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어딘가 언론의 기사나 저명인사의 말을 빌어 내 말에 권위를 더하고자 하는 짓거리는 거의 하지 않는다. 굳이 누군가의 말을 인용할 때는 단지 논거의 하나로서지 결국에 내가 주장하는 바는 오로지 내 말을 통해서만 전하고자 한다. 내 글이기 때문이다. 내 블로그기 때문이고.


참 재미있다. 국회의원이라면 보좌관도 여럿 두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 학벌도 좋은 그야말로 인재들이다. 조선일보에서 여야 4당이 합의한 새로운 선거제도를 가지고 시뮬레이션 해보았다면 국회의원 개인은 무리더라도 당차원에서 시뮬레이션하는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조선일보 기사를 근거로 들며 여야 4당의 합의안을 비판하고 있다. 어째서일까?


사람이 굳이 남의 말을 빌어 자신의 말을 대신할 때는 대부분 한 가지다. 그만큼 자신의 주장에 자신이 없을 때다. 자신이 하는 주장의 정당성에 확신이 없을 때 권위있는 누군가의 말을 대신 빌리고자 하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하필 그 빌린 대상이 조선일보라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저들에게 조선일보란 객관적인 권위를 상징하는 언론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야말로 조선일보야 말로 자신들이 하고픈 말을 대신해 주는 언론이었던 것일까.


항상 자유한국당이 무언가 애매한 주장을 펴려 할 때 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국내 언론, 혹은 외신, 정작 자신들의 주장은 없다. 자신들의 생각은 없다. 자유한국당이 많이 망가졌구나 느끼게 되는 이유다. 그런 주장 하나 자기 이름을 걸고 당당히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다못해 한겨레나 경향이 정부나 여당의 인사들 비판하듯 자유한국당도 비판했다면 벌써 바닥을 드러냈을 것인데. 그래도 JTBC가 정부와 여당 비판하든 자유한국당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경제뉴스는 그야말로 쓰레기지만 그런 점 때문에 아직 뉴스룸을 끊지 못하고 있다.


하다못해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도 자기 주장과 논리로 하지 못하는 제 1야당이라니. 그런 야당을 지지해야 하는 국민들도 그저 안쓰러울 따름이다. 하긴 그와 도낀개낀인 여당을 지지하는 나도 참 할 말이 없다. 어쩌겠는가. 그게 대한민국인 것을. 또 하루 웃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