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생각이 너무 많으면 안된다. 생각이 많으면 걱정도 많고, 걱정이 많으면 두려움이 생기게 된다. 두려움이 생기면 움츠러들게 된다.


리더의 역할은 하나다.


"나를 따르라!"


모두가 두려워하며 머뭇거리고 있을 때 가장 앞에서 모두를 독려하며 앞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이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끝까지 중심을 지키며 당의 개혁을 일정부분 이루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 문재인의 지지율은 당시 야권에서도 최고라 할 수 없었지만 이후 문재인은 부동의 야권후보로 바로 직전의 총선결과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대선후보로서 유승민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결격사유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그나마 대선 직전 상당수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며 당이 존재마저 위협받던 상황에 그래도 끝까지 따뜻한 보수라는 가치를 밀고 나가겠다 외쳤을 때는 호응도 상당했었다. 그래도 희생을 감수하며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것이로구나. 나름 자유한국당의 대안으로서 따뜻하고 합리적인 보수에 대한 대중의 요구도 상당하던 터였다. 참고로 당시에도 20대의 상당수는 자유한국당과 다른 바른정당의 보수에 대해 기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가?


정작 중요한 고비마다 유승민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과감하게 바른정당이 치고 나가야 했을 때, 그리고 바른미래당으로 합당하고 승부수를 걸어야 했을 때 유승민은 그 자리에 없었다. 물론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모든 언론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당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흔들림없이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반대정파의 공격에 쉽게 감정을 드러내며 불안한 현실에 쉽게 좌절하며 주저앉는다. 과연 리더의 모습인가?


하긴 지난 총선에서의 모습도 그랬었다. 정히 승부를 걸려 했으면 근거지인 대구가 아닌 수도권에서 출마해서 자신을 증명했어야 했다. 격전지인 수도권에서 당선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국민들에 각인시킬 수 있어야 했다. 그토록 수많은 바보짓들로 알아서 자멸한 안철수가 지금도 유승민보다 윗급으로 평가받는 이유인 것이다. 안철수도 충분히 비겁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힘든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한 서울시장에 당의 이름을 걸고 출마해서 상처입으며 낙선한 바 있었다. 그러고보면 바른미래당의 합당 당시도 지금 민주평화당에 있는 반대파와의 힘겨운 싸움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도 언론을 통해서 안철수의 이름이 거론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도대체 유승민은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바른정당 출신의 새누리당 탈당파들이 동요하며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려 안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유승민이 제대로 리더십을 보여주었으면. 당장은 어렵더라도 언젠가 가능성이 보일 것이라는 확신만 심어주었다면. 아니면 최소한 망하더라도 의미있게 망하는 것이라는 기대라도 가질 수 있었더라면. 그러나 아무것도 없이 당장 리더라 할 수 있는 유승민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기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데 누가 그를 끝까지 믿고 따르겠는가. 다만 아무것도 없이 돌아갈 경우 진짜 손에 아무것도 쥐어지지 않을 것이 두려워 유승민을 앞세우려는 것 뿐.


이제와서 유승민이란 잊혀진 이름일 뿐이다. 단지 바른미래당 안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갈 일부 국회의원들의 구심점으로 그 가치가 거론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대선후보 이전에 과연 다음 총선에 출마나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 그래도 전국구 국회의원으로서 지역구 주민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가?


원래 유승민에 대한 기대가 그리 높지 않았었다. 말 뿐이다. 그저 말 뿐인 샌님이다. 똑똑하고 많이 알고 말도 잘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순욱이나 제갈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스스로 리더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나마 순욱과 제갈량은 지조라도 있었지 유승민은 그마저도 없다. 끝까지 박근혜도, 새누리당도, 이제는 바른정당도 바른미래당도 지키지 못했다.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책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유승민이라. 그래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잊혀진 이름이기에. 잊혀진 리더에게 미래란 없다. 항복하고 남의 밑으로 기어들어갈 뿐이다. 그러고도 그 끝이 좋았던 경우란 역사에도 드물었던 것 같지만. 안타깝지도 않다. 딱 거기까지가 제 그릇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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