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최저임금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 2016년 내 월급수준은 처참했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최저임금 안 오른다고 물가까지 안 오르지는 않는다. 겨우 한 달을 살기 위해 들어 두었던 보험까지 몇 개 해지해야만 했었다. 지금도 후회한다. 그 실손보험 참 좋았었는데.


당영히 자영업자들 입장에서 나는 기대할만한 손님이 아니다. 일단 밖에 나가서 음식을 사먹는 경우도 거의 없고, 집에서 주문해 먹는 일도 거의 드물다. 당연히 돈이 없으니까. 부모와 함께 살면서 집에서 먹고 자는 것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대부분의 사정이 그렇다. 그런데 그런 직장 앞에서 식당을 한다면 얼마나 장사가 되겠는가.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몇 년을 그곳에서 일했으면서 편의점 말고 주변 식당을 단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었다. 뭘 파는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거의 알지 못한다.


그래서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날이 갈수록 오르는 것이다. 싸거든. 아무데서나 쉽게 살 수 있고. 굳이 도시락 안 싸고 밖에서 먹어야 하면 차라리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다. 그마저 부담스러우면 편의점 김밥으로 때운다. 실제 그런 식으로 편의점에서 한 끼 때우는 사람이 내 주변에도 아직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식당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기도 부담스러운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지금 회사 앞에도 식당들을 많다. 그러면 그들은 누구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겠는가. 덕분에 식당 상가도 공실이 아직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게 자영업의 현실이다. 정작 돈 쓸 사람은 적은데 그 돈 바라고 시작한 자영업은 갈수록 넘쳐난다. 아마 작년 퇴직한 부장들 차장들 가운데서도 적지 않은 수가 그냥 놀 수 없다며 퇴직금 받아서 아무거라도 창업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도 기술도 없이 무작정 얼마간의 돈만 믿고 창업에 들어간다. 그래서 돈을 버는 곳이 프렌차이즈다. 요식업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을 쌓지 않은 상태에서도 돈만 있으면 아무나 창업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데 그 비용이 과연 쌀까? 그렇게 새롭게 자영업자가 유입되면 그만큼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런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돈을 쓸 고객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오를수록 그 수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영업자는 오히려 늘어난다.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


악순환이다. 임금이 오르지 않으니 소비자는 돈을 쓰지 않고, 소비자가 돈을 쓰지 않으니 자영업자의 매출도 떨어지고, 그렇다 보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경우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 그래서 최저임금의 차등적용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자기들 가게에 돈을 쓸 손님들은 월급이 오르는 것이 좋고, 그러나 자기들이 월급을 주어야 하는 고용인들은 임금이 낮은 것이 좋다. 아는 것이다. 지금 이 상태로는 함께 공멸할 뿐이라는 걸. 이 많은 자영업자들을 모두 먹여살리기에는 소비를 해야 할 대부분 임금노동자의 수입이 충분치 못하다. 그러니까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서 내 부담은 줄이면서 손님들의 지갑은 두둑하게 만들어주자. 그래야 모두가 살 수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선순환이다. 그런데 과연 최저임금인상에 저항하는 것이 자영업자들 뿐이던가.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요구하는대로 최저임금을 억제하면 정작 자신들이 상대할 손님들의 소득도 늘지 않게 된다. 자영업자들은 지금도 너무 많다 할 수 있는데 손님들의 소득이 늘지 않으면 누군가는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도태될 테고, 그것이 어쩌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최저임금을 올리자니 당장 내가 힘들다. 그러면 어째야 하겠는가. 무엇보다 정부는 어떻게 해야겠는가. 도태될 자영업자를 위해서 최저임금을 억제할 것인가, 아니면 전체 시장을 위해서 최저임금을 올려서 개인이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늘려 줄 것인가. 망해가는 영세자영업자와 그래도 경쟁력을 갖춘 자영업자 가운데 누구를 우선할 것인가. 자칫 그러다 모두가 함께 자멸할 수도 있다.


그 뿐 아니다. 그러면 이대로 유지만 하면 자영업은 최소한 전처럼은 괜찮을 수 있을 것인가. 최저임금 관련한 기사 아니면 자영업의 구조변화에 대한 기사 또한 넘쳐나고 있다. 최근 내가 생활을 위해 구입하는 상품 가운데 거의 절대다수가 인터넷을 통해 주문되고 있다. 특정 쇼핑몰에서 할인을 더 많이 해 준다 해서 멤버십 가입까지 되어 있는 상태다. 쌀도, 김치도, 고기도, 나물도, 하여튼 그나마 대형마트가 더 싸고 할인까지 해주는 품목이 아니면 거의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예전에는 그래도 대형마트와 인터넷이 반반은 되었는데 이제는 거의 3대 7에서 2대 8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왜 그러느냐면 싸니까. 편하니까. 사실 외식하기보다 간편식품 사다가 대충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경우도 늘고 있다. 냉면은 진짜 차라리 육수랑 사리 사다가 집에서 해먹는 것이 대충 아무데서나 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고, 양념 맛이 강한 요리일수록 그냥 양념만 잘되어 있으면 사다가 취향에 따라 재료를 추가해 조리해 먹는 쪽이 더 싸고 맛있는 경우가 많다. 


