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보수언론이 한 목소리로 찬양하던 일본마저 지난 4월 무역수지가 90%나 감소하고 있었다. 여전히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역시 중국에 대한 수출이 부진한 탓에 흑자폭이 줄어든 것이다.

 

비단 올 4월만이 아니다. 작년에도 무역수지는 적자였고, 지난 5월 상순 무역수지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현재 가장 큰 수출국가이면서 가장 큰 수입국가인 중국의 경기가 미중무역전쟁의 여파로 하강하면서 바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일본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수출로 먹고 사는 독일도 작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경기가 안 좋았다. 모든 언론이 나서서 지난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라고 난리를 치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지난 4분기 성장률이 1%에 이른 기저효과라 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작년 3분기 성장률이 0.6%였는데 일본 독일과 비교하면 각각 작년 3분기와 4분기 -0.7%, -0.2%와 0.3%, 0%를 기록한 위에 올 1분기 각각 0.6%와 0.4%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기저효과로 작년 성장률이 안좋았던 결과 그만큼 더 많이 성장한 것처럼 보인 것이고 반대로 한국의 경우는 작년 하반기 성장률이 높았던 탓에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낮게 나오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아니 사실 오해할 것도 없다. 성장률이라는 자체가 상대적인 것이다. 기존에 성장한 위에 새롭게 성장한 만큼을 비율로 나타낸 것이기 때문이다. 전분기에 성장률이 낮았다면 다음 분기에는 실적이 조금 낮아도 성장률은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전분기 성장률이 높았다면 그만큼 실적이 어지간히 좋아지지 않으면 성장률이 그만큼 높아지기가 힘들다. 그래서 경제규모가 일정 이상 되면 전처럼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저 중국마저 성장률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중이다. 전년 3, 4분기에 각각 0.6%와 1.0%로 일본과 독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기에 그만큼 1분기에는 상대적으로 수치가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절대 이전 한국의 성장률이 훨씬 높았던 분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미중무역전쟁의 여파로 국제무역이 줄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이 제품을 생산해서 팔기 위해서는 그만큼 세계로부터 필요한 부품과 자원들을 수입해야 하는데 미국의 제재로 인해 수출길이 막히면서 내수까지 하강하기 시작한 탓이다. 세계시장에 제품을 내다파는 만큼이나 막대한 양을 사들이던 중국의 사정이 안좋아지면서 중국에 수출하던 나라들의 사정까지 덩달아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가장 먼저 독일과 일본이 직격탄을 맞고 뒤늦게 한국까지 그 대열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반도체 수출로 버티다가 반도체 가격까지 하락하며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그렇지 않아도 높은 한국마저 그 영향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보수지나 경제지 모두 그런 국제경제의 사정따위 아랑곳 없이 오로지 최저임금을 올린 탓이다. 주당근로시간을 줄인 탓이다. 그래서 묻는다. 국제무역이 지금처럼 침체되고 물건을 만들어도 해외에 내다 팔 방법이 없을 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보수지나 경제지들은 말한다. 보수정치인과 지식인들도 그리 주장한다. 규제를 철폐하라. 최저임금 낮추고, 근로시간 늘리고, 그리고 기업을 옭죄는 규제부터 철폐하라. 그래서 과연 규제만 풀면 안되던 수출이 늘어나는가. 당장 수입할 사정이 안되는 중국이 그 규제들만 풀리면 더 많은 우리 제품을 사들이게 될 것인가. 그래서 어떤 분야에서 어떤 규제들을 풀어주면 최저임금 낮추고 근로시간 늘려줘도 국민들의 삶까지 비약적으로 좋아질 수 있게 될까. 물론 그에 대한 어떤 대안도 제시해주지 못한다. 당연하다. 그토록 규제완화를 외치던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도 경제가 한 번에 좋아지는 규제철폐나 완화같은 건 한 번도 해보지 못했었다. 그런 것이 있었으면 벌써 지난 정부들에서 써먹었을 것이다. 아니겠는가. 그냥 정부를 비판하면서 내세울 대안이 없으니 습관처럼 떠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규제개혁은 벌써 IMF 당시부터 반복해서 읊어대는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그토록 보수지와 경제지들이 찬양해 마지않는, 보수정치인과 지식인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일본의 사정을 살펴보자. 국민의 소득이 줄고 있다. 거시경제가 아닌 국민의 실질수입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지난 수십년 전보다 노동자의 수입이 줄어들며 소비도 줄고 일본이 자랑하던 저축률까지 0%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래서 일본이 자랑하던 내수시장마저 수입이 줄어들어 무역흑자가 유지되는 악순환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베도 그래서 몇 번이나 기업들이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줄 것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노동자의 실질 소득이 늘어야 소비도 늘고 일본의 경제도 다시 성장할 동력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완전고용에 오히려 일할 사람이 없어 폐업하는 기업이 생겨나는 상황에서도 노동자의 임금은 정체, 심지어 감소 중이다. 그럼 일본의 경제에는 미래가 있을 것인가.

