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지의 진실과 2030 남성들의 이반이라는 집단적 착각
아직도 2030 남성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을 '이반'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그래서 2030 남성들이 반페미와 공정을 앞세워서 민주당을 공격하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던 것이었다. 원래 민주당을 지지하던 세대, 성병들이 갑자기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래서 초기 민주당이 제대로 이들의 여론에 대처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나아가 이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내부에 많은 혼란도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과연 지금 2030들이 원래 민주당을 지지하던 그 젊은 남성들이 맞는 것인가?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2002년 막 20세가 되었다면 벌써 2년 전인 2022년에 40대가 되어 있을 것이란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했던 2004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올해 그때 20세이던 젊은이가 40세가 되었을 것이다. 반면 이른바 20대 개새끼론이 불거인 2007년 대선 당시 20대 가운데는 아직 30대 후반인 이들이 남아 있다. 물론 나는 당시 20대 개새끼론에 동의하지 않았었다. 민주당 후보라는 새끼가 그 모양인데 그걸 지지해달라 말하는 게 염치가 없는 것이다. 정동영이 병신새끼라 이명박이 당선된 것이지 당시 20대들이 문제가 있어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란 뜻이다. 그리고 실제 당시 20대가 이명박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이때부터는 민주당과 보수정당이 20대의 표를 대충 비슷하게 가져가기 시작했다. 20대의 보수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도 그래서 당시 20대들은 새누리당도 싫고 민주당도 싫어서 안철수를 많이 지지했었다. 안철수를 지지해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사퇴시킨 문재인이 싫다고 투표를 거부하거나 아예 박근혜를 찍은 경우마저 있었을 정도였다. 이들은 안철수가 민주당과 합당하자 바로 지지층에서 이탈했다가 안철수가 당을 나와 자기당을 차리자 다시 돌아왔을 정도로 민주당에도 매우 적대적이었다. 이들은 그대로 이후 2022년 대선까지 계속 반민주당의 성향을 보이며 안철수를 쫓아 윤석열을 지지했다. 이들도 그러고보면 벌써 30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2017년 이후 반페미를 중심으로 결집한 20대들은 이준석을 자신들의 아이돌로 삼아 반문재인 반민주당의 최전선에 있었다. 자, 그러면 지금 2030 남성들이 민주당의 주지지층이었던 때는 과연 언제였을까?
한 마디로 2007년 대선 이후 민주당이 20대 남성들로부터 일방적인 지지를 받은 경우란 전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없었다는 것이다. 잘나와야 반반이었고 때로는 그보다 훨씬 밀린 적도 많았다. 다만 그런 사실들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그 뒤로 10년 동안 보수정당이 정권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안철수라는 존재가 중간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가리고 있기까지 했다. 실상 안철수는 개혁적인 이미지로 인해 민주당과 더 가까워 보였던 것과 달리 대부분 정책들에서 보수정당과 더 가까웠던 인사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것이 얼마나 큰 오해와 착각을 불러왔는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를 지지한다면 개혁에 찬성하고, 개혁에 찬성한다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에 우호적일 테니 여전히 젊은 남성들은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민주당을 싫어했기에 안철수를 지지한 것이었고, 그래서 안철수가 민주당과 합당햇을 때 아예 등돌리고 이탈하기까지 한 이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2030 남성들의 보수정당 지지가 그리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는 것이다. 세대가 다르다. 같은 젊은 남성이지만 살아온 배경도 전혀 다른, 따라서 정치적 성향도 전혀 다른 세대들인 것이다. 그것이 여러 요인들로 인해 가려져 있다가 갑자기 드러나면서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뿐, 그냥 새롭게 자라난 젊은 남성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보수적이다 이해하면 그것으로 끝인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이 못해서 지지층이 돌아선 것이 아니고, 민주당이 잘못해서 이전까지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공격하는 것도 아니며, 따라서 떠나간 지지자들을 잡기 위해서 새삼 새롭게 노력할 이유도 없다. 6070이 여러 이유들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2030 남성들 역시 자신들만의 이유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바로 이것이 저들이 여러 커뮤니티에서 입만 열면 떠드는 원래 민주당을 지지했었다고 하는 전제의 진실인 것이다. 원래 젊은 남성들이 민주당을 지지했었다니 나도 지지했었나 보다. 보수정당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나 역시 민주당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가 보다. 때때로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젊은 남성으로서 실제 민주당에 표를 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민주당을 지지할 때는 내내 불만스럽고 고통스럽다가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한결 편해졌다는 것 아닌가. 계엄 이전까지 문재인과 이재명을 진정한 악마라 여기고 윤석열이 아무리 못해도 그보다 못한 정치인이 있을 수 있다 여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원래 자신의 성향이 그쪽이었을 뿐 전향한 것이 아니다. 언론이 만든 환상에 자기마저 속아 넘어간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전까지는 몰라도 지금의 2030 젊은 남성들이 민주당을 주로 지지했던 적은 사실상 없었다. 특히 민주당이 스스로 일신하고 난 뒤로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지금 2030 남성들은 주류가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 여론도 민주당에 우호적인 적이 없었다. 단지 원래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젊은 남성들이 나이를 먹어 가는데 언론들은 예전 레토릭을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니 모두가 집단적인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 뿐이다. 지금이야 더더욱. 솔직해지면 편한데. 한겨레 기자들도 그러지 않았던가. 이명박근혜 때가 더 나았다. 그러면 그쪽이 자기 성향에 맞는 것이다. 당연한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