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경찰이 불러 세웠는데 자켓 안주머니나 바지 뒷춤에 손을 가져가면 바로 쏴 버린다고 한다. 묻고 확인하고 하는 과정 없이 그 자체로 이미 경찰에 대한 공격의도로 간주해 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총기사고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기도 하지만 경찰의 안전을 위해, 아니 일반인의 경우도 상황에 따라 정당방위를 인정받기도 한다.

얼마전 어느 여성이 택시기사를 납치범으로 오해하고 중간에 뛰어내려 신고한 일이 꽤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 남성들은 해당 여성을 중증피해망상의 정신질환자로 몰아가고 있는 중이다. 애먼 택시기사만 피해를 봤다. 하지만 그런 반응들을 보면서 그동안 성범죄 기사에 당연히 달리던 댓글들을 떠올리게 된다. 어째서 그게 범죄인가 되묻는 사람부터, 거기에 다수는 미리 조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 꼭 그런 때만 피해자가 알아서 미리 조심해야 하는 흉악한 세상이 된다.

밤늦게 남자들과 어울리다 성범죄를 당했다. 어째서 그 시간까지 남자들과 함께 있었는가. 그래서 밤늦게 남자들을 피하면 남자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본다고 비난한다. 같은 맥락이다. 하필 택시기사가 선택한 길이 올림픽대로라는 것이 문제였다. 일단 올림픽대로를 타기 시작하면 서울을 빠져나갈 때까지 중간에 도망치지도 못한다. 밤늦은 시간이다. 자신이 아는 것과 다른 낯선 길이다. 남자라도 긴장하게 된다. 하물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수도 없이 쏟아지는 요즘에서야. 그래서 진짜 납치범이기라도 했으면 비난한 사람들이 책임져 줄 것인가.

문제라면 밤늦은 시간 택시마저 마음놓고 타지 못하게 만든 지금의 사회일 것이다. 범죄율도 낮고 치안도 좋은 편이지만 범죄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회는 아니다. 오죽하면 남자인 나도 항상 문단속에 신경쓰며 항상 다니던 안전한 길로만 다니려 하겠는가. 남자라도 어둡고 좁고 인적도 드문 길은 늦은 시간에 다니기 꺼려진다. 괜히 무리지어 있는 특히 남자들을 보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리도 멀리 돌아간다. 사람이 사라을 무서워해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범죄가 저질러지면 그때는 이미 늦다. 누구의 탓도 아닌 그만큼 범죄의 양과 밀도가 높은 고도화된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것이다.

여성이 범죄피해를 강했을 때 자신이, 혹은 누군가가 보이는 반응을 참고하면 된다. 자기가 알아서 조심했어야 했다. 이상하다 느꼈다면 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곳에서 빠져나왔어야 했다. 그러지 못했다면 조심성없었던 자신의 책임이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차이라면 택시기사는 아무 잘못도 의도도 없는 선량한 피해자라는 것 뿐. 하지만 단지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죽기까지 하는 경우보다는 낫지 않은가. 총을 쏜 자체가 문제가 아닌 의심받을 행동을 하는 것도 문제다. 다행히 서로 오해도 풀렸고 아무일 없이 헤프닝으로 끝났다.

바로 이런 것이 여혐인가. 이런 비유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아는 누군가가 그 대상이었다 생각해 보라. 택시를 탔는데 모르는 길로 가더라. 경기도로 빠지는 올림픽대로를 타려 하더라. 아무일도 아닌 것이 너무 다행스러운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수많은 현실의 위험이 상존하는 현대사회가 만든 웃지못할 헤프닝인 것이다. 물론 아무 걱정없이 범죄를 두려워 할 필요 없이 마음놓고 다녀도 된다고 주위에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면 상관없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렇게 생각처럼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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