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남성들이 미투에 대해 비판적인 이유는 성범죄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심각한 인식차이 때문이다. 그런 행동들이 왜 문제가 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정확히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반가워서 좀 만졌고 친해서 농담 좀 한 것 뿐인데, 좋아해서 어찌하려 한 것 뿐인데 그것이 뭐가 그리 큰 잘못이라는 것일까. 여자들이 너무 민감한 것은 아닐까. 여자들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그러니까 남성들의 여성들이 가진 상식과 전혀 동떨어진 성범죄에 대한 이해부터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밤늦게 혼자 걷고 있는 여성의 뒤를 따라가면 여성의 걸음이 빨라지더라. 마치 자기를 범죄자취급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나빴다. 대부분 여성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당하는 입장이 아니니까. 자기에게 닥친 위협이 아니니까. 어차피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다.


어째서 그런 발언들이 여성에게 상처가 되는가. 그런 행동들이 여성들에 수치심과 혐오감을 유발하는가.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좋은 의도에서 그런 것이니까. 그런데도 그런 좋은 의도에서 하는 행동들을 하지 못하게 막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미투와 관련해서 작은 꼬투리라로 잡아서 무력화시키려는 다수 남성들의 시도는 여기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전혀 아무 문제도 아니었었다.


여성을 모텔로 유인해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했어도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아무 잘못도 없는 것이다. 당사자가 성폭행이라는데 나는 연애감정이라 했으니 단지 당시에 어떤 오해나 다른 의도가 있었을지 모른다. 실제 그런 식으로 변명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단지 친근하게 격려하려는 의도에서 그런 것 뿐이다. 그래서 명예훼손과 무고죄는 중요한 반격의 수단이 되어 준다. 단지 자신은 선의로 그런 것 뿐이기에 죄가 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죄가 되어서는 안된다 생각한다. 그러므로 피해자의 악의가 사건을 이렇게 키운 것 뿐이다. 피해자의 다른 의도가 있어 문제가 불거진 것 뿐이다.


직장에서 성범죄에 대한 고발이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압력으로 돌아오는 이유가 이것이다. 아무래도 대부분 직장은 남성이 다수이다 보니. 직장 밖 세상은 남녀가 동등하지만 대부분 직장은 더구나 관리자 급 되면 남성이 압도적 다수로 이루어져 있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것이다. 나쁜 뜻으로 그런 것이 아니다. 문제를 키우는 것이 더 나쁜 것이다. 그런 직장문화에 익숙해 있는 남성들이 오히려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잘못한 것이 있어도 네 잘못이 더 크다. 내가 실수한 것이 있어도 그것을 고발하고 문제화하여 나를 망신주려 한 네가 더 잘못한 것이다. 보복이 돌아온다.


물론 더 나쁜 것은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단지 망신주고 고통주려는 의도로 명예훼손과 무고죄를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어차피 성범죄를 입증하기란 매우 어렵다. 입증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명예훼손과 무고죄로 피의자를 만들어 버리면 피해자에게 더 큰 수치와 고통을 돌려줄 수 있다. 끝내 견디지 못하고 고소를 취하할 수 있지만 더 악질적인 인간들은 끝끝내 범죄자로 몰아 처벌받게 만들기도 한다. 진짜 억울하고 무고한 피해자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어째서 많은 여성들이 명예훼손과 무고죄를 원수처럼 여기고 있는 것인가. 현실이 그러니까.


정말 정석대로다. 변호사의 조언을 들은 것이 맞기는 한 모양이다. 먼저 가족을 이용해서 회유를 시도하고, 그래도 안되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 어차피 사실입증은 어렵다. 명예훼손이 무죄로 판결나더라도 그 동안 얼마든지 피해자에게 수치심과 고통을 주어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고소한 것도 아니니 결국 자신에게 사죄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만일 진짜 피해자라 할지라도 그럴 경우 세상에 가해자로 인식되고 만다. 자신익 ㅏ진 힘을 이용하면 아예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써왔던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고, 오히려 더 큰 죄인으로 더 큰 상처와 수치심을 안고 살아가게 만든다. 자기에게는 아무 피해도 없다.


당연히 무고할 수 있다. 전혀 근거없는 허위사실일 수 있다. 그래서 억울해서 그런 것일 수 있다. 회유를 시도한 것도 그만큼 유명인사이다 보니 조심하느라 그런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명예훼소로 고소한 순간 단지 당사자 사이의 진실공방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말한대로 명예훼손이란 자칫 피해자에 대한 더 가혹한 2차, 3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일까. 그냥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사이 피해자가 겪어야 할 고통은 커져갈 텐데. 만에 하나 아직 고발대로 피해자이고 가해자일 가능성이 있다면 말이다.


하여튼 그리 대수롭지 않다.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악의가 없었다. 윤서인이 바로 이게 문제다. 윤서인도 악의가 없다. 악의가 없는데 여러 사람이 상처입고 분노한다. 하지만 악의가 없었으니 잘못이 아니다. 악의가 없었으니 전혀 잘못이 아니므로 그에 대한 고소나 고발은 잘못되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는지 모른다. 실제 그런 사실이 있었어도 자신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었다. 사실은 있지만 잘못은 없었다. 그래서 문제가 더 커진다. 처음부터 잘못인 줄도 모르고 잘못인 것을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투가 어려운 것이다. 자신들은 전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악의를 가지고 그런 인간들이 뒤는 더 깨끗하다. 악의가 없이 - 그러니까 그런 행동들을 전혀 악의없이 저지를 수 있도록 한 환경의 문제도 큰 것이다. 드라마 '송곳'에서 구고신이 말했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여기서는 그래도 전혀 아무 문제도 없었으니까. 누구도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자신은 잘못이 없다. 떳떳하고 당당하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남궁연이라면 내가 무척 좋아하던 음악인이기도 했으니.


여성들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아니 다수 여성들은 이미 알고 있다. 다수 남성들이 얼마나 뻔뻔스럽게, 어쩌면 천진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른 채 그같은 행동들을 저지르고 있는가를. 여성들이 사실을 말해도 전혀 알려고도 이해하려고도 않으며 끝내 인정하려고도 않는다. 남의 일일 때는 쉽게 인정한다. 자기 일이면 유치할 정도로 고집을 세운다. 그리고 그런 남성들이 사회의 지배적 위치를 다수 차지하고 있다.


다수 남성들이 착각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성들이 성범죄를 고발하면 바로 수사도 이루어지고 처벌까지 이루어진다. 여성이 억울할 일은 전혀 없다. 차라리 무고하게 신고받는 남성들만 억울하다. 심지어 밀양 여중생 성폭행사건 당시도 가해자들의 입장에 공감하며 동정을 보이던 주변인들이 있었다. 가해자의 시점에서 무고한 피해자란 없다. 의도를 가진 고발자, 고소인만 있을 뿐이다. 거기서 차이는 벌어진다.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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