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본주의의 시작을 17세기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에서 찾고는 한다. 이유는 하나다. 바로 이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최초의 주식회사였기 때문이다. 돈을 가진 이들이 투자를 통해 지분을 나눠갖고 지분에 따라 이윤을 배당받는 방식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일상적인 경제활동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특별한 것은 그 지분을 문서로 만들어 제 3자와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었다는 데 있었다. 투자한 자본 자체를 재화로 삼아 거래하며 이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자본이 곧 수단이 되고 경제활동의 중심이 된다.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주식을 발행해서 시장에 내다팔아 투자를 받아낸다. 자본가는 굳이 자기가 직접 기업을 경영하지 않으면서도 자기가 투자한 만큼 지분을 가지고 이윤을 배당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지분 자체를 시장에서 거래함으로써 또다른 이익도 얻을 수 있다.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거둘수록 자본가가 투자한 자본의 가치는 커지고 지분의 가치도 올라간다.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기업의 지분을 가지려 할 테고 그를 통해 기업은 더 많은 자본을 주식을 통해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말 그대로 주식이야 말로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더욱 활발한 주식거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한국에서 유독 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은 5.16 이후 쿠데타 세력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으킨 증권파동의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다. 소수의 권력자나 큰 자본가들에 의해 시간이 마음대로 왜곡되고 교란당한다. 그래서 개미란 말도 나온다. 저들의 장난 한 번에 휩쓸려 사라지는 무력한 존재란 뜻이다. 그러므로 주식이란 투기판이고 주식을 한다는 것은 도박을 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주식투자와 주식소유를 부정적으로 본다. 주식에 투자하고 주식을 다량 소유한 것을 큰 잘못인 것처럼 인식한다. 과연 이런 것이 정상인가.

차라리 자본주의 그 자체에 비판적인 진보정당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입만 열면 시장을 말하고 자유를 말하던 이들이 주식투자와 소유에 대해 비판적이 된다. 그러면 돈을 가진 이들이 주식을 사지도 소유하지도 않으면 누가 있어 주식시장에서 거래를 할 것이며 기업들은 누구로부터 필요한 자본을 확보할 것인가. 그런데도 자본주의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가.

언론의 보도를 봐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기업들이 하청기업의 소송까지 챙기고 했었는가. 노동자의 재해에 대한 보험지급 판결이 어째서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 되는가. 재해가 났고 그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당연히 보험하는 약관되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보험사의 편을 들지 않았다고 친기업이라 한다. 직접적인 연관성도 찾을 수 없는데 그냥 주식을 많이 샀고 거래도 많았으니 잘못되었다. 그러면 주식 때문에 본인의 업무에 소홀했다는 증거라도 가져오던가.

그러니까 정의당은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 인간들이야 자본주의 자체에 상당히 부정적이니까. 주식거래란 자체가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자본주의 국가 아닌가. 더구나 주체로서 누구나 주식을 사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하는 자유시장경제체제를 가진 국가가 아니던가. 그래서 아마 청와대 인사라인에서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주식을 사고 거래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주식을 소유한 것이 부도덕이 될 수 없다. 정치의 논리다. 정히 보유한 주식으로 인한 이해충돌이 우려된다면 백지신탁이라는 훌륭한 제도도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것인가.

아무튼 웃기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자기가 잘나서 자기가 노력해서 돈 많이 벌었으면 어떻게 쓰든 무어라 상관해서는 것이다. 자본의 획득과정에서 다른 부정이 없었다면 자본은 항상 정의로워야 하는 것이다. 다만 그에 대한 사회적 책임으로서 세금은 더 많이 내야 할 필요가 있다. 세금을 낸다는 것이 벌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세금을 혹시 탈루하기라도 했는가. 그도 아니면 어째서 주식이 죄가 되어야 하는가. 그에 대해 당당히 반론하지 못한 후보자에의 태도가 그래서 더 문제일 수밖에 없다. 당당할 수 없는 짓은 공직자가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뉴스를 보다가 어이가 없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주식을 사고 거래한 것이 죄가 된다. 자기가 번 돈으로 주식을 대량으로 사서 가지고 있었던 것이 죄가 된다. 왜 죄가 되는지 자세한 내용같은 건 필요없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니 죄, 주식을 가지고 있으니 죄, 도대체 이놈의 나라가 자본주의 국가는 맞는가 하는 것이다. 언론이 병신이라는 이유다. 하여튼 별 해괴한 소리들을 다 듣는다. 주식을 사고 소유하는 사람이 있어야 주식시장도 돌아가고 국민연금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자본주의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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