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 없다. 영혼이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생각하지만 본능은 그렇지 않다. 논리로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옳다 여기지만 영혼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생각한다. 아마 현정부의 집권 초에 진보언론이 떠들어댄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언론의 목적은 권력비판이다."


그런데 왜 하필 현정부의 출범에 맞춰 그런 비장한 사명의식을 드러냈던 것일까?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들으니 패널이 진보언론이 최저임금정책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이유가 팩트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웃었다. 언제 진보언론들이 사실만 가지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고 있었던가. 그나마 JTBC정도나 사실관계를 주의깊게 확인하며 보도했을 뿐 심지어 지금 신재민 논란조차도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논란거리가 아니라 하는데 편승해서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는 중이다. 최저임금인상에 대해 지지하는 기사를 내보내려면 아예 기사거리를 찾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실제 몇 번 면피성으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왜 최저임금인상에 찬성하는 입장이면서 그러지 않았는가? 그냥 그러기 싫었던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바랐을 것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인상을 철회하기를. 최저임금인상을 유예하기를. 그래서 자기들도 적극적으로 정부를 공격할 수 있을 테니까. 참여정부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와 맞는 정책을 펴면 절대 편들지 않는다. 다른 빌미를 잡아 비판하다가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의 공세에 정부가 조금이라도 후퇴하면 그때부터 기회라는 듯 함께 달려들어 정부를 물어뜯었었다. 그래야 주도권이 자기들에게로 돌아온다. 지난 이명박근혜정부 아래에서 진보언론과 진보지식인의 위상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오히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부는 진보언론과 지식인의 존재감을 약화시키고 만다. 하물며 자신들과 달리 주류에도 속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와 그 지지자일 터였다.


말하자면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조건 개선, 혹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정책에 대한 그들의 입장이란 단지 머리가 시키는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 그들의 영혼은 현정부가 어떻게든 망하고 다시 보수가 집권하면서 자신들의 전성시대가 돌아오기만 바라고 있을 것이다. 반정부와 반여권의 중심이 되어 여론을 주도하는 구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부 망하라. 그래서 최저임금도 올리지 말고, 노동정책도 후퇴시키고, 아무튼 경제까지 모두 폭망해서 정권을 내놓으라. 아니 그러도록 자기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부를 비판할 수 있도록.


신재민 논란은 그런 의혹을 거의 확신으로 바꿔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냥 조금만 살펴봐도, 아니 그래도 기자라면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너무나 뻔한 사실들이었다. 그러나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아는 사실들을 기사로 쓰려고도 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논란과 맥락이 같다.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특히 이번 정부에 있어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자기들이 동의하는 정책이든 아니든. 그나마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좋게 쓸 수밖에 없으니 얼마나 그들의 속이 썩어문드러지고 있을까. 그래서 더욱 신재민 논란과 같은 이슈에 깊이 발을 담그고 있는지도.


너무 순진하게 생각한다. 아직도 진보언론이 자기와 한 편이라 생각한다. 아니면 실제 김어준과 진보언론이 한 편인데 내가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목적이 다르다. 김어준이 비판하는 언론 가운데는 진보언론도 항상 포함되고 있었다. 그냥 간단히 적이구나 생각하면 된다. 이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진보언론은 이 정부와 지지자들의 적이었다.


혹시 오해할까봐 덧붙이는데 회사에서 보는 신문이 무려 8종에, 그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도 당당히 포함되어 있다. 아무리 그래도 한경이나 조선, 동아는 볼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겨레와 경향을 보는데 정말 눈이 썩는 것을 느낀다. 오해가 아니다. 그냥 사실이다. 너무나 명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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