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재작년인가 보다. 아니 재재작년인가? 대선 전이기는 한데. 아무튼 한경을 비롯한 진보진영이 어째서 문재인과 당시 친노를 그토록 적대시하는가에 대해 쓴 적이 있었다. 솔직히 쓰고 나서 조금 후회했었다. 너무 앞서간 것은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겠는가. 하지만 아다시피 그동안 한경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태도들은 나의 추측에 대한 확신만 더해 줄 뿐이었다.


이번 신재민 전사무관과 관련한 논란도 마찬가지다. 신재민 전사무관의 주장이 실제 공익제보가 되기 위해서는 그 폭로한 내용 가운데 중대한 불법이나 비위사실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대주주로서 기획재정부가 KT&G나 서울신문 사장의 인선에 관여하려 했던 부분이라든지, 청와대가 기획재정부에 국채발행에 대해 지시 혹은 의견제시를 한 부분이라든지. 전자는 권한을 넘어선 전횡이고 후자는 규정을 벗어난 외압이다. 뭔 말이냐면 기획재정부는 대주주임에도 기업의 인사에 관여해서는 안되고, 청와대도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기획재정부에 어떤 의견도 제시해서는 안된다. 이게 무슨 뜻인가 더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하자면 국방부나 혹은 군이 임의로 군을 이동해 군사작전을 벌이려 해도 정부는 그에 대해 어떤 명령도 지시도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런데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문재인 정부가 망하기만 바라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만 흠집낼 수 있고 약화시킬 수 있으면 정부부처의 하나인 기획재정부마저 청와대의 명령과 지시를 받지 않게 떼어놓아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획재정부가 독자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그럼으로서 청와대가 경제정책을 세우려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끔 철저히 손발을 자르고 무력화시키려 한다.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런 주장들이 얼마나 옳고 타당한가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를 망하게 할 수만 있다면 당장 군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수만의 시민을 학살해도 정부의 개입은 부당하다. 정부가 쿠데타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실무진의 판단에 반하는 어떤 지시도 명령도 부당하다. 자신들이 주장하는대로 사회보장을 강화하고 복지를 확대하려면 재정을 확충해야 하는데 그 수단마저 당연하게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참여연대도 결국 같은 무리들이다. 한겨레나 경향이야 이미 오래전에 지적한 바 있다. 자신들이야 말로 진보의 성골이다. 사회개혁의 주류여야 한다. 반독재투쟁에서 부산 역시 중요한 지역 가운데 하나일 테지만 확실히 민주화운동에서 주류까지는 아니었다. 더구나 최소한 SKY에 여성은 이화여대 정도는 나와주어야 어디서 얼굴을 내밀 수 있다. 이미 10년도 더 전에 실제 확인한 바 있었다. 서로 논쟁을 하다 말고 상대의 출신대학을 가지고 비아냥거리는데 그를 문제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당연한 것이 지금도 유력논객 가운데 하나인 그 사람은 무려 진보와 사회운동의 주류였던 서울대 출신이었으니까. 감히 서울대 앞에서 지방의 무명사립대학 출신이 시비를 건다는 자체가 얼마나 고까웠겠는가. 그런 그들의 우월감 앞에 차라리 신재민 전사무관의 고려대라는 학벌은 더 중요한 가치를 차지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신재민 전사무관의 말을 청와대가 들으라.


결국은 한국사회에 진영이란 좌와 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위와 아래가 있다. 주류와 비주류가 있다. 페미니즘 논란도 바로 여기서 비롯되고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은 주류의 이념이다. 주류의 이념에는 여와 야가 따로 없다. 서울대와 그 밖의 대학이 있는 것이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주류에 속하는 명문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들이 있는 것이지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신재민 전사무관 논란은 그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사실판단조차 않고 오로지 정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보언론들마저 가세한다. 하긴 김태우 수사관의 경우도 진보언론에서 제대로 팩트체크를 하거나 한 것이 거의 없었다. 그놈들에게는 차라리 이 사회의 비주류일 문재인 정부가 자유한국당보다 더 큰 적일 것이다. 아옌데 칠레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군을 동원해 쿠데타를 일으켜 청와대를 짓밟으면 오히려 진보진영에서 더 기뻐하며 환영메시지를 내보내지 않을까. 노무현 전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에 대해 진보언론과 지식인들이 어떤 태도를 취했었는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혐오감만 깊어진다. 그래서 더욱 민주당내 자칭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환멸과 경계심만 강해진다. 저것들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여당의 위기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차라리 망하라며 자기 하고 싶은 일만 더 열심히 더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단면이다. 이념보다 더 강한 그들만의 특권의식이 이토록 집요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새삼 확인한다. 저것들은 그냥 적이다. 잠시 후회한 사실마저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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