당장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직장인들의 생활패턴까지 바뀌었다. 6시 넘어가면 회사에 사람이 없다. 그런데 벌써 6시부터 술마시기는 아무래도 그런 탓에 최근 가장 장사가 잘 되는 곳이 바로 카페다. 하긴 원래 커피가 크게 유행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술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었다. 일찍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혼자만의, 혹은 가족과의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된다. 그런 때 필요한 것은 고깃집도 술집도 아니다. 더구나 독신자의 수가 갈수록 늘면서 소비패턴 역시 그를 따라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기존의 자영업 가운데 어려운 이들이 나타나게 된다. 반면 기회를 잘 노려 성공하는 이들도 생기게 된다.


그래서 문제라는 것이다. 사회가 변하고 생활이 변하면 자영업도 변해야 한다. 더이상 주변에 시계수리점이나 전파상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처럼 시대가 바뀌면 그만큼 자영업 역시 변화의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려 강제한다. 소비패턴이 바뀌며 영업이 어려워졌는데 그것을 지탱하겠다고 정작 노동자의 임금을 억제한다. 경제가 성장한만큼 물가도 오를 텐데 정작 노동자의 임금만을 도태될 사업장을 위해서 억제해야만 한다. 그러다가 굶어죽을 뻔했었다. 진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아끼고서야 겨우 한 달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 노동자의 수를 더 늘리는 것만이 자영업자를 살리고 나라경제를 살리고 양극화를 해소할 방법이라는 것인가.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나라경제를 운용한다는 것은 보다 크고 넓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장에서 병사 한둘의 희생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대대 하나, 연대 하나 정도의 희생은 전장의 거대함에 비하면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 개 군, 한 개 군집단, 아예 한 나라의 전력 모두가 투입되는 전장에서 사단규모의 희생조차 크게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하나의 산업이 저물고 또 하나의 새로운 산업이 일어난다. 하나의 자영업종이 쇠락하고 또 다른 자영업종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키오스크로 알바의 수가 줄어드는 만큼 키오스크를 생산하는 새로운 산업이 자라나게 된다. 그런 매순간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회와 산업의 변화를 주목해야지 그저 망해가는 개별의 사업장에 집중하느라 더 큰 것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하긴 언론부터가 그런 심도있는 이해나 분석보다는 개별사례의 보도에만 주목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률이 늘어났다. 그러나 취업자수가 크게 늘지 않았다. 취업자수가 늘었다. 그러나 3, 40대에서는 취업자수가 오히려 줄었다. 끝도 없다. 그런 현상을 보다 크게 넓게 깊게 보고 이해하려는 시도보다 단편적인 현상만으로 결론을 이끌어내려 한다. 그를 근거로 정부정책까지 이끌어내고자 한다. 이명박근혜만 욕할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런 언론과 그런 언론에 휘둘린 여론에 이끌리느라 제대로 장기적인 정책들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단기적인 땜질에만. 사회가 변하고 소비패턴이 바뀌었다면 그에 맞춘 새로운 유형의 자영업이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며 필요하다면 지원도 한다. 다만 연착륙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노동자의 소득저하가 그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아마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기레기 새끼들이 멋도 모르고 떠들어대는 소리에 휘둘리는 여론이 부담이 되어 과감히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을 뿐. 어떤 산업도 영원할 수 없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 언젠가는 저물게 된다. 내가 설마 그 망해가는 자영업자들을 위해서 더 비싼 돈을 주고 더 많은 수고까지 들여가며 굳이 인터넷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소비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말이다. 하다못해 택배비라도 너무 비싸서 오프라인에서 사라고 택배기사들 투쟁을 지지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그들의 이기를 위해 왜 내 돈과 내 일상을 낭비해야 하는 것인가. 무엇보다 저들은 지금 내 월급을 깎으라 주장하고 있는 중이다. 괘씸해서라도 더 오프라인 자영업자들에게서 무언가를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나 자신의 이해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 월급과 직접 연관이 되어 있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월급이 오른다. 최저임금이 낮아지면 월급도 줄어든다. 2년 전 그 비참하던 생활을 나는 지금도 잊지 않는다. 그때로 돌아갈수는 없다. 자영업자들의 이기처럼 이 또한 나의 이기다. 자신의 문제인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