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권력에는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속이고 과장할 수 있는 수많은 수단들이 있다. 언론이라도 나서지 않으면 국민들은 눈도 귀도 입도 모든 진실을 알고 말할 수 있는 수단을 잃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 언론인들은 바로 그 진실을 바로 세상에 알리기 위해 자기 목숨까지 내거는 것이다. 


어차피 누구나 하는 비판이다. 비판은 커녕 되도 않는 헛소리나 지껄여대도 처벌은 커녕 경고조차 없다. 그래서 너도나도 자기 떠들고 싶은대로 아무렇게나 떠들어대도 되는 것이 요즘 언론이다. 대부분 언론들이 사실까지 왜곡해가며 정부를 비판하고 나서는 지금 자기 하나 더 나서서 정부를 비판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는가. 모두가 마녀라고 죽이자고 하는 상황에 자기 한 사람 더 돌을 들고 던진다고 거기에 무슨 정의가 있다는 것인가.


언론의 진짜 본질은 회의에 있다. 의심하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들을 의심하고 또 의심한 끝에 그 안에 숨은 진실을 찾아내 보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의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먼저 의심하고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대상은 무엇인가. 무엇이 대중을 속이고 진실을 속이는가. 최민희 전의원의 말이 맞다. 언론의 역할은 권력비판 이전에 진실보도에 있다. 그러므로 언론으로서 진실을 위해 누구와 무엇과 맞서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보수언론에 포위되다시피 한 정부를 진보언론까지 권력을 비판해야 한다며 마저 에워싼다. 보수언론과 치열하게 싸우며 진보적인 정책들을 하나둘 세우고 집행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언론까지 권력을 비판한다며 자기들이 주장하던 정책들마저 비판하고 나선다. 그 결과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이 과연 진보언론들이 바라는 일인가. 그것이 진보언론이 추구하는 진실이란 것인가.


예전이라면 정부의 나팔수가 되었어야 할 공영방송들마저 정부를 비판하는데 거리낌없는 것이 바로 요즘이다. 정당한 비판 뿐만 아니라 잘못된 사실을 근거한 비판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내놓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 지금 국민들에게, 언론의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인가? 진실인가? 어째서 정부를 지지하는 이들은 언론의 아픈 비판도, 통쾌한 진실도 기대해서는 안되는 것인가?


신문을 읽지 않은지가 꽤 되었다. 포털에서도 거의 뉴스같은 건 읽지 않는다. 그냥 정부의 공식발표만을 직접 보고 듣고 그것이 진실이겠거니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만큼 언론을 믿을 수 없으니까.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실들을 믿을 수 없으니까.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가. 그럼에도 뉴스룸이 신뢰받는 이유는 비판 뿐만 아니라 잘못된 비판으로부터 정부를 지키는 일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정부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거짓으로부터 진실을 지키는 것이다. 그 결과 더 진실한 쪽을 지키게 된다. 때로 잘못되었다면 가차없이 정부도 비판한다. 그것이 옳다.


언론의 역할은 권력에 대한 비판인가. 아니면 진실보도인가. 우문이다. 그런데 똑똑한 놈들일수록 그런 함정에 쉽게 빠지고 만다. 권력을 비판하기 위해 있는 사실을 왜곡하고 없는 사실은 아예 조작한다.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다. 자신의 정체성도 이념도 이리저리 휘둘린다. 하지만 자기는 권력과 맞서고 있으니까. 권력을 비판하고 있으니까. 기레기가 달리 기레기가 아니다. 언론의 슬픈 현주소다. 한심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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