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의 탄핵발언과 노골화된 자칭진보의 의도, 정의당을 버려야 하는 이유
이를테면 성에 차지 않는 도자기를 과감히 깨버리는 도공의 마음과 닮았을 것이다. 민주정부의 정책이 자신들의 마음에 차지 않음으로 과감히 무너뜨리고 새로운 더 완전한 정책을 펼 수 있는 진보정부를 세우자. 물론 그 진보정부는 자신들이어야 할 것이다. 임미리의 칼럼이 그렇고, 홍세화의 주장이 그렇고, 경향일보와 한겨레일보의 태도가 그렇고, 심상정의 탄핵 발언이 그렇다. 참여정부시절부터 지켜 봐 온 사람들이라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저놈들은 원래 그런 놈들이었다.
아마 내가 왜 자칭 진보언론과 진보정당, 진보지식인들에 대해 처음부터 히스테리에 가까운 적대감을 보여 왔는지 이해 못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경향과 한겨레도 결국 같은 편이 될 텐데. 정의당이며 진보진영 또한 같은 길을 가는 동지일 텐데.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칭 진보가 다시 보수정권으로 돌아가려 하는 것이다. 그저 보수정권에 반대만 할 때는 진보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내면서도 대중의 지지까지 함께 받을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민주정부에서는 정부가 진보적인 개혁정책을 편다고 지지해봐야 어용소리나 들을 것이고, 한 편으로 자신들과 지향이 다른 정책을 펴게 되면 그 책임까지 자칫 함께 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니까 평소 자신들이 주장하던 정책까지도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반대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진보적인 정책이 일부라도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보다 자신들이 어용 소리 듣는 것이 더 견디기 어렵다.
그러니까 편해지려는 것이다. 그냥 아예 다시 보수정권이 들어서게 하고 그 보수정권 아래에서 편하게 반대만 하면 되는 시절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문재인을 죽이고 민주당을 망하게 한 뒤 새로운 보수정권 아래에서 편하게 진보놀음이나 하자. 심상정의 탄핵발언에 설마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도 그래서다. 내가 자칭진보들을 모르겠는가. 실제 2007년 당시 자칭 진보 자칭 논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가 되든 어차피 제대로 된 진보는 아닐 것이니 아예 투표하지 말자. 심지어 민노당에도 투표하지 말고 모두가 기권하자. 그리고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이명박의 정책에 대해 반대하면 된다. 시민들이 모여서 한 목소리로 반대하면 아무리 이명박이라도 감히 어쩌겠는가. 이명박을 노무현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당시 광우병 시위에 대해 지금과 달리 상당히 소극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바로 그런 영향이었다. 그 배후에 누가 있는가 어렴풋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보수진영에서 말하는 선동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상황이 몰아가기를 바라던 놈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놈들 뜻대로 되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떠했는가. 하지만 그놈들에게 당국의 수사와 기소, 수감은 훈장이나 같았기에 전혀 반성같은 건 없었다. 훈장을 하나 달고, 또 하나 달고, 그러면서 점차 자신의 명성과 영향력을 키워간다. 그런 놈들에게 조금 성에 차지 않더라도 현실과 타협하며 나가는 개혁이란 얼마나 가소롭겠는가. 고작 그런 것을 위해서 어용 소리를 들어가며 정부를 지지해야 하겠는가.
그나마 노회찬 정도가 대중적인 감각이 있고, 심상정은 워낙 노동운동계의 거물이라 주위에 우글거리는 놈들도 대부분 그런 부류들일 것이다. 운동하던 감각으로 정치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다. 김근태가 재야에서는 거물이었지만 정치권으로 들어와서는 한 계파의 수장 이상은 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는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과를 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결과 없는 선명서은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그럴 것이면 방안에서 야동 켜놓고 자위나 하는 쪽이 더 건설적이다. 최소한 남 피곤하게는 않으니까.
내가 괜히 그놈들을 진보도 아닌 자칭진보라 부르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한 번도 그놈들을 진보라 불러 본 적이 없었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부터 그놈들은 나에게 단지 자칭 진보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리고 다시 그 본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도대체 심재철과 어떤 대가를 약속받고 탄핵을 입에 올리고 있는 것일까. 물론 거래는 아닐 것이다. 진보정당으로서 자신들의 신념이며 정체성이다. 작은 개혁을 이루기보다 불완전한 개혁을 단죄함으로써 진보의 순결함을 지킨다. 워낙 자주 보던 모습들이기도 한 터라.
정의당은 버리고 가도 된다. 아니 처음부터 함께 할 필요가 없었는지 모른다. 잠시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은 현실정치를 알게 되었는지 알았더니만 결국 자신들의 본색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정의당에 허튼 기대를 가진 진보지지자들도 정신을 차리기 바란다. 저들이 바라는 것은 진보적인 정책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보적인 주장을 하는 자체가 저들의 목표다. 운동가들이다. 정치인이 아니라. 너무 당연해서 말할 필요도 없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