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썼는지 모르겠는데 요즘 척추교정받느라 한의원 다니는 중이다. 정형외과 도수치료나 카이로프랙틱은 보험이 안되는데 한의원 추나는 보험이 된다. 그동안 막 사느라 참 여기저기 많이도 망가졌구나 그 과정에서 매일 새롭게 깨닫고 있다.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몸이 너무 망가진 것 같아서 운동을 시작했더니 진짜 망가져 있었다. 유튜브나 책에 나와 있는데로 제대로 자세가 취해지지 않는다. 자세를 제대로 취하면 힘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이다. 몸이 조금 찌뿌드하기는 했어도 아예 이렇게 비정상이구나 느꼈던 적은 없다.


문제는 척추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무너졌던 몸의 균형이 정상으로 돌아가니까 오히려 균형이 무너진 듯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원래는 오른쪽 다리가 더 길고 왼쪽 다리가 더 짧아서, 더구나 오른쪽 다리가 앞으로 나와 있어서 거기에 맞춰서 자세를 취하면 불편해도 무리없이 자세를 취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척추가 정상이 되니 이제까지의 정상에 맞춰 있던 근육과 관절들이 죄다 틀어지게 되더라는 것이다. 아직도 왼쪽 골반이 아프고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린다. 오른쪽 어깨도 너무 아파서 팔굽혀펴기가 절반으로 줄었다. 그래서 나는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인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동안 정상으로 믿고 있던 것이 비정상이었다면 다시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그만큼 고통이 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1945년 해방되고 한국사회가 겪어야 했던 혼란 역시 바로 그를 위한 비용이었다. 식민지를 거치지 않았다면 35년 동안 내부에서 투쟁을 통해 해결되었어야 할 갈등들이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억눌려 있다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4.19 이후의 혼란도, 6.29 이후의 방황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너무 사람을 싸게 쓰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전에도 말한 바 있다. 임금이란 노동의 결과가 아닌 노동의 가치에 지급되는 것이다. 정확히 노동자 자신이 가진 가치에 주어지는 것이다. 노동자 자신이 생활도 하고 노동력을 유지하며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비용으로서 임금은 지급되는 것이다. 그 노동력으로 얼마나 생산을 할 수 있는가는 사용자가 결정할 일이지 노동자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 그러면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들은 - 그러니까 국민들은 얼마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어느 정도의 대우를 누릴 수 있는가. 여전히 저개발국가와 임금을 비교당하며 그들만큼의 과도한 노동을 강요당해야 하는 수준에 있는가. 그렇다면 그동안의 경제발전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누가 모든 결과를 가져가고 있는 것인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그래서 결국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노동자로서 국민의 본질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며 더 적은 시간을 일함으로써 나머지 시간을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와 존엄을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사용한다. 벌써 노동시간이 줄어들자 여러 학원들에 등록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된 바 있었다. 가족을 위해서, 혹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러면서도 수입은 줄어들지 않기에 여유가 있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그동안 얼마나 비정상이 정상으로 여겨져 왔던 것인가.


그래서 정부에서도 김동연 부총리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말하자면 상식인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정상이라 상식이라 여겨왔던 것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주장하는 역할인 것이다. 그렇게 너무 급하게 이상적으로 정부의 정책이 흘러가는 것을 제어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우리 사회가 지금껏 미뤄왔던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더이상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위해 인간은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긴 시간 일해왔었다. 더구나 임금까지 너무 낮았었다. 그러니까 사용자와 노동자라는 대등한 관계가 아닌 사용자에 예속된 신분으로 전락해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존엄이 사라진 사업장에는 결국 사용자의 갑질만이 남게 된다. 존엄한 인간이 존엄한 노동자가 될 수 있다.


혁명의 시기다.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부수고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생산해내는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혼란은 있다. 부작용도 물론 있다. 그 모든 것을 감당하며 나가는 것이 바로 개혁인 것이다. 용기없는 자는 아무도 바꾸지 못한다. 오로지 강한 의지를 가진 이들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두려움을 알면서 그 두려움을 이길 때 세상은 바뀌게 된다. 내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왼쪽 둔근이 아프고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고 오른쪽 어깨마저 불편해도 분명 내 몸이 나아지고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 믿음이기도 하다. 고통스런 치료과정 없이 어떤 병도 치료하지 못한다. 하다못해 때마다 약먹는 일마저 무지 번거롭다. 비용인 셈이다. 언론이 말하지 않는 것들이다. 항상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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