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말들이 좀 그래서 그렇지 상당히 온화하고 온건한 사람이었다. 노무현 정부처럼 야당에 잘 양보하고 많이 양보한 시절도 사실 없다시피 했었다. 그래도 여당이랍시고 원내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이 있기는 했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은데다 언론까지 가세해서 야당과의 타협을 압박했으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기는 했다. 아예 국회의 문을 닫고 거리로 뛰쳐나가도 그 책임은 항상 온전히 정부에 지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민주주의니까. 민주주의에서는 아무리 부당한 요구라도 그 뒤에 있는 지지자들을 봐서 야당에 양보도 하고 서로 타협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양보도 해주고 타협도 해주고 하면 야당도 고마운 것을 알아야 할 텐데 그것이 전혀 아니었었다. 양보하면 나약한 것이고 타협하면 일관성이 없는 것이었다. 얼마든지 자기들 마음대로 정부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들이 흔드는대로 정부가 흔들리고 국민의 지지율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강한 개혁정책을 기대하며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하나둘 등을 돌리며 참여정부는 존립의 기반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야당에 양보하고 타협해서 참여정부에 돌아온 것이 무엇이던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 있으면서 그 모든 상황을 직접 보고 듣고 느껴온 사람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었다는 것이다.


하나씩 양보하다 보면 어느새 안방까지 내주게 된다. 야당에 양보하며 집권 초기부터 정부의 선명성이 흐려진다면 지지층은 이반하고 정부는 목표한 개혁을 추진하려 해도 그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국민이 정부를 의심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야당이 아니라 국민을 본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 바람과 요구만을 보려 한다. 아직까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70%를 넘어서고 있다. 야당이 아니다. 야당의 입장에서 기사를 써대는 언론이 아니다. 아직 문재인 정부를 믿고 지지하는 국민들이다. 그들이 정부가 추진할 개혁의 진짜 힘이다.


당시 한나라당이 노무현이 양보하는 만큼 조금만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노무현이 대화에 나서고 타협에 동의한 만큼 그들 역시 노무현 전대통령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런 모습들에 대해 언론과 국민이 제대로 평가해 줄 수 있었더라면. 최소한 임기 초기에는 높은 국민의 지지와 기대를 등에 업고서 무리해서라도 개혁의 성과를 국민들에 확인시켜 주었어야만 했다. 이재명보다 문재인이 더 잘 안다. 어디까지 존중하고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는지. 협치란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배운 것은 철저히 행동에 옮긴다. 가장 무서운 타입이다. 한 번 정한 것에 타협도 양보도 없다.


그래서 나 역시 정부 초기부터 그리 주장해 왔었던 것이기도 하다. 정부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차라리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더라도 국민만 믿고서 확실한 정부의 신념과 목표를 보여주어야 한다. 오히려 그러니까 국민의 지지가 더 높아지고 있다. 야당과 언론이 그토록 부정적인 내용들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지명한 인사들에 대해서까지 상당히 높은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을 본다. 국민을 등에 업는다. 어쩌면 노무현은 정치를 너무 오래했었는지 모르겠다. 정당과 정당, 정치인과 정치인이라는 기성의 논리에 너무 일찍 편입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문재인 정부는 여당인 민주당과 함께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의 제일 첫머리에 나오는 문장이다.


정부는 국민만을 보고 국민은 정부만을 본다. 국민의 믿음과 기대를 알고 정부는 그에 부응하려 하고 정부의 의지를 알고 국민 역시 지지를 보내준다. 정말 끈끈한 밀월관계다. 야당과 언론과만 밀월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야당과 언론이 먼저 떨치고 일어난 탓에 이제 그곳에는 정부와 여당과 국민만 남았다. 그 사실을 야당과 언론만 모르고 있다. 아직도 자신들의 몫이 남아있을 것이라 착각하고 있다. 이제 곧 지방선거이기도 하다. 국회의 의석만이 정치의 정부는 아니다. 권력은 이렇게 지키고 쓰는 것이다. 정치가라기보다 통치자다. 대통령 문재인이 무서운 이유다. 노무현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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