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요청에 대한 트럼프의 대답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 지난 정부에서 미국의 태도가 어떠했는가 돌이켜보면 이마저도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결과라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한일관계에서 일본을 우선해 왔었다. 심지어 북미대화에 있어서도 일본의 입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친일은 미국 정부의 일관된 기조였었다. 하지만 이번 한일무역분쟁에 있어서는 일방적으로 일본의 편을 들지 못하고 있다. 왜?

 

트럼프 개인의 정치적 욕심도 물론 작용했을 것이다. 북한비핵화야 말로 트럼프가 외교에서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업적이다시피 하다. 비핵화가 순조로우려면 한국 정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크게 넓게 미국의 전략이라는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어느새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여 대양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다. 중국이 바다로 나오는 것을 막으려면 중국의 연안에 위치한 한국, 일본, 대만 등 전통적인 우방국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그냥 중국 엿먹이려는 - 아니 엿먹이겠다는 의도가 맞을 것이다. 대만을 무장시켜서 중국의 코앞에 확실하게 비수를 박아 놓겠다. 그러면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에서 군사경제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나라는 그나마 한국과 일본 정도가 전부다. 대만을 무장시켜봐야 한국과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것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미 기존의 전력으로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국인 두 나라가 장차 군비를 강화해서 미국과 연합한다면 중국이 아무리 군사경제적으로 성장해도 대양으로의 진출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한국 해군이 원자력 잠수함을 도입하려 한다, 혹은 오늘 언론에서 나온 항공모함을 보유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미국의 요구다. 더이상 일방적으로 주한미군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 아닌 미국과 함께 공동의 전략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동반자로 올라서야 한다. 실제 얼마전 미국의 발표해서도 한국을 인도태평양전략에 있어 중요한 축으로 일본과 같은 급으로 격상해 언급하고 있었다.

 

더이상 일본만이 아닌 한국의 역할도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중요하다. 일방적으로 일본의 편을 들다가 자칫 한국 국민의 감정이 상하게 된다면 미국에도 좋을 것이 없다. 사실 지난 정부에서도 한국의 위상 자체는 지금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당시도 여전히 세계적인 경제대국에 군사강국이었고 따라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전략에서 중요한 축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다만 대통령이 병신이라. 그같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이해하고 함께 할만한 지적 능력을 갖추지 못했었다. 한국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가에 미국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이기도 했었다. 1990년대 같았으면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을 중국에게나 미국에게나 한국의 전략적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함부로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개입하지 않겠다. 일방적으로 미국 자신의 입장을 두 나라에 강요하지 않겠다. 위안부 합의를 강요하며 한일관계정상화를 강제했던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태도와 달라진 부분이다. 한국은 더이상 미국이 함부로 대해도 좋은 나라가 아니다. 원래 그만한 위상은 있었는데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대통령과 만났다. 호르무즈에도 한국 해군이 함께 출진해 달라. 좋은 기회다. 기왕에 미국과 동맹이고자 한다면 확실하게 그 고리를 단단히 조여 둘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과 전략적인 목표를 함께 하는 동반자다.

 

미국의 입장도 일본의 입장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중재자의 역할이 될 것이다. 두 나라 사이를 중재하되 결론을 임의로 정하고 몰아가지 않는다. 다음은 우리의 몫이다. 과연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의 중재 아래 얼마나 우리의 입장과 이익을 관철할 수 있을 것인가. 예상대로 참의원 선거가 끝나자 중재는 시작된 듯하고 우리의 역할도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모르는 사람만 욕한다. 중립조차 우리에게는 큰 성장이자 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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