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이 왜 문제냐면 그 적용이 너무 자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찬양고무인가. 어째서 이적행위인가. 하다못해 그림에 빨간색만 들어가도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것이다. 전체 글 가운데 사회라는 단어 하나만 들어가 있어도 사회주의를 선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김추자는 '거짓말이야'를 부르면서 무대에서 보인 춤을 빌미삼아 북한과 교신하는 것이라며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아야 했었다. 그럴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정부가 보기에 그래 보이면 붙잡아다 조사하고 마침내는 혐의를 씌워 처벌하는 경우가 군사정권내내 적지 않았었다. 당연히 무고한 피해자도 많이 생겼었다.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김일성가면' 논란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다. 국민이 김일성이라 여기면 김일성인 것이다. 그러니까 중앙정보부가, 혹은 안기부가, 정부가 이적표현물이라 느끼면 그런 것이다. 김일성과 닮았으니 김일성과 관계있는 것이다. 김일성과 닮았으니 따라서 어찌되었든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사회주의를 연상시키고 공산주의를 연상시키고 북한을 연상시키니 찬양고무와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무때나 갖다 쓸 수 있는 것이 당시 국가보안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누가 그 후신 아니랄까봐 그 수법을 그대로 쓰고 있다.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이나 그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할 수 있다. 내가 잘못이라 여기면 그것은 잘못인 것이다.


초등학교만 제대로 나왔어도 학교 수업시간에 북한의 김씨왕조에 대한 우상화를 간략하게나마 배우게 된다. 북한에서 김일성을 위시한 김씨왕조에 대해 어떻게 여기고 그를 어길 경우 어떻게 처벌하고 있는가를. 아니 불과 몇 년 전 김정일의 사진이 비에 젖는다며 울부짖던 북한 응원단을 보면서 당혹스러워했던 기억이 있었다. 누군가의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어 쓴다는 것은 그를 대상화한다는 것이다. 가면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그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행위인 것이다. 양반가면을 쓰면 양반이 되고 괴물 가면을 쓰면 괴물이 된다. 김일성 가면을 쓰면 자신이 김일성이 된다. 조선왕조에서 괜히 왕의 이름을 피휘한 것이 아니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조차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일개 응원단이 김일성 가면을 쓴다?


금방 끝날 줄 알았다. 정부의 발표가 있었고 탈북자와 북한전문가들의 증언이 있었다. 북한에서는 그같은 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 행위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 체제다. 그런데도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간첩을 만들어 잡아넣어야 하니 그냥 흘겨쓴 낙서조차도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렇게나 끄적거린 그림도 공산주의를 선전하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렇게나 부른 노래조차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어야 한다. 불순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 내가 저 인간들을 죽어서도 인정할 수 없는 이유다. 인정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오물은 여전히 오물일 분이다. 오랜만에 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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