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시대 유럽 열강과 동아시아 제국의 차이는 바로 공무원의 수에 있었다. 특히 세무공무원의 숫자에서 열 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었다. 인구는 청나라가 거의 열 배 이상인데 정작 세금을 거둬들이는 세무공무원의 수는 영국이 거의 2만 명 가까웠던 반면 청은 겨우 1800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세원이라고 해봐야 전세가 거의 전부이다시피 했는데 그마저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유치원 비리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중이다. 어째서 그동안 유치원의 비리에 대해 당국이 손 놓고 있었는가. 한 마디로 말한다. 사람이 없다. 지속적으로 유치원의 재정과 운영을 감시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사립유치원에 문제가 많으면 공립유치원을 늘리면 되는데 이 또한 세금이고 지출이다. 정부가 돈 쓰는 것을 그리 싫어한다. 정부가 새로 고용을 늘리는 것에 그리 반대한다. 그러면서 바라는 것은 많다. 사람이 없는데 정부가 도대체 어디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놀고 있다고 마냥 노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잉여인력들은 만일을 대비한 것이다. 평소 인력이 남아돈다고 딱 그 만큼만 확보해 놓으면 그보다 더 큰 사태가 벌어졌을 때 손이 모자르게 된다. 기껏 오랜만에 휴가갔던 인력까지 복귀해서 겨우겨우 불을 끄는 화재현장들을 보라. 그러니까 왜 법으로 보장된 휴가까지 반납해가며 불을 끄러 가야 하는 것일까. 공무원들은 좀 여유있게 자신의 일상을 누리면서 일하면 안되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늘리겠다고 했을 때 지지했던 이유였다. 지지부진한 지금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특히 사회안전망과 관련한 공무원의 수는 지금도 턱없이 부족하다. 유치원과 같은 사회필수시설들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위한 인력도 아직은 부족하기만 하다. 이슈가 되니 정부와 관계기관들만 비난한다. 언제 그럴 힘이나 주고서 그리 비난들 하는 것일까. 박용진 의원이 다음 선거를 걱정한다. 결국 그런 비리유치원 원장들의 선동에 넘어가는 지역주민들이 더 많았었기에 그러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 이전에는 감히 이런 사실을 공개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 국민들 때문에. 지금 분노하고 있는 유치원 원아들의 학부모들 때문에. 그런데 누구를 탓할까.
일 터지면 분노하고, 그러나 그를 예방하고 고발하려 하면 오히려 그를 탓하며 막고. 악순환이다. 그러니 이렇게 사안이 크게 터져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내 돈 나가고, 내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그리 꺼린다. 돈 없이도 사람 없이도 알아서 정부가 해결해주겠거니. 그래서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분들이 다 잘 해 주실 거야.
그렇게 공무원 늘어나는 것이 싫은가? 그러면 정부가 최소한의 기능만 하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정부가 힘을 갖는 것이 싫은가? 그러면 정부가 최소한만 하는 것도 받아들이면 된다. 정부가 정부로서 내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바란다면 그만한 비용과 수고가 필요하다. 당연히 국민인 내게서 지불되는 것들이다. 공짜들을 너무 좋아한다. 훨씬 전부터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했지만.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