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것과 멍청한 건 전혀 별개의 영역이다. 비교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전혀 다른 판단의 대상이다. 도둑질한 범인과 그것을 못잡은 경찰 가운데 누가 더 잘못했는가? 불을 지른 방화범과 불을 끄는데 서툰 소방관 가운데 누구에게 더 책임이 있는가? 과연 그런 비교가 현실에서 가능한가?

경찰이 도둑을 잡는데 판단을 잘못해서 놓쳤다면 그것대로 판단해서 징계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때마다 도둑 못 잡았다고 자르면 남아날 경찰이 없다. 불을 끄는데 판단을 잘못했어도 어지간히 위중한 경우가 아니면 규정대로 징계나 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도둑과 방화는 별개다.  당장 처벌해야 할 악이고 범죄다.

기무사의 깊은 뿌리를 알겠다. 언론이라고 기무사와 닿아 있는 줄이 없을까. 한민구 전장관은 직접 관계가 없을지 모른다는 주장에 대해 일견 동의하게 된다. 일개 대령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국방부 장관과 맞장을 뜬다. 얼마나 장관자리가 우스워 보였으면. 근거라고는 기무사에서 들었다고 기록한 문서가 전부다. 바로 계엄령 문건을 작성했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그 기무사다. 도둑놈이 책임을 떠들고 있으니 경찰관의 잘못도 같이 따져야 한다. 방화범과 소방관 사이에 누구에게 더 책임이 있는가 논란이라 말하고 있다.

그나마 어제 뉴스들을 보니 일부는 논조를 바꾸고 있었다. 처음부터 논란 자체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하물며 기무사다. 이번과 같은 내란으로 간주할 상황에 대한 인지가 있었다면 장관의 결재 없이도 바로 자체수사에 들어갔어야 할 기무사가 아예 장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채 뒤로 빠지려 하고 있었다. 누가 공범인가. 누가 기무사의 내란을 도우려 하고 있는가. 언론도 예외일 수 없다. 진보도 그래서 따로 없다. 선은 명확한 것이다. 누가 기무사의 책임을 감추고 가리려 하고 있는가.

기무사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송영무 장관은 그저 잠시 판단을 잘못한 책임밖에 없다. 하지만 기무사는 내란계획을 세웠고 그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방기하고 있었다. 누구의 잘못이 가장 큰가. 아니 그전에 비교가 가능한 상황인가. 누가 억지로 논란이라 몰아가고 있는가. 상식으로 판단한다. 그렇게 장관 말 잘듣는 기무사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장관을 저격한다. 대한민국 남자 거의 다수가 군생활을 경험했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하긴 굳이 언론을 잡을 필요도 없이 기무사만 개혁하고 나면 끈 떨어진 연 신세다. 기무사에 빨대 꽂고 편하게 기사 쓰다가 직접 발로 뛰어 기사를 쓰려면 고생 좀 하게 될 것이다. 기사 쓰는 법이나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내란계획에 언론장악까지 넣었다. 부역이란 게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본색을 드러낸다. 역겹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