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에서 임직원의 정년은 50대 중반부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베이비부머라 하면 한국전쟁이 끝난 1955년부터 1974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 가운데서도 1955년부터 1963년까지를 전기 베이비부머, 1964년부터 1974년까지를 후기 베이비부머로 분류한다. 다시 말해 전기 베이비부머는 이미 거의 은퇴를 마쳐가고, 후기 베이비부머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다시피 80년대 산아제한에 이은 출산률 저하로 젊은 세대의 수는 은퇴하는 50대 베이비부머 세대에 한참 못미친다.


그래서 허수가 생긴다. 당장 보건과 의료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늘어나며 전에 비해 노인의 수는 즐기는 커녕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나이가 많아 현직에서 은퇴할 나이인데도 더구나 15세 이상이면 누구나 생산가능인구로 분류되기에 생산가능인구의 절대수는 출산률의 저하로 그 수가 꾸준히 줄고 있음에도 젊은 세대의 성장과 더불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말했다시피 대부분 기업들에서는 50대 중반 이후로는 정년을 맞게 된다. 이미 정년을 맞아 퇴직한 사람을 과연 어느 사업자가 기꺼이 좋은 조건에 채용해 쓰려 하겠는가 말이다. 지표상으로는 생산가능인구인데 현실에서는 사실상 취업포기인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를 통해 일자리를 떠나고 그렇게 출산률 저하에 따라 그 수가 줄어든 젊은 층이 계속 유입되면 과연 고용지표는 어떻게 나타나겠는가.


말한 바 있다. 고용률은 취업자수/생산가능인구로 계산한다고. 다시 말해 생산가능인구가 늘고 퇴직자의 수가 신규취업자의 수보다 늘어나면 고용률은 따라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들 퇴직자들이 아예 구직을 포기하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니 실업률 자체는 오르지 않게 된다. 이들이 더구나 취업을 해보겠다고 취업시장에 나서게 되면 실업률까지 따라서 오르게 된다. 취업할 의사는 있는데 취업하지 못했으니 실업률에 포함되는 것이다. 반대로 어차피 퇴직자를 위한 일자리 자체가 없어서 구직을 단념하거나 했으면 실업률은 오르지 않게 된다.


그러면 퇴직자만 문제일까? 갈수록 오르는 물가에 비해 임금소득이 적어지니 이전에는 그저 집안에서 살림만 하던 주부들도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좋은 일자리는 아니다. 고작 최저임금이나 받는 비정규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이전에는 아예 취업따위 하지 않고 살림만 했으니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혔는데 취업을 했으므로 경제활동인구로 잡힌다. 전체 고용률도 따라서 올라가게 된다.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때는 비경제활동인구인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취업인구로 분류된다. 반대로 앞서 말한 정년을 맞아 퇴직한 인구 가운데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늘어나면 구직포기자가 늘어나면서도 거꾸로 고용률은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도 보게 된다. 참고로 지금 은퇴하는 후기 베이비부머세대들은 그나마 국민연금 등 노후에 대한 보장이 어느 정도 되어 있어서 이전 세대와 달리 생계를 위한 취업의 요구가 그렇게까지 높지 않은 편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최초의 노년세대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은 고용지표의 이면이라는 것이다. 전기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거의 은퇴했고 이제 후기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했다. 과연 본격적으로 정년을 맞아 현직에서 물어나기 시작한 이들 세대를 고용지표는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가. 그러면 이들로 인한 고용지표의 변화는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심지어 전문가랍시고 인터넷에서 강의하는 인간들 가운데서도 이런 부분을 과감하게 무시해 버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15세 이상이면 생산가능인구다. 그러나 과연 55세 이상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울 것인가. 제조업에서도 서비스업에서도 거의 이들을 반기지 않고 있다. 그러면 단지 생산가능인구라는 이유만으로 이들 세대를 다른 생산가능인구들과 같이 여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한가. 왜 정부에서는 노인일자리를 만드는데 많은 재정을 쏟아붓고 그것은 고용지표에서 또 어떤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는가.


하여튼 고용지표라는 게 그만큼 분모도 다양하고 분자도 다양하고 변수도 많다는 것이다. 가정주부, 학생, 휴직자, 구직단념자, 구직무관심자, 기타등등등등등의 분모와 임금노동자와 비임금노동자, 그리고 그 안에 수많은 다양한 분류들 가운데, 다시 세대별 다른 현실들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그 숫자로 거짓말을 한다. 그러니까 지금 눈앞에 놓인 지표를 어떻게 올바로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는가. 그냥 실업률만 보게 되면 오히려 구체적인 정책에서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노인일자리 정책 같은. 정년을 맞은 퇴직자의 수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 노인일자리에 신경쓰지 않으면 그 부담은 온전히 사회로 돌아가게 된다.


몰라서 안 쓰는 것인지, 아니면 알아도 안 쓰는 것인지. 민언련에서도 그러더라. 왜 한겨레와 경향은 보수언론의 왜곡보도에도 반박하거나 정정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인가. 차라리 이명박근혜가 돌아오는 것이 낫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는 꼴을 저들은 눈뜨고 보지 못한다. JTBC는 특히 경제관련해서는 중앙일보와 취재시스템을 공유하는 부분이 적지 않은 듯 보인다. 손석희 자신도 경제와 관련해서는 그다지 전문적이지 않은 듯 보이고. 가끔 기자 개인이나 학자 개인이 나서서 사실을 정정해주고는 한다. 공부해가며 뉴스를 읽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진짜 뭣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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