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과 통제는 시장의 적이다. 창의적이고 생동하는 경제란 오로지 방임하는 다유로부터 나온다. 그럼 묻는다. 대한민국 경제는 지금 자유로운가?

정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은 일관되게 사용자 친화적이었었다. 과거 정부 가운데 가장 악랄하게 노조를 고사시킨 정부도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였었다. 아주 교묘하고 악랄하게 노조들을 경제적으로 고사시켜 노동운동 자체를 위축시키고 반대급부로 극단으로 치닫게 만든 주범이었다. 그래서 사용자들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둔다고 시장은 과연 자유로웠는가.

자영업으로 돈을 벌면 당장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 그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아예 임의로 계약을 해지하고 임차인을 내쫓은 뒤 자기가 그 자리에서 대신 장사를 시작하는 경우마저 있다. 기업은 더하다.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단가후려치기에 기술약탈까지, 중소기업이 무언가 기술을 개발해서 성장을 도모하려 해도 그마저 대기업들이 힘으로 찍어누르며 다 빼앗아간다. 당장 중국만 해도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이나 성공한 젊은 기업인들이 적지 않은데 대한민국 경제는 어떠한가. 과연 지금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과 기업인 가운데 새로운 이름과 얼굴이 얼마나 되는가.

자유란 정치적인 자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자유도 포함되는 것이다. 더욱 시장은 정치권력보다 경제권력이 더 크게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시장에서의 우위를 앞세워 부당한 행위를 강요하면 그만큼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자신을 발전시키고 혁신하려는 동기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어차피 대기업들은 지금까지 해 온 대로 약간의 개량만으로도 여전히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시장의 패러다임은 그같은 기존의 구조와 질서를 일거에 뒤집으려는 새로운 야심과 욕망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이 창발적인 기업가 정신을 더욱 존중하고 보장하는 진정한 자유로운 시장경제인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장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공정위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신생벤처기업들이 대기업의 횡포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와 이익을 최대한 올리기 위해 더 적극적인 투자와 개발에 나서도록 한다. 그것이 정체상태에 놓인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릴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그냥 시장의 자유에만 맡겨 놓으면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시장에서의 우위를 앞세워 대기업들이 그 모든 이익을 독차지할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과 오너들만 자유로운 경제정책이 처참한 결과만을 내놓고 만 이유였다.

진정 자유로운 시장경제란 모든 참여자와 구성원들이 최대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경제를 뜻한다. 대기업만이 아니다. 방만과 독단으로 이미 일구어 놓은 기업마저 말아먹는 2세 3세가 아닌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동력을 만들어내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새로운 참여자들인 것이다. 덩치만 큰 대기업도 얼마든지 망할 수 있고 이제 갓 시작한 벤처기업이 얼마지 않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기업이 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망한 만큼 새로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토양을 제공한다. 높아진 최저임금과 줄어든 노동시간으로도 더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는 더 큰 부가가치를 시장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한다.

그것이 혁신경제다. 정부에 의한 규제가 아닌 방임상태의 시장으로 인한 억압으로부터 새롭고 창의적인 가능성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여건을 만들어준다. 그동안 기업이라면 대기업만을 떠올려 왔기에 생기는 오류다. 굳이 대기업이 혁신을 할 필요는 없다. 더 강한 동기와 욕망을 가진 누군가이면 족하다. 그 새로운 가능성이 기존의 시장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다.

당연히 당장 큰 성과를 보기는 어렵다. 하나의 기업이 만들어지고 성장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보이는 결과만 생각한다면 대기업과 부동산에 집중하는 게 더 편하다. 일부러 어려운 길을 간다. 지금 우리 사회와 경제에 필수적이기에 어렵게 멀리 돌아가더라도 그 길을 간다. 다행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그동안의 오너중심의 대기업문화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는 전혀 희망이 없다.

느긋하게 지켜보는 이유다. 결국은 필요한 과정이다. 그동안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라 잠시 혼란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김동연 부총리의 역할도 중요하다. 혁신은 안정 위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때가 왔다. 전문가라면서 지적하는 사람이 거의 드물다.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