 

인플레이션은 나쁜 것이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그만큼 시장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도 늘어나고 그만큼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며 물가도 올라가게 된다. 한 마디로 그만큼 화폐를 구하기가 쉬워진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쌀 한 가마로 겨우 교환할 수 있었던 돈을 이제는 쌀 한 말이면 남겨서 구할 수 있게 되었다. 화폐를 재화의 하나로 간주해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그래서 역시 일본 정부도 그동안 부단히 일본의 정체된 물가를 올리려 애써 왔었다. 올 초 물가가 너무 안 오르니 여러 경제지들에서도 디플레이션은 아닌가 우려하는 - 그보다는 신난 듯한 -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러면 그 인플레이션을 무엇이 주도해야 하는가. 기업의 생산인가. 아니면 개인의 소비인가. 지금 중국도 그동안의 경제성장의 결과로 인건비가 오르며 기업들이 견디지 못하고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진짜 대안없이 떠들어대고 있는 중이다. 기껏 대안이라는 것이 IMF 이후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떠들어대던 이야기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규제를 풀라. 시장에 맡기라. 그래서 지난 9년 간 보수정부 아래에서 그렇게 해 왔었다. 그래서 남은 것이 무엇인가. 그보다 과연 지금 경제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가. 무엇이 한국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가. 사이비무당이 조상탓 무덤탓 전생탓 하듯 입만 열면 그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이다. 그러니까 그래서 대안이 무엇인가 묻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떠들던 그것 말고 새로운 방법들이다. 그래서 지금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순치 최저임금 낮추고 근로시간만 늘리고 기업들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두면 되는 것인가. 그래서 그들이 모범으로 삼는 지금 일본의 경제상황이 어떠한가. -0.4%로 이 난리들인데 무려 -0.7%다. 그나마도 작년 1분기에도 -0.2% 이후 겨우 0.6%성장했다가 -0.7%로 고꾸라진 것이다. 그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우습게도 그토록 세계경제가 좋다던 보수지나 경제지의 지면에는 이런 진짜 해외의 뉴스들은 아예 보도조차 안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독일과 일본의 경제가 어땠는지,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보도를 찾아보기가 너무 어렵다. 그러니까 당당히 말하는 것이다. 세계의 경제는 좋은데 우리나라 경제만 안 좋다. 특히 우리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들의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어쩔 수 없이 언론을 통해서만 경제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개인들은 현혹될 수밖에 없다. 진짜 무엇이 문제이고 그 대안은 무엇인가.

 

사실 경제뉴스에 대해서만큼은 뉴스룸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 뉴스룸 기자들이 거의 중앙일보 출신들이다. 전문성도 없는데다 논조도 거의 중앙일보와 비슷하다. 사회정의는 알지만 경제정의는 알지 못한다. 경제현실은 더욱 알지 못한다. 참 답답한 것이다. 덕분에 시간 날 때마다 여기저기 경제뉴스 찾아다니느라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우리도 일본처럼 하자. 우리 대통령도 아베처럼 해야 한다. 일본을 보라. 일본을 배우자. 그래서 어떠한가. 하찮은 것이다. 저런 것들이 자칭 전문가들이다. 웃어야 하는 것인가. 이른 아침부터. 잠까지 설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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