지금은 선거 때문에 잠시 잘못 판단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다음 대선에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서 문재인의 뒤를 이어 자신들이 바라는 정치를 현실에서 이루어 줄 것이다. 그래서 안희정이 병신이라는 것이다. 그런 큰 기대를 등에 업고도 자기 욕망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무튼 그런 안희정에 비해 이재명의 경우는 친노, 혹은 친문과 큰 연고가 없는 철저히 타인이며 이방인이었다. 정확히는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을 지지하던 정통의 핵심으로써 정동영이 대선후보로 선출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한 바 있었다. 참여정부 당시 여당의 대표로서 정동영이 어떻게 정부의 발목을 잡았고 마침내는 노무현의 등에 비수를 꽂았는가를 친노도 아닌 나조차 너무나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에서 어떤 일들을 했었는가도 낱낱이 기억하고 있다. 어찌보면 친노에게 적이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한 줌도 안되는 지지자를 믿고 친문 이외의 나머지 유권자들의 지지만 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며 공공연히 친노, 혹은 친문과 적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친노, 혹은 친문만 배제하면 자기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도 될 수 있고 대통령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 실패하면?
당시 야권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가장 적극적이던 지지층이 바로 친노들이었었다. 그리고 그 친노의 외연에서 문재인이라는 개인이 가진 정치적 역량과 인간적 매력에 이끌려 지지자가 된 더 많은 폭넓은 지지층으로 친문들이 있었다. 오히려 중도층까지 아우르며 친노보다도 숫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더 압도적이었던 것이 바로 그들 친문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민주당의 위기에 문재인을 지키고자 너도나도 민주당의 자발적인 당원이 되어 민주당의 여러 정치적 행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었다. 가장 핵심을 이루면서도 정작 주류는 아니었던 친노와 달리 친문은 이미 민주당의 주류로써 당의 정책과 정체성마저 좌지우지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겠다면서 그런 친문과 대립각을 세우려 한다. 그나마 돌아올 곳이 있던 안희정과 달리 차라리 적이라 해도 좋을 관계에서 그나마 그동안 같은 야권으로서 가지고 있던 우호적인 감정마저 스스로 끊어내 버리고 말았다. 감정이라는 것은 원래 머리로 잊으려 해도 본능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저놈은 우리 편이 아니다. 저놈은 우리의 적이다.
지금 이재명 시장이 겪고 있는 곤란한 상황들은 그 연장에 있다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재명 시장이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져서 출마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본다. 그럼에도 이재명이 성남시장으로서 그동안 해온 일들이 있고, 언론이나 SNS등을 통해서 영리하게 홍보를 해 온 탓에 대중적인 인지도 또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에 비하면 전해철은 대통령의 측근이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경기도지사로서 내세울만한 강점이 아직은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민주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다수 참여하는 경선에서 자칫 대중적으로 인지도에서 한참 밀리는 전해철에게도 위험할 수 있겠다. 어째서일까? 그러니까 누가 경선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한 표를 행사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나마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시장을 지지했던 중도층도 지방선거에서의 당내경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전해철이라도 없었으면 모를까 과연 이미 적이라 선어한 친문들이 이재명 시장을 지지할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질 때도 잘 져야 한다 말하는 것이다. 하긴 당시에는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아 보이긴 했었다. 문재인만은 안된다는 반대편 유권자들의 바람이 안희정과 이재명에게로 모이고 있었다. 문재인의 대항마로서 안철수에게로 향하던 지지가 정작 민주당 경선에서는 안희정과 이재명에게로 모이고, 다시 대선 당시에는 안철수에게로 결집하고 있었다. 만에 하나 이들 반문재인 정서만 등에 업을 수 있으면 어쩌면 경선에서도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던 것인데 정작 이기지 못했으니 남은 것은 그 대가를 치르는 것 뿐이다. 친문과 적이 되었다. 가장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친문들과 적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대선에서의 승리로 잠시 잊은 것 같지만 선거가 다가오니 다시 일깨워지고 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을 상대로는 아군이지만 민주당 안에서 다른 대안이 있을 때 이재명은 적이다. 이재명의 주무대였던 SNS가 그를 옭매는 족쇄가 된다.
원래는 성남시장으로서 자신이 보인 성과와 능력들을 앞세워 다른 후보자들보다 한 발 앞서서 자신의 존재와 공약을 경기도민들에게 각인시켰어야 하는 것이었다. 경기도민과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얼마나 자신이 경기도지사로서 적합한 인물인가를 확인시켰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시작된 괜한 논란이 불필요한 혼란으로 이재명 자신을 몰아넣는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그같은 사소하고 잡스러운 이슈에 휘말린 자체가 차기 도지사로서 마이너스가 되고 마는 것이다. 어차피 전해철은 후발주자로서 불리한 조건에서 이재명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된다. 조건부터 크게 다르다.
예정된 결과일 것이다. 생각보다 전해철이 판을 잘 짜고 있다. 그보다는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친문들이 집요하게 이재명을 노리고 있었다고 여기는 편이 옳다. 인터넷에서 논란을 만들고 전해철이 그것을 빌미로 삼아 이재명의 손발을 묶으려 한다. 대응하는 것만으로 이재명은 많은 시간과 기회를 허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승리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이재명의 능력일 것이다. 다만 이번을 교훈삼아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처신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 더 높은 곳을 바란다면 지금처럼 쉽게 적을 만드는 사이다 정치로는 곤란하다.
아무튼 언론기사들마저 상당히 고약스럽다. 워낙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경기도지사 후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반문에 기댔던 그대로 보수정당의 편에 선 언론들에게 이재명만 아니면 해 볼 만하다는 목적과 이유가 생겼다. 아마 이재명 자신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당장 자신의 편에서 기사를 써도 언론이 원래 이재명 자신의 편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렇게 문재인도 대통령이 되었다. 힘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