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의 메카라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한 해 창업하면 절반 이상이 망해나간다 보면 된다. 통계상 대개 2번 망하고 난 뒤 3번째서야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나마 창업을 지원하는 여러 제도와 문화가 잘 갖춰진 미국이고, 더구나 최고의 두뇌들이 자기만의 독창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앞세우고 있음에도 그렇게 수도 없이 망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어떨까?


우리나라 자영업 가운데 거의 절대다수가 아마 요식업과 편의점일 것이다. 그 밖에는 거의 보지 못했다. 집 주변에 체육사도 망했고, 문구점도 문을 닫았고, 아, 미용실은 많이 있다. 그나마 미용실을 제외하고 대부분 프렌차이즈 식당이나 편의점들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자본과 본사와의 계약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요식업이라 해도 대부분 고기집은 손님이 직접 굽도록 되어 있어서 평생 음식이라고는 만들어 본 적 없는 사람도 창업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게 문제다. 창업이 너무 쉽다. 독점이 어렵다.


누군가 하나의 아이디어를 내면 바로 수도 없이 그 아이디어를 따라하며 경쟁하기 시작하는 것도 그런 영향이 크다. 아무나 할 수 있어야 프랜차이즈로 성공할 수 있기에 어떤 아이디어도 처음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계속 남아있기 어렵다. 그리고 그 시장으로 뛰어들려는 사람들은 너무 많다. 문제는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든다고 그 모두를 먹여살릴 만큼 한국의 요식업시장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3끼를 일반적으로 먹는다. 여기에 더해 모여서 술자리라도 가지려면 술을 마실 수 있는 식당이나 술집을 한 번 더 찾을 뿐이다. 수요자의 수가 무한히 늘어나지 않는 이상 요식업의 매출은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그 안에서 누가 더 가져가고 누가 덜 가져가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사실 선진국이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아무리 돈을 많이 들였어도 음식맛이 별로면 망해나가는 것이다. 아무리 음식맛이 좋아도 돈이 없어 영 좋지 못해 가게를 냈으면 역시 버티지 못하고 망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에서도 프랜차이즈 산업이 발달한 것이기도 하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자기만의 가게를 내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차이라면 그렇더라도 선진국들의 경우 우리나라에서처럼 무차별하게 거의 무제한의 인원이 요식업이나 편의점과 같은 특정 업종에 몰리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어차피 시장은 한정되어 있는데 지나치게 많은 참여자들로 인해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까지 경쟁하며 이익을 쪼개는 경우는 그리 흔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유가 뭐냐면, 바로 기술형 자영업이다.


처음부터 단계를 밟아 기술을 익히고 경험을 쌓으며 전문성을 획득한 뒤 그를 기반으로 자기만의 컨텐츠와 아이디어로 창업을 한다. 동네 빵집이나, 혹은 제화점, 체육사, 전문수리점 등등등... 하다못해 같은 요식업이라도 처음부터 충분히 시장조사를 하고 전문성을 갖춘 다음 시작하거나 그런 사람에게 투자하여 최대한 성공가능성을 높이려 노력한다. 그만큼 자영업의 종류와 범위도 다양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대기업의 문제가 나오는데 바로 이러한 중소규모 자영업 가운데 돈 될 만한 것들에까지 대기업의 발을 걸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몇 년 전 문제가 되었던 통큰치킨도 그 비슷한 예일 것이다. 대형마트라는 입점의 우위에, 더구나 사주의 일가라 임대료도 추가로 더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을 이용해서 시장의 소규모 치킨업자들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가격에 치킨을 내놓아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 비단 치킨만이 아니다. 자동차면 자동차, 전자면 전자, 건설업까지 주변에 돈될만한 분야에는 거의 사주일가가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시장을 잠식하며 개인사업자들을 막다른 곳으로 내몰고 있었다. 괜히 재벌규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진짜 자영업자들은 재벌도 욕심내지 않을 돈 안되는 분야만 쪼개서 서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중소기업의 영역은 중소기업에게, 개인사업자의 영역은 개인사업자에게, 그럼으로써 보다 많은 개인사업자들이 자기만의 기술과 전문성으로 시장에 참여하여 경쟁하며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그러니까 창업을 하겠다고 너도나도 쉬운 요식업이나 편의점으로만 몰릴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다양한 자영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럴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 역시 갖추어야 한다. 초반의 어려움을 딛고 마침내 성공할 때까지 얼마간의 자금과 더불어 안정적인 운영과 경영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이를테면 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개정 역시 그 한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건물소유주와 재계약할 수 있는 동안에는 안정적으로 이것저것 시도해 보며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폐업률이 생각보다 낮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이 망하지만 바로 그 망하기까지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그럼으로써 살릴 수 있는 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있게 돕는다. 그런 역할을 정부와 민간이 각각 맡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바로 이런 부분들을 취재해서 보도하라는 것이다. 바로 참여정부 당시 한국 자영업에 대한 문제로서 취재보도한 내용을 여기저기서 보고 취합해서 다시 정리한 내용들이니까. 한국 자영업의 문제는 무엇인가. 정확히 한국 서비스업의 문제는 무엇인가. 그때부터 제기된 문제들이다. 아무 전문성 없이 오로지 당장의 생계를 위해 창업이 쉬운 특정분야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특정 분야의 전체 서비스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시장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이래서는 다수는 망해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예전 내가 나이 먹고 정년퇴직하면 그냥 연금을 받아 놀고 먹으며 지내는 문화도 필요하다 말한 것이다. 은퇴하고 퇴직금으로 무작정 창업하는 사람들까지 더해지니 그만큼 경쟁은 심화되고 폐업률도 높아진다.


결국은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자영업의 구조가 지금처럼 유지되는 동안에는 높은 자영업의 폐업률은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 그러면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그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개혁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국가가 책임져야 하고 책임질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국가재정을 통해 고용을 통해 인력을 흡수하여 시장의 경쟁구도를 개선한다. 대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육아와 보육, 소방, 보건, 안전 등의 분야일 것이다. 더불어 개인사업자가 창업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대자본의 유입을 막아서 시장의 독점을 막아야 한다. 직업교육도 중요하다. 그리고 창업 이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자본이며 제도적으로 여러 지원들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이런 내용들을 지금 야당들이 받아들여줄 것인가. 입법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기사가 아마 내 기억에 1987년에 벌써 나왔을 것이다. 사실은 노동운동을 비판하며 노조가 강성이 되면 비정규직이 늘게 되고 비정규직으로 인해 경제가 망할 수 있다는 기사였는데 비정규직에 대해 매우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기사였었다. 그러니까 무엇이 문제인가. 그러므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지금의 상황들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 최저임금만 올리지 않으면 되는 것일까. 답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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