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부분이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창업한 소상공인이나 기업인들이 충분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애써 창업했는데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 그러면 노동자는?


자본이 생산수단이듯 노동자에게 노동력 역시 대부분 거의 유일한 생산수단일 것이다. 자기가 소유한 생산수단을 사용해서 일을 했는데 그 일한 대가가 생활을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단순히 먹고 사는 정도가 아닌 가정을 이루고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데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하기는 그러니 갈수록 결혼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혼자 먹고 살기도 버겁다.


노동 역시 생산수단이라는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해서 벌어먹는 것을 남의 돈 먹는 일이라 쉽게 말하기도 한다. 내가 내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이 아닌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베푸는 비용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전제하니 노동자의 임금이 일정 이상 오르는 것은 옳지 않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돈이 나가는 것이다. 차라리 정의에 가깝다. 사용자를 위해서라도 노동자의 임금은 억제해야만 한다.


프랜차이즈 기업이 일방적으로 가져가는 이익을 더 줄여야 한다. 건물주들의 임대수입도 규제해야 한다. 역시 모두 반대한다. 왜? 그것은 기업과 건물주의 권리니까. 노동은 권리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의 가치란 보호될 대상도 보장되어야 할 대상도 아니다. 계속 반복된다.


그래서 묻는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사용해서 먹고 살아서는 안되는 나라인가. 대한민국의 정의는 노동자가 노동으로 먹고 사는 것을 부정하는 정의인가. 과연 지금 최저임금 수준으로 얼마나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혼자는 괜찮다. 가족이라도 있으면 과연 일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가능한가.


소득주도성장에서 최저임금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장하성 실장의 말에 동의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만큼 최고임금도 손봐야 한다. 결국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가야 한다. 노동자의 노동력을 단위로 간주했을 때 그것에 더 옳다. 노동유연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정이다. 나이먹고 취직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연공에 따른 높은 임금이다. 대신 나이를 먹음에 따라 늘어나는 비용은 복지로 대신한다. 교육도, 의료도, 심지어 주거까지 굳이 노동임금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도록 사회적인 책임으로 돌린다. 필요하면 다만 하루에 적은 시간만 일하고서도 국가의 보조까지 받으면 당장 죽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리지 않을 수 있다.


결국은 인간의 가치다. 노동의 가치란 바로 인간의 가치다. 당장 내가 노동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얼마의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는가. 그래서 나의 노동력으로 나는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의 노동력이란 그만한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것인가.


언제부터인가 경제라 하면 숫자놀음 뿐이고 정작 사람은 그 가운데서 쏙 빠져 있다. 경제주체는 결국 다수의 사회구성원 개인들일 텐데 숫자에 밀려 그 입장같은 건 들으려 하지 않는다.


혁신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 세계적으로 새로운 기업이 성장하기 좋은 조건들을 돌아보면 답이 나온다. 대부분 신산업은 중소기업에서 시작한다. 아주 작은 규모에서 자국의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하며 결국 세계시장까지 노릴 수 있다.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상대로 창업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매우 드물다. 물론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도 제도적으로 근절해야 한다.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제 겨우 첫걸음 떼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일상을 영위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다수 노동자들을 내버려두고 과연 국가는 사회는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인가. 그래서 연명하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그럼에도 끝까지 지켜주어야 하는 것인가.


사실 더 불만은 최저임금의 수혜를 받는 사람들의 방관이다. 불이익을 본다는 사람들은 저리 열심인데 그로 인해 이익을 본 사람들은 철저히 침묵한다. 내 이익이다. 내가 일한 내 노동의 대가다. 그래서 침묵의 결과 최저임금이 내려가면 피해는 내가 본다. 답답하다. 저들의 침묵이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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