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유시민도 방송에서 말한 적 있었다. 평소 자기들과 뜻이 맞고 그래서 지지도 보내던 사람에게 정작 영입을 제안하면 거의 고사하더라. 당이 작고 힘도 약하니까 어차피 입당해서 출마해봐야 당선가능성도 낮다. 기왕에 정치를 할 것이면 당선가능성도 높고 당선된 뒤에도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대정당을 선택하게 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가운데는 정의당보다도 더 이념적으로 왼쪽에 치우친 이들이 적지 않다.


더구나 워낙 보수의 세력이 강하다 보니 유권자들 역시 조금이라도 저들의 힘을 깎기 위해서 역시나 보수정당인 민주당에 투표하게 된다. 이념적으로는 정의당에 더 가깝지만 그래도 보수정당보다 조금은 더 진보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거기에 상당히 진보적인 인사들까지 상당수 합류해 있으므로 대안으로 정의당이 아닌 민주당을 선택하게 된다. 평소 진보정당을 지지하다가도 선거때만 되면 민주당으로 돌아서는 유권자가 그동안도 상당했었다.


그래서 혐오하는 것이다. 그래서 증오하는 것이다. 저놈들만 아니었으면. 민주당만 아니었으면. 원래 자기들에게 왔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자기들에게 왔어야 하는 국민의 지지다. 차라리 자유한국당 같은 보수정당보다 민주당을 더 혐오하고 더 증오한다. 더 적대시한다. 최소한 보수정당이 집권했을 때는 그들의 비판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진보의 이념과 가치가 일관되게 들어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는 그런 것 상관없이 꼬투리만 있으면 자유한국당과 손잡기를 서슴지 않는다. 이번 심재철 사태가 그 한 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관련해서도 저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핵심은 무엇인가. 아무리 국회의원이라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가의 민감한 기밀들에 무단으로 접근해서 불법으로 정보를 취득한 것이다. 아무리 민감한 정보가 있어도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대학까지 마친 사람들이다. 어렵게 시험을 치르고 언론사에 들어간 이들이다. 설마 저 말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가 모르고 지껄여대고 있었겠는가. 뻔히 말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민주당 정부니까. 자기들이 아닌 민주당이 집권한 정부니까. 그 정부를 흠집내기 위해서라면 심재철의 불법까지도 얼마든지 용인할 수 있다.


한겨레만이 아니다. 정의당 스스로도 공식적으로 그리 논평하고 있었다. 오히려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일개 기자가 아닌 국민에 의해 선출된 공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공적인 규범을 따르고 지켜야 하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서야 다른 수단도 강구할 수 있는 것이다. 기재부에서 불법취득 사실을 인지하고 반환을 요구했을 때도 저들은 그에 응하지 않았었다. 공개되지 않았으니 문제가 아니라던 민감한 자료들 역시 여전히 자기들이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악하거나 아니면 구제할 수 없이 멍청하거나.


그동안 정의당의 지지율이 높았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어차피 자유한국당이 저리 남아있는 동안에는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은 그에 대항할 수 있는 민주당을 놓아 버릴 수 없다. 자유한국당이 지리멸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아 자기들이 아니어도 충분히 저들을 상대할 수 있다 여겼을 때 마음놓고 자기들의 이념과 성향에 맞는 정당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정의당의 지금 지지율은 어디로 갈 것인가. 물론 거기까지 생각할 뇌가 있다면 지금처럼 저리 헛짓은 못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 때문에 지금 이처럼 정부와 여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가. 국가의 기밀이란 무엇인가. 특히 정치인에게 국가적 규범이란 어떤 의미인가. 정치인이니 법도 절차도 규정도 모두 무시해도 된다. 국가의 민감한 기밀도 요구하면 아무나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예 국가도 정부도 필요없다는 아나키스트들인가. 그냥 민주당 정부니까. 문재인 정부니까. 그러니 너희들은 틀렸다. 차라리 자유한국당이 옳다. 개새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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