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초기였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탄핵되고 열린우리당의 이름으로 총선이 치러지고 난 즈음이었다. 당시 한창 정치적인 이슈가 되고 있던 지역주의 문제에 대해 진중권이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었다. 호남차별은 없었다. 호남의 투표와 광주는 전혀 아무 상관도 없다. 호남의 민주당 몰표는 단지 김대중 개인을 추종하는 지역주의의 표현일 뿐이다. 득표율만 봐도 호남의 지역주의는 영남의 그것보다 더 심하다. 

 

사실 역대 보수정당과 민주정당의 구성원이나 지지자의 성향을 가르는 기준은 보수나 진보 같은 이념이 아니었었다. 그보다는 광주를 어떻게 보는가의 문제였었다. 어쩌면 보수정당 지지자들보다 대부분 사안에서 훨씬 더 보수적인 이들조차 광주로 인해 보수정당을 지지하지 못하고 민주정당을 지지한 이들이 적지 않았었다. 그래서 열린우리당 시절 그리 서로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었다. 원래 한 정당으로 묶일 수 없는 이들이 한 정당에 몸을 담고 있었으니 싸움이 안 날 수 없었다. 지지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도저히 양심상 보수정당은 지지할 수 없다. 아마 진보정당 구성원이나 지지자 가운데서도 나이 좀 있으면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광주를 건드려서는 안된다. 더욱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오랜동안 홀대받고 차별받아왔던 호남을 함부로 언급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호남이 당시 민주노동당에 대해 이념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다짜고짜 싸움을 걸기 시작한 것이었다. 전두환 정권 당시 호남에서 여당이던 민정당의 득표가 많았다는 사실 하나를 가지고 광주도 가짜고 호남차별도 가짜라며 호남의 투표를 단순한 지역주의 투표로 매도해 버린 것이다. 어째서 당시 호남에서 원수라 할 수 있는 민정당에 표를 주었어야 했는가에 대한 이해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과연 당시 민한당이 제대로 된 야당이기는 했던가. 

 

그러고보면 지금 검찰발로 글을 싸지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기는 민주화운동한다고 검찰조사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진보운동한다고 검찰에 의해 아예 죄가 조작되어 억울하게 감옥살이 해 본 경험도 전혀 없을 터였다. 남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다. 자기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진중권이 꽤나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그래서 추측해 보게 된다. 진성 싸이코패스가 아니라면 대개 이런 경우 불행한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타인의 고통이나 상처에 대해 무감각해진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박근혜도 그런 경우다. 과거의 불행한 기억에 사로잡혀 타인을 생각할 여유를 잃어 버렸다. 내가 가장 불쌍한데 왜 다른 사람을 신경써야 하는 것인가.

 

군사독재 아래에서 단지 호남이란 이유로 차별당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가족이, 혹은 친척이, 아니면 가까이 지내던 누군가가, 그리고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겪었거나 간접적으로 들어왔을 당시 호남 사람들의 처지를 전혀 겪어 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아예 정권에 의해 빨갱이로 낙인찍히며 제대로 된 직장도 구하기 힘들고, 공직에 나가더라도 진급은 포기해야 했던 절망적인 시절에 대해 단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지금도 영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기용되면 별 말 없다가 호남 출신이 조금만 많아지면 모든 언론이 난리를 쏟아낸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사정에 대해 이해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을 터이기에 그냥 드러난 표면만 보고 단정짓고 아무렇지 않게 모욕과 조롱을 쏟아내는 것이다. 아마 당시 진중권이 호남에 대해 썼던 표현이 전라민국이었던가 그랬을 것이다. 전라공화국이었던가?

 

가끔 말되는 소리를 해서 주의해서 볼 때도 있지만 진중권이란 인간에 대해 놓아 버린 것이 바로 그때를 계기로 해서였었다. 이후 진중권과 관련한 여러 사건들을 보더라도 그때 내 판단이 크게 잘못되었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경우를 보더라도 상당히 정확했다는 확신마저 가지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과연 보수적인 사회에서 진보적인 가치를 실현하고나 행동에 나섰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고초를 겪어야 했었거나 그런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진보정당의 지지자 가운데 진중권처럼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더구나 특수부 수사에 대해 저토록 전적인 신뢰를 보이는 경우란 아주 특수한 소수 말고는 없다 봐야 할 것이다. 오랜 친구였다면서 그런 친구를 위해 한 번 쯤 그의 편에 서고픈 생각조차 잠시라도 해 본 적 없었을까.

 

원래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따져가며 글을 쓰던 타입이 아니었다. 그래서 방송에 나와서 사실을 가지고 논쟁하거나 할 때면 말을 잃고 방관자로 전락해 버리곤 하는 것이다. 기껏 토론에 끼어들더라도 자신의 얄팍한 지식수준만 들러내고 마는 경우가 더 많았다. 변희재에게 쳐발렸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면 그렇지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었다. 상대가 변희재라는 게 충격이기는 했지만 진중권이 누군가에게 논쟁으로 쳐발리는 것은 꽤 익숙한 일이기도 하다. 유시민이 그랬었다면 아마 진보진영 전체에 상당한 충격이 있었을 것이다. 

 

운동하다 말고 잠깐 기사를 검색하다가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오르고 말았었다. 정확한 시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총선 전이었는지 그 뒤였는지. 그러니까 이런 인간을 진보논객이라 부르는 자체가 잘못된 호칭이란 것이다. 언론이 오히려 진중권을 진보논객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인상마저 받게 된다. 원래부터 쓰레기였고 그동안도 쓰레기였고 지금도 쓰레기다. 다만 가끔 하던 옳은 이야기에 보류하던 평가를 마무리짓는다. 쟤는 그냥 쓰레기다. 그런 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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