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의미는 없겠지만 먼저 한 가지 선언을 하자면, 나는 앞으로 절대 자영업자들의 임대료나 권리금, 불공정한 프랜차이즈 계약 등의 문제에 대해 절대 한 마디도 보태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자영업자들 자신이 선언했다. 최저임금이 문제다. 최저임금만 문제다. 다른 건 아무 문제도 아니다. 그런 식으로 언론을 통해 정치권을 통해 자기 주장을 전해 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 내 월급 깎겠다는 소리인데 괜히 편들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소득주도성장이란 최저임금인상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하도 언론이 그렇게 떠들어대니 실제로 그렇게 여기고 최저임금의 사실상 동결이 소득주도성장의 후퇴를 의미한다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소득주도성장이란 다른 말로 소비주도성장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수출이 줄면 당연히 경제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처음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이 세상에 나올 무렵 아직 반도체가격이 오르기 전이라 수출실적은 악화되고 내수까지 침체하며 경기는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당장 수출을 늘리기는 어려우니 그렇다면 내수를 통해 경기를 살려보자. 그래서 당시 박근혜정부에서도 초이노믹스라고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왜? 아무리 그래도 빚 가지고 소비를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인 국민 개인의 소득부터 늘려야 한다. 물론 임금만 올려서 소비를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으니 여러 복지정책들을 통해 가계의 지출을 줄여줌으로써 결과적으로 가처분소득을 올리는 효과를 노려 볼 수도 있다. 어찌되었거나 개인이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주어야 소비를 통해 기업들도 매출을 올리고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그 첫 단추가 바로 최저임금인상인 것이고 그와 병행에서 추진되는 것이 문재인케어로 대표되는 각종 복지정책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정작 소비자 자신의 심리가 얼어붙으면 늘어난 소득마저 결국 저축으로 묶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의 지갑을 열도록 할 수 있을까?

 

얼마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뉴스룸에 출연해서 했던 말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소비를 해야 하는데 하도 언론들이 경제가 나쁘다 난리를 쳐대니 - 뉴스룸도 여기에 크게 한 몫 한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경제의 안좋은 부분만 들추어 국민들의 위기감만 자극하는 보도를 손석희 자신도 꾸준히 내놓았었다. - 시장의 심리가 위축되어 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가 늘지 않고 있다. 사실 소비는 실제 늘고 있었다. 그럼에도 보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에 그 사실이 시장에서 상승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1만원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다시 지랄해대는 진보언론과 단체등이 우스운 것이다. 그렇게 경제 안좋다 경제 망하고 있다 함께 노래를 부르다가 정작 그때문에 정부의 정책이 후퇴하자 다시 나서서 비난부터 해대고 있다.

 

경제는 심리다. 시장의 심리가 살아나야 경제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런데 언론들은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심지어 진보언론마저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으로 경제가 망하고 있다는 기사 위에 자기들만의 논리로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다 죽어나가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낸다. 그렇지 않아도 미중무역전쟁으로 대외여건도 안좋은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어떤 노력을 기울인다고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홍남기 부총리에게 국가채무비율에 대해 물었던 것이었다. 시장이 최저임금인상을 바라지 않고 있기에 다른 방법으로 국민 개인의 소비여력을 늘려주어야 한다. 바로 재정정책이다.

 

지금 차를 사면 세금을 깎아주겠다. 전자제품을 새로 구입하면 돈을 오히려 돌려주겠다. 국내여행에 한정해서 비정규직노동자에게 여행비용을 지원해주겠다.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한 청년수당으로 게임기를 사든 뭘하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게임기를 사면 그 돈이 어디로 가겠는가. 게임기를 제조한 곳이 어디든 결국 게임기를 수입해서 유통하고 직접 판매하는 이들에게 그 돈은 흘러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소비다. 그러니까 지금 차를 사라. 전자제품을 사라. 여행을 가라. 소비를 해라. 정부가 돈을 깎아주고 직접 지원도 해주겠다. 최저임금을 굳이 올리지 않아도 그렇게 정부의 재정을 통해 소비를 독려할 수 있다. 더불어 지금이라면 기업이 투자를 했을 때 역시 세금을 깎아주겠다. 다 돈이다. 그 돈을 세금마저 깎아주고 있는 지금 국채를 발행해서 해결하겠다.

 

소득주도성장이 폐기되거나 후퇴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단지 방향을 바꾼 것이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오히려 시장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에 시장의 요구를 따르면서 전략을 달리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아마도 이 역시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물가도 정체되자 정책의 시점과 방향을 바꾸게 된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국민이 소비할 수 있도록 여건만 정부가 만들어줄 수 있으면 된다. 모르긴몰라도 내년 정부의 예산은 올해 정도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일본의 경제도발까지 더해서 경제상황이 악화된 만큼 더 큰 재정투입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그래서 웃기는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정부의 재정정책은 오히려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일 터였다. 일단 소비가 살아나야 기업들도 국내시장에서 매출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 경우 오히려 기업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요구하고 지지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자신들이 소유한 언론들을 통해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강요하고 있다. 소비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소비따위 하지 않아도 좋다. 정작 한국 기업 가운데 지금 내수라도 없으면 망할 기업이 거의 대다수라는 것이다. 수출하고 싶어도 경쟁력이 없다. 노동자의 임금만 깎고 일하는 시간만 늘리면 경제문제는 다 해결된다. 기업들이 병신인 것일까? 아니면 언론이 병신인 것일까?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지금에 와서 더 괘씸하게 여겨지는 것이 진보언론과 단체들일 것이다. 뭐 하나라도 지지는 못하더라도 망한다는 소리는 않고서 이제 와서 불만을 이야기하던가. 정부의 입지는 입지대로 좁히고 정부가 약속대로 하지 않는다 비난부터 한다. 같이 망한다 망한다,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장영업자며 중소기업이며 죄다 어렵다며 보수언론과 보조를 맞추다가 시장의 압력에 정부가 정책을 선회하자 비난부터 한다. 최저임금인상에라도 힘을 실어주던가. 52시간 근무제라도 여론을 돌리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이던가. 자신들이 요구하고 지지하는 정책이라도 정부의 편에는 서지 못하겠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란 존재는 대단하다. 단 하나 저들이 자신의 원칙을 저버리는 경우일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후퇴했는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란 정책기조를 이번을 계기로 폐기한 것인가? 속도조절조차 아니다. 그냥 최저임금인상만 시장의 요구대로 최소한으로 억제키로 한 것이다. 벌써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는 더 많은 정책들이 쏟아지게 될 것이다. 포퓰리즘같은 것이 아니다. 그만큼 다급하고 절박한 것이다. 그만큼 현재의 경제상황이 어렵다. 언론만 모른다. 그런 것들까지 알기엔 탐욕이 눈을 가렸다. 멍청하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한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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