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의 법칙은 비단 사법이나 행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는 오히려 더 상식으로 여겨질 수 있다. 정도를 넘어선 비판은 의심받는다. 적절한 수준을 넘어선 체벌은 오히려 상대의 반발만 사게 된다. 상대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모두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딱 그 정도로만.


어른들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다. 그저 병 하나 깬 것 가지고 10년 전 일까지 들추며 심하게 야단친다. 고작 병 하나 깨먹은 건데 이전의 큰 잘못까지 끄집어내어 마치 큰 죄를 짓기라도 한 양 비난하며 벌을 준다. 아이들이 과연 그런다고 어른들이 야단치는 것이니 다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며 어른들 생각처럼 받아들여줄까? 아이들 엇나가는 것은 거의 99퍼센트 어른들 책임이다.


분명 국회의사당 로비에 누드와 합성한 직무정지중인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어쩌면 여혐으로 볼 수 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심지어 국정의 책임이 있는 여당이 일제히 떨치고 일어나서 사퇴하라 비난을 퍼부을만한 그런 정도의 사안은 아닌 것이다. 6개월의 직무정지조차 사실 너무 과하다. 자연히 정치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무심히 지나갔을지 모를 일련의 헤프닝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표창원이라는 한 사람을 타겟으로 여당과 같은 정당인 민주당마저 나서서 공격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그 뒤에 붙은 이름이 문재인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다. 그러면 그런 사람들에게 표창원이란 어떻게 인식되게 될까?


어차피 잘잘못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법에만 공소시효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개인의 기억이나 감정에도 공소시효가 있다. 그러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가끔 겁없는 정치신인들이 상대당 중진을 상대로 무모한 발언으로 주목받으려 하는 것도 그런 일환이다. 언론이 함께 다루어주는 이름 만큼 자신의 인지도도 올라간다.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입지 또한 올라가게 된다. 표창원대 새누리당, 그리고 민주당 비주류다.


굳이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라 생각한다. 여러가지로 기대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정치신인은 정치신인이다. 거물이 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정치판을 구르며 정치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거물을 만들어준다. 당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인물로 만들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어떻게든 바꿔보려는 여론이나 국면은 요지부동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다. 누구에게만 이익인가.


정확히 비례의 법칙은 그 처벌의 과도함에 비례하여 그 잘못의 과도함이 아닌 그 대상의 과도함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 정도로 큰 잘못이 아니라면 그 정도로 크게 책임을 물어야 할 이유가 그 사람에게 있다. 거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사소한 잘못에도 그만한 책임을 물어야 할 만큼 큰 인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동안 그 정도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무일없이 넘어간 정치인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그럼에도 표창원만은 달라야 한다. 다른 인물이어야 한다.


그야말로 정치인으로서 로또맞은 셈이라 할 것다. 졸지에 정치판의 한가운데 서고 만 것이다. 당 하나가 나서서 상대해야 할 거물정치인이 되어 버린다. 반드시 쳐내야 할 문재인의 최측근이 되어 버린다. 표창원 아마 징계받고도 집에서 샴페인 터뜨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딱 한 사람만 좋다. 가만 있는데 자신을 거물로 만들어준다. 모든 정치인들이 간절히 바라는 바를 아무것도 않고 얻어 버린다. 사람은 역시 운도 타고나야 한다.


마음이 급한 까닭이다. 앞뒤 좌우 가릴 상황이 아닌 까닭이다. 일단 저지르고 본다. 정치 좀 했다는 사람들은 거의 비박이라 바른정당으로 갔다. 그쪽도 다없기는 마찬가지만 박근혜 하나 보고 정치판 들어온 인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재미있어진다. 상황이 우습다. 아직도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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