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벽이란 중력을 거스르는 것이기에 아주 작은 틈 하나 때문에도 얼마든지 허물어질 수 있다. 둑이 무너지는 이유고 성벽이 주저앉는 이유다. 문제는 벽이란 또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내부를 분리하는 구조물이란 것이다. 그렇게 벽이 허물어졌을 때 그로부터 지켜지던 안은 어떻게 될까? 둑이 무너지고 성벽이 사라진다.

 

그래서 중국은 수 십 년 전 천안문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청년들을 그토록 잔혹하게 진압했던 것이었다. 아마 덩샤오핑이 말했을 것이다. 피해는 최소화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피는 반드시 봐야 한다. 다시는 중국의 인민들이 그처럼 일어나지 못하도록. 감히 공산당 정부에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아니면 공산당 일당독재라는 억압적 체제는 바로 그 중국의 인민들에 의해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그렇게 지금껏 지탱해 온 체제였다. 반체제인사들을 잡아가두고, 심지어 고문하고, 처형하며, 독립을 요구하는 소수민족들을 잔인하게 탄압하면서 겨우 유지하고 있던 체제였다. 그를 위해서 인터넷까지 통제하며 막대한 재정을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데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중국 밖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경제적 풍요로 중국의 인민들을 길들인다. 그렇게 위험한 수준까지 부채를 늘린 상황에서도 다시 미중무역전쟁으로 경기가 안좋아지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려 시도한다. 아니면 공산당 일당독재를 유지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 홍콩에서 반중국시위가 크게 일어났다. 중국의 일방적인 지배에 반대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는가.

 

천안문사태 당시와는 사정이 전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때는 미국도 유럽도 중국에 바라는 것이 있었다. 기대하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어찌되었든 중국공산당이 하는대로 가만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전쟁중이다. 미국이 총대를 메고 나선 상황에 유럽 국가들이 신중하게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편을 들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중국과 손을 잡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중국이 자칫 홍콩에서 유럽국가들의 시민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중국을 굴복시키는 것은 유럽국가들 입장에서도 리스크는 크지만 그렇다고 손해만 보는 장사는 아닌 것이다. 그동안 중국의 불공정한 행태에 가장 크게 피해입은 곳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럽의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아직 명분이 부족하기에 그만한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할 결심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중국이 빌미를 주고 유럽국가들의 시민사회가 움직이면 유럽국가들 입장에서도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홍콩시위가 중국정부 입장에서 무척이나 곤란한 일방적 외통수일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미국이 괜히 한 마디 거들고 나서는 이유인 것이다. 유럽 정부들도 은근슬쩍 숟갈을 올리려 하고 있다. 어디 한 번 천안문사태 때처럼 해보라. 그때처럼 힘으로 진압해 보라. 하지만 그러지 못하면 결국 중국공산당 정부는 그 지배력에 한계를 보이는 것이 되고 홍콩시위는 중국 내부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인민들이 그저 중국공산당의 지배가 마음에 들어서 참고 숨죽이고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어차피 될 리도 없고 그만큼 위험한 일이기에 아닌 척 자신을 억누른 채 순응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런데 홍콩에서 중국공산당도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이 있음을 알게 된다. 더이상 중국공산당이 과거처럼 잔인해질 수 없게 된 상황을 알게 된다. 어떻게 되겠는가.

 

잔인하게 힘으로 진압할수도, 그렇다고 자칫 중국 내부로 확산되도록 손놓고 지켜만 볼 수도 없다. 전자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손잡고 자신들에 대항할 빌미를 줄 것이고, 후자는 자신들의 지배가 안에서부터 허물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선택해야만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미국과 타협하는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항복을 선언한 뒤 미국의 용인 아래 다시 전처럼 힘으로 홍콩을 진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근본적인 대처는 못되는 것이 결국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게 될 경우 중국의 경제에 타격은 불가피하고 그 책임마저 모두 중국공산당 - 특히 시진핑에게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시진핑을 버릴 것인가? 말 것인가? 그나마 최선일 수 있을 것이다. 시진핑을 버리고 중국공산당은 적당한 양보와 타협 끝에 여전히 중국의 지배자로 살아남는다.

 

중국이 미국을 의심하는 이유인 것이다. 너무나 절묘한 순간에 시위가 일어났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어떻게 손을 쓰기에는 상황이 너무 공교롭다. 아마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 특히 시진핑으로서는 지금 상황을 불러일으킨 캐리 람을 어떻게든 잡아들여 책임을 묻고 싶지 않을까. 미국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유럽 국가들 입장에서도. 항상 전쟁과 침략은 자본에게 기회가 되어 준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누는 전리품의 유혹은 너무나 달콤한 것이다. 중국정부의 불공정한 규제 없는 중국시장이란 유럽 기업들 입장에서 얼마나 아름다운가.

 

지켜볼 일이다. 시진핑이 과연 G20에 참석해서 트럼프와 담판을 지을지. 트럼프에게 항복을 선언한다면 자칫 홍콩에서 천안문이 재현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다고 끝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어느 쪽이든 곤란할 것이다. 일당독재의 함정이다. 부자연스러운 것은 오래 갈 수 없다. 어쩌면 나는 중국을 너무 사랑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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