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일부 남성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전체 살인사건 피해자 가운데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높다. 작년 한 해 동안 미수까지 포함해서 남성 피해자가 511명인데 반해 여성피해자는 402명에 불과하다. 무언가 억울하다. 실제 가장 강력한 범죄인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남성이 더 많지 않은가.


그런데 위 주장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빠져있다. 실제 인용한 경찰청 통계에도 바로 뒤에 한 가지 통계가 다시 뒤따르고 있었다. 바로 살인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통계였다. 당연하다. 피해자만 존재하는 범죄란 없다. 가해자가 있으니 범죄다. 피해자만 있으면 사고다. 미제사건조차 단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뿐 누군가 가해자가 있기에 사건은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면 전체 살인범죄자 가운데 남성의 비율은 어떻게 되는가.


놀라지 마시라. 무려 83.5%다. 전체 살인범죄자 1024명 가운데 무려 855명이 남성이었다. 여성은 169명이 전부였다. 이 통계는 무엇을 말하는가. 살인사건이라는 중대한 범죄에 있어 성별비대칭성을 보여준다. 최소한 여성에 의해 남성이 살해당하는 것보다 남성에 의해 여성이 살해당하는 경우가 산술적으로도 더 많다. 남성피해자의 경우도 대개는 남성인 범인에 의해 살해당한다. 그냥 단순이 남성이 여성보다 살인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해서일까? 아니면 남성이 여성보다 제정신이 아닌 경우가 더 많아서일까?


어떤 범죄든 마찬가지다. 아니 범죄가 아니라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에게 부당한 행위를 강요하려 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은 상대와 자신과의 우열관계다. 상대의 반발이나 저항을 충분히 제압할 자신이 있을 때 상대에게 불리한 행동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결심도 계획도 가져볼 수 있다. 하다못해 무기를 따로 장만한다거나, 상대가 방심한 틈을 노린다거나, 그렇더라도 만에 하나의 가능성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형제가 범죄예방에 도움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범죄 역시 자신이 범인인 것이 밝혀지지 않을 것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자기가 잡힐 것을 알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겨우는 매우 드물다. 신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열세인 여성이 남성을 살해하고자 마음먹게 되는 경우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반대로 같은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더 자제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똑같이 상대에게 위해를 가하고자 하는 충동이나 욕구가 있을 때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그것을 억압하거나 배제하려는 내적 동기가 얼마나 작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통계인 것이다. 여성이 그러고 싶다고 남성을 폭행하기란 사실 매우 어렵다. 남성이 스스로 여성의 폭력을 허용하지 않는 이상 여성은 신체적으로 열세이기에 남성의 반격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강도사건의 경우도 전체 2087건 가운데 압도적인 1908건이 남성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었다. 무기를 들었든 어쨌든 상대를 위력으로 제압할 자신이 있기에 강도로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기를 든 상태에서도 상대를 확실하게 제압할 자신이 없으면 망설이게 된다. 상대를 제압하더라도 무사히 현장을 탈출할 자신이 서지 않으면 주저하게 된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양심적이어서가 아니라 야만상태에서의 신체적 우열이 범죄의 비율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대부분의 범죄의 추세는 사회적 신체적 심리적 강자에 의해 저질러지며 그 대상은 상대적 약자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절대다수는 남성이 남성을, 혹은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저지르는 범죄들이다. 다시 말해 많은 살인사건에 있어 남성이 여성에 대한 잠재적인 가해자일 수 있다는 전제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물리적 위력의 열세로 인해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야 했다면 여성은 남성보다 더 그같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불어 어째서 강력범죄에는 남성피해자가 압도적인 폭행은 들어가지 않는 것인가. 단순폭행이거나 쌍방폭행은 사실 강력사건이라 보기에 어려움이 있다. 전체 폭행사건 가운데 남성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비율이 무려 84%, 67%다. 사건의 피해정도 역시 피해없음으로 분류된 사건이 68%에 이른다. 대부분은 남성과 남성 사이에서 일어난 대수롭지 않은 단순폭행에 불과한 것이다. 성범죄의 경우도 그 절대다수는 경미하다 할 수 있는 성추행이지만 차이라면 대개 위력을 동반하여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권력이 강하게 개입하지 않는다면 피해자의 존엄과 권리는 회복될 수 없다. 범죄의 동기나 성격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더구나 설사 폭행을 강력사건에 집어넣더라도 폭행의 가해자 비율에서도 여성은 고작 15.7%에 불과하여 32.9%에 이르는 피해자의 비율과 대조를 이룬다. 그냥 산수만 해도 전체 폭행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남성과 여성인 경우가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폭행사건조차 사실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일방적인 가해를 증명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는 말이다. 남성인 가해자의 수가 남성인 피해자의 수보다 많다. 반대로 여성인 가해자의 수가 여서인 피해자의 수보다 적다. 물론 이해한다. 남성은 여성이 아니다. 여성의 입장에서 성폭행의 피해자가 겪는 고통과 굴욕과 수치심을 이해할 수 없다. 어째서 성폭행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지. 명백히 피해자임에도 오히려 죄인처럼 가해자에게 숙이고 살아야 하는지. 성범죄는 강력범죄가 아니다. 폭행도 강력범죄로 포함해야 한다. 사소한 성추행조차 위력를 동반해 저질러지며 여성의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사실이 아닌 것이 아니다. 폭행에 있어서도 남성은 여전히 가해자일 수밖에 없다.


남성도 살인의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가해자의 비율은 여성보다 더 높다. 남성이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까지 살해한다. 강도나 폭행과 같은 범죄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성 피해자도 많지만 그보다 더 많은 가해자들이 바로 남성이었다. 남성이 남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며 여성을 상대로도 범죄를 저지른다. 여성의 경우 가해자의 수가 피해자보다 항상 훨씬 적다. 과연 범죄에 있어 남성과 여성의 일방적인 관계를 설명하는데 통계로서 부족한가. 바보라서 사람들이 그 통계를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 알고 있다. 알면서도 비열하게 인용하는 것이다. 필요한 부분만 따로 떼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써 사실을 왜곡하여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해자의 성비가 남성이 더 높음에도 단지 피해자인 남성만을 일률적으로 피해자 여성과 수로써 계량한다. 통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 그야마로 남성이 여성보다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래도 되는 이유는 아직까지 인터넷문화의 주류는 남성이며 같은 남성들이 자신들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최소한 동조할 것이라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확신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혁명가이거나 바보다.


어째서 살인의 피해자 가운데 남성이 더 많은데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는가. 가해자 가운데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으니까. 다른 모든 강력범죄 역시 마찬가지다. 남성이 더 많이 범죄를 저지르고 스스로 피해자가 되고 있다. 여성피해자가 가해자의 수보다 훨씬 적다. 숫자가 진실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근거는 될 수 있다. 부정하기 위해서는 더 정교한 논리가 필요하다.


모든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인가. 물론 아니다. 내가 아니니까. 그러나 모든 남성 가운데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유의미하게 존재하는가. 최소한 통계는 그렇게 가리키고 있다. 그 피해자 가운데 여성이 일방적으로 선택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그것은 이미 사회적 경험으로 획득한 상식이다.


모든 참고자료는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인용했다. 범죄통계를 따로 PDF로 정리한 것이 있으니 다운로드 받아서 찬찬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차라리 비열하기를 바라야 할까. 멍청하기를 기대해야 할까. 말이 통하지 않기는 둘 다 마찬가지다.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아예 알아듣지 못하거나.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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