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문제는 이미 다수 남성들 사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고소하면 무고로 맞고소하라는 것이 비결처럼 널리 퍼져있다는 사실인 것이다. 피해자가 성범죄 사실을 신고하면 무고로 신고함으로써 피해자를 오히려 무고의 피의자로 만들라는 것이다. 다른 범죄도 아닌 성범죄의 피해자가 오히려 무고의 피의자로 수사받는다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수치이고 고통일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실제 그런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수 남성들 사이에서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비결로써 널리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무고의 가해자로서 수사받는 굴욕과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말 그대로 그것은 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무고의 피해자가 고통을 받다가 마침내 진실이 밝혀지면 뉴스가 되지만 피해자가 무고의 가해자로 몰려서 소송을 취하하면 한 줄 기사거리도 되지 못한다. 당장 얼마전 이슈가 되었던 A양 사건만 하더라도 A양이 중간에 고소를 취하하자 없었던 일로 가해자들은 아무일 없이 잘살고 있지 않은가.


과연 성범죄의 발생빈도가 더 많을까? 성범죄의 무고의 빈도가 더 많을까? 단지 가해자가 무고로 역고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압박을 느껴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신고도 못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단순히 무고에 대해 수사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무고의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 무고에 대해 한 호흡 늦춰서 수사하라는 것이다. 동시에 수사하게 되면 억울하게 성범죄를 당하고도 신고조차 못하는 피해자들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다수 남성들에게야 그런 뉴스보다는 무고로 고통받은 남성의 뉴스가 더 크게 눈에 뜨일 것이다. 심지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성범죄 피해여성보다 무고로 인한 피해남성의 수가 더 많다. 그런 뉴스만 보니까.


성범죄 무고 수사를 뒤로 미루는 것에 불만을 가진다면 먼저 무고죄를 피해자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공유하는 다수 남성들부터 탓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피해자를 오히려 압박해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일없이 살아가고 있는 그 인간들이야 말로 무고죄 수사를 주저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일 것이므로. 그런 인간들 아니더라도 어차피 성범죄 신고 자체가 적은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신고율이 낮은 것이 우리의 현실일 것이다. 무고하게 남성만 무고로 피해보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메갈리아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원래 이것이 그들의 진짜 속내였을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 역시 그들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고 있었다. 그냥 여성이 싫은데 대놓고 말은 못하다가 기회가 되자 속엣말을 쏟아낸다. 하필 비슷한 인간들이 많은 곳에 함께 모여서 더욱 자기연마로 극단화된다. 그런 곳에서 또 공유되는 정보이기도 할 것이다. 비난할 걸 비난하고 반대할 걸 반대하라. 자기들이 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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