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여성이나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논란과 관련해 말한 바 있을 것이다. 혐오란 단지 대상을 싫어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대부분 흑인을 싫어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조차 선량한 흑인들에 대해서는 호감을 드러낸다. 백인을 공경하고 흑인으로서 자신의 주제와 분수를 안다면 딱히 싫어할 이유가 없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흑인들이 현실에 그리 많지 않으니.

성소수자들이 다수 대중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을 이렇게 가려서 해야만 한다. 그런데 왜? 성소수자도 인간인데? 인간으로서 당연한 존엄과 권리를 가지며, 또한 나와 같은 이 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그들만 말과 행동을 가리고 조심해야 하는가? 성소수자 아닌 대중을 의식해서 그들이 원하는 말과 행동만을 보여주어야 하는가?

그래서 여성주의에 대해서도 말한 바 있었다. 어떤 여성주의를 할 지는 여성 스스로 선태하는 것이다. 여성주의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것을 얻으려 하는가도 역시 여성 스스로 결정할 일인 것이다. 비판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내가 인정하는 여성주의만 여성주의라고 일방적으로 단정짓고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것이야 말로 여성과 여성주의에 대한 혐오일 수 있다.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남성이 여성을 어떻게 여기고 대하는가도 개인으로서 남성이 가지는 권리이기도 하다. 특별히 문제가 될만한 말이나 행동을 보이지 않는 이상 남성의 생각마저 인위로 강요하려는 것은 폭력이다.

과연 무엇이 흑인에 대한 차별인가. 어떤 것이 흑인에 대한 편견인가. 물론 그 답은 흑인이 안다. 흑인이 보기에 혐오이고 차별이면 혐오가 되고 차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흑인들이 주장하는 것이 모두 옳은 것인가. 얼마든지 반론할 수 있다.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오히려 흑인을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금지하는 것은 또다른 폭력이며 차별이다. 그렇게 대화를 통해 서로를 설득하며 합의점을 찾아나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말과 행동이 모두 흑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일방적으로 금지하고 백인들을 가르치려 한다. 괜히 미국사회에서 과도한 PC에 대한 반발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견 자체를 허용하지 않으니 반감만 심해지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생각은 모두 다를 수 있다. 여성을 위하고 존중한다 생각하는데 그 방법과 수단이 서로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여성을 오로지 하나로만 생각하고 하나의 방식으로만 대해야 한다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여성을 정형화하고 그런 여성을 대하는 남성의 태도를 획일화하는 것은 과연 민주주의 사회에서 옳은 행동인가?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기에 너는 틀렸다. 틀렸으니 배워야 한다. 내가 너를 가르치겠다. 계몽주의는 동등한 인격을 가진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보다 열등한 대상에 대해 베풀어지는 것이었다. 내가 너희들을 어둠으로부터 구원해주겠다.

그러고보면 진보라 자처하는 인사들 하는 말이나 행동이 거의 비슷하다. 내가 옳다. 내가 주장하는 것이 진리다. 너희는 틀렸다. 그러니 배워야 한다. 내가 가르쳐야겠다. 가르쳐서 바꿔야겠다. 동등한 인격을 가진 개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대화와 토론이지 교육이 아니다. 남성들에게 성인지교육을 시켜야겠다. 성인지교육을 시켜서 남성들의 생각을 뜯어고쳐야겠다. 자신들이 원하는 남성들로 만들어야겠다. 자신들이 원하는 남성이 아닌 다른 남성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이것이 혐오가 아니면 무엇인가?

내가 동의할 수 없으니 성소수자를 인정할 수 없다. 내가 인정할 수 없으니 여성주의는 가치가 없다. 그러니까 자기가 동의할 수 없으면 모든 남성들의 주장은 의미없는 것이다. 모든 남성들은 존중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저들이 주장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만 동의하고 받아들여야 자신들도 그런 남성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밖의 남성은 단지 여성의 적이다. 그래서 여성의 적 하겠다니까?

내 생각이나 주장이 과연 잘못되었는가 토론할 수는 있다. 그래서 만일 진짜 내가 잘못 알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면 기꺼이 인정하고 바꿀 용의도 있다. 내가 그동안 여성주의를 옹호하며 했던 많은 주장들 역시 그렇게 여성주의자들과 토론하며 그들로부터 배운 것들이다. 굳이 교육이 아니더라도 주장하는 바 근거와 논리가 타당하다면 대부분 남성들은 기꺼이 그 주장하는 바를 들어 줄 것이다. 어차피 남성들은 그러지 않을 테니 대화란 의미없다. 그런 게 편견이고 혐오라니까? 남성들이 지금 그러고 있어서 분노하는 것 아니던가? 그런데 왜 자신들이 싫어하는 행위를 남성들에게 하려 하는가?

다시 말하지만 지금 크게 불거지고 있는 젠더갈등이란 사실이나 논리의 영역이라기보다 감정과 정서의 영역이다. 기분나쁜 것이다. 모욕감마저 느끼고 마는 것이다. 누가 그렇게 만드는가?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그런 식으로 남성을 무시할 수 있는 근거가 다름아닌 남성이 쟁취한 권력이라는 사실이다. 남성의 권력에 기대서 남성을 무시하고 멸시한다. 이건 경멸의 대상이다. 어느 순간 내가 태도를 바꿔 특히 민주당내 여성주의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유다. 너희는 그냥 인간도 아닌 버러지들이다. 내 솔직한 감정이다.

남성도 인간이다. 남성도 여성과 같은 인격을 가지고 이성과 논리로써 사고할 줄 아는 동등한 이 사회으 구성원이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가져 본 적 있는가. 특히 나윤경, 그리고 진선미, 혹은 남인순인지 윤인순인지. 어째서 남성들은 분노하는가? 아니 이제는 분노가 아닌 혐오다. 공포다. 과연 막다른 지경으로 몰린 남성들은 여성주의자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순순히 그들의 의도대로 따라줄까? 자신들이 기대고 있는 그 권력도 결코 영원한 것은 아니다

솔직히 반페미니즘을 부르짖는 다수 남성들도 보고 있으면 꼴사납기는 마찬가지다. 비슷한 놈들끼리 모여 자기들끼리만 아는 논거와 논리로 서로 추천하고 응원하며 사실여부와 동떨어진 자신들만의 진실을 만들어낸다. 원래 인터넷 문화가 가진 한계이기도 하다. 예뻐서가 아니다. 반드시 옳기 때문도 아니다. 최소한 이 부분에 있어서는 누가 더 잘못하고 있는가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하다하다 이제 더는 못봐주겠다.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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