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혼란을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 노동법에 주당 노동시간은 40시간 이하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최저시급을 가지고 월수입을 계산할 때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최저시급이 9160원이면 한 달 동안 풀타임으로 근무했을 때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계산하려면 주 52시간이 아닌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휴수당이나 연차수당, 혹은 시급제 일자리에서 유급휴가시 급여를 계산할 때도 주 40시간 5일 근무를 전제로 일 8시간 일한 만큼은 설정하는 것이다. 원래 추가근무나 야간근무가 많은 경우에는 그래서 유급휴가가 꽤 아플 수 있다.

 

다시 말해 주 52시간 근로는 원래 40시간 일해야 하지만 각 사업장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 최대 52시간까지 연장해서 일할 수 있다는 뜻인 것이다. 일 8시간 주 5일 일하고서도 정해진 기한 안에 일을 마쳐야 하는 경우 주말 동안 12시간을 더 일하게 되면 52시간이 되는 식이다. 이것을 이상하게 해석해서 주말근무를 달리 계산한 결과가 전정부에서의 주 68시간 근무허용이었던 것이고. 이미 법은 법정근로시간 이상의 근로를 사용자와 노동자의 편의를 위해 무려 12시간이나 여유를 두어 허용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마저도 부족하다 해서 선택근로니 탄력근로니 하는 게 나왔다. 이걸 몇 달 단위로 계산해서 주단위에서는 그 이상 일하는 것도 가능케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주 52시간이란 도대체 얼마나 되는 시간인 것인가. 일단 휴게시간은 노동시간에서 빠진다. 좆같지만 법적으로 4시간 근무에 30분 휴게시간을 주도록 되어 있을 텐데 이 30분은 근로시간 계산에서 빠지는 것이다. 즉 일 8시간 근무의 경우 점심시간을 포함 1시간의 휴게시간이 주어지면 이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점심시간 동안에는 직장인들이 마음대로 직장을 벗어나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자기가 원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작년 아파트 경비 면접을 보고 그냥 안하겠다 나와버린 이유였다. 법으로 정한 휴게시간인데 근무지에 대기해야 한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대기하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할 거면 그게 근무지 휴게인가?

 

아무튼 주 52시간에는 대부분 노동자들이 직장에 얽매여 있는 휴게시간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란 것이다. 점심시간 뿐만 아니라 규정근무가 끝나고 잔업이나 야근을 하게 될 경우에도 일정한 시간을 노동했으니 추가로 휴게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진짜 어지간히 막장회사가 아니면 6시에 근무 끝났다고 바로 휴식없이 근무를 연장하지 않는다. 일단 저녁부터 먹이고 한 숨 돌린 다음에 일을 시작한다. 그게 더 짜증이다. 그만큼 퇴근은 더 늦어진다. 무슨 말인가. 주 40시간 5일 근무의 경우 일 8시간을 일해야 하는데 여기에 휴게시간 1시간 만큼 대부분 노동자들은 직장에 붙잡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잔업이나 야근을 할 경우 다시 여기서 추가로 휴게시간 만큼 직장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면 집에는 언제 갈까?

 

아침 9시 출근이면 일 8시간의 경우 휴게시간 포함 9시간이 지난 오후 6시에나 겨우 퇴근할 수 있다. 여기에 주 52시간까지 노동시간을 늘리면 하루 2시간 이상을 더 일해야 한다. 휴게시간 포함하면 거의 3시간 추가다. 그냥 12시간으로 계산하면 간단할 것이다. 그나마 집이라도 가까우면 상관없겠지만 출퇴근에 1시간만 걸려도 앞뒤로 준비하는 시간 포함하면 바로 15시간이 된다. 자 남은 9시간으로 씻고 밥먹고 자고 일어나면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남기는 할까? 그런데도 주 52시간이 부족하다면 얼마나 더 일해야 한다는 것인가.

 

사람들이 주 52시간이 짧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휴게시간을 계산하지 않는다. 출퇴근시간을 계산하지 않는다. 일하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직장에 얽매여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시간인 것이다. 사실상 업무의 연장이다. 말이 출퇴근 1시간이지 실제는 그 이상 걸리는 경우도 현실에는 적지 않다. 나도 1시간 30분, 2시간 걸리는 거리를 출퇴근해 본 경험이 있다. 다시는 못한다. 아니 이제 30분만 넘게 걸려도 그냥 못하겠다 배째고 만다. 차안에서 보내는 1시간은 그냥 노는 시간이 아니다. 그만큼 또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해야 한다. 피로가 쌓이게 된다. 출퇴근시간 포함 자기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9시간 미만이라면 과연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내 일이 아니니까. 내가 그런 일을 할 일은 없을 테니까. 대학진학률이 쓸데없이 높다. 설마 대학까지 나온 내가 알바 아니고 최저임금이나 받을 일을 하겠는가. 아마 그래서 20대에서 근로시간단축이나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반감이 극심할 것이다. 알바나 하는 놈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받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 알바는 알바답게 대우와 대가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의 발언에도 반응이 없다. 중도층이 반발할 것이니 잘못된 발언이란 것이지 120시간을 제외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당장 그 말많던 청년정의당이 친묵하는 것을 보라.

 

아무튼 이 역시나 언론의 농간이란 것이다. 휴게시란 일도 않고 급여도 받지 못하지만 역시 직장에 매여 있는 시간인 것이다. 아무리 자유롭게 자기를 위해 쓸 수 있더라도 결국에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과정이다. 여기에 출퇴근 또한 노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기로부터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자기 시간임에도 직장에 구애된다. 그 시간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과연 주 52시간이 짧은 시간일 것인가. 주 120시간이면 흔히 사람들이 계산하는 것과 달리 주 7일 근무에서도 거의 하루 20시간을 일과 관련해서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운이 좋을 때다. 출퇴근 거리가 조금만 멀어도 잠도 차안에서 자야만 한다.

 

현실을 모르는 병신들이나 주 52시간이 짧다고 말한다. 아니면 집안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모지리들이나 집에 들어가기 싫으니 더 오래 회사에 남아있으면 바라는 것이다. 과연 그 긴 시간을 회사에 남아 있는데 집중력이 그만큼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출퇴근에 30분만 넘어가도 정신이 멍해지는데, 더구나 같은 장소에서 같은 풍경만 바라보며 같은 일을 10시간 이상 한다면 과연 제정신일 수 있을 것인가. 만일 그래서 더 일이 잘된다면 제정신이 아니거나 평소 일을 제대로 않고 있다는 뜻이리라. 세상은 넓고 병신은 넘치도록 많다. 항상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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