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일은 없겠지만 조선시대 노비나 백정이 왕이 되었다 생각해 보자. 혹은 변방으로만 떠돌던 야전의 무인이 왕위에 올랐다. 그래서 자기와 마음이 맞는 가까운 사람들을 측근에 두려 한다.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노비와 가까우면 노비일 것이고, 백정과 마음이 맞으면 백정일 것이고, 야전군인이 좋다면 역시 야전군인일 터다. 그런 사람에게 과연 정승이니 판서니 관직을 주고 국정을 맡기는 것이 타당할 것인가. 

 

하지만 태생이 완족이고 사족들로부터 교육받고 친분을 다져왔다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여종을 강간했어도 선비일 것이고, 농민의 재산을 강탈했어도 대부일 것이며, 뇌물 좀 받았다고 양반의 신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왕이 파견한 어사에 의해 비위가 드러나 파직당한 인물이 다시 복귀한 뒤 오히려 더 출세길에 올라 자신을 파직한 어사에게 보복한 예도 적지 않았다. 파직과 유배 정도야 죽지만 않으면 사대부로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에 걸맞는 장식일 수 있는 것이다.

 

박형준과 오세훈의 인사에 대해서만 철저히 침묵하는, 아니 이전 이명박근혜 정권에서도 인사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온 언론이 이번 정부 들어서만, 민주당 계열 인사들에 대해서만 유독 엄격해지는 이유인 것이다. 민주당 쪽 인사는 국정을 맡기기에 적합한 인사들이 아니다. 신분에서도 실력에서도 경력에서도 전혀 미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민주당 쪽 인사는 항상 부적절할 수밖에 없고, 국민의힘 인사는 어지간한 흠결이 없는 한 문제삼을 것이 없다.

 

문제는 민주당 쪽 인사들마저 비슷한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권을 잡으면 알아서 보수쪽 인사들을 찾아가고, 인사하고 안면을 트며, 양보함으로써 상대의 인정을 받겠다는 병신들이 오히려 많아지는 이유다. 박병식이 그 대표적인 예다. 유인태도 다르지 않다. 보수로부터 인정받아야 자격이 생기고 가치가 생긴다. 위청같은 놈들이다. 내가 태생이 비천했으니 고귀한 이들의 눈에 잘 보여야 그 비천함을 지울 수 있다. 

 

아무튼 박형준이 이번에 아주 재미있는 인사를 했던데 언론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박형준 정도면 일개 지자체장 정도가 아닌 전국구 인물일 텐데도 그렇다. 오세훈은 어떨까? 그에 반해 이재명은 시장 시절 사기죄로 재판받던 공사사장을 경질했다는 의혹으로 오만 욕을 듣고 있는 중이다. 어째서 민주당 20년 집권이 필요한 것인가. 두 번도 부족하다. 세 번, 네 번, 아니 10번은 더 정권을 잡아야 이 꼬라지를 잡을 수 있다. 욕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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