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형제가 폐지될 당시에도 프랑스에서는 사형제 찬성 여론이 훨씬 더 높았었다고 한다. 다수 국민들은 사형에 찬성한다. 그러나 양심과 이성은 사형제란 부당하다 말하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그러면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가.


지금 유럽에서 난민에 대한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음에도, 심지어 그로 인해 극우정당들이 약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다수 유럽의 정당과 정치인들이 그같은 난민에 대한 여론에 편승하는 주장을 내놓지 않는 이유다. 그것이 한 사회의 리더로서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하긴 바로 그런 것이 포퓰리즘이라는 것일 게다. 대중이 바라니 따른다. 다수의 여론이 그렇다니 어찌되었든 따른다. 하지만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더 많이 배우고 많은 것들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다만 한 부분이라도 평범한 사람들보다 나은 것이 있다 여기니 한 사회의 리더로서 인정하고 선택한 것일 터다. 그러면 그들에게 지워진 책임이란 무엇인가.


역사상 정치가 짊어져 온 사회적 책임일 것이다. 사회를, 구성원인 대중들을 올바르게 이끈다. 무엇이 바르고 옳은지 대중에게 제시하고 그를 따르도록 유도한다. 정치의 정政은 바를 정正이어야 한다. 물론 일방적인 계몽이 아닌 대화와 설득, 그리고 타협의 결과여야 할 것이다.


실제 그런 지식인들이 있다. 그런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대중이 난민에 부정적인 것을 알고 있다. 난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심지어 적대적인 이들 또한 적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기꺼이 그런 대중의 여론을 거스르려 한다. 다만 한 마디라도 한 사람이라도 더 설득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이 사회의 리더들이다. 대중을 뒤쫓기보다 대중의 앞에서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바를 대중에 전하고 설득하며 이끌고 함께 나가기를 바라는 이들. 대중의 거센 비난조차도 그들에게는 당연히 거쳐야 하는 시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차이는 있다. 자신과 다른 대중의 비난을 당연한 것으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의무이자 책임으로 여기고 기꺼이 받아들이는가. 아니면 그런 대중에 분노하며 배신감마저 느끼는가. 심지어 그런 대중에 대한 원망이 혐오와 멸시로, 심지어 복수심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끝가지 대중을 믿고 신뢰하며 그들을 애정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의도와 다른 대중의 모습에 반감만 가지는가. 바로 내가 한국 진보를 진보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리 대중이 반대하더라도 그것이 옳으니 모두가 함께 옳은 길을 갈 수 있도록 힘들더라도 노력하겠다.


과연 한국사회가 난민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난민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500여 명이라니 많은 듯 보인다.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규모일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인 기준에서 그렇게까지 호들갑떨만한 수준인가.


이번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대중의 반응이야 뻔하다. 전에도 쓴 것처럼 난민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매우 본능적이고 감정적이다. 직관적이다. 그러면 그런 대중의 반응에 대해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정치인과 언론, 지식인들은 어떤 말과 행동들을 보이고 있는가. 진짜와 가짜가 구분된다. 대중의 감정에 편승해서 가짜뉴스까지 쏟아내는 언론과 지식인, 정치인들, 그리고 대중의 반발에도 기꺼이 그것을 거스를 수 있는 또 다른 용기까지. 과연 누가 이 사회의 리더로서 적절한가.


그냥 목소리만 크다고 리더가 아니다. 머릿수만 많다고 리더도 아니다. 자기들끼리 모였을 때는 똑같은 말을 쏟아내는 자기들이 굉장히 대단한 것 같다. 감정적인 반감이나 증오가 아닌, 본능적인 거부감이 아닌, 그래야만 하는 보편의 이성과 양심이어야 한다. 군자는 죽지 않는다. 리더란 한 집단의 역사와 함께 한다. 어떤 비난과 조롱에도 옳다고 여기니 그 옳은 것을 대중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


생각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나 자신의 감정이나 본능에 대해 상당히 긍정하는 편이기에 오히려 그것을 이성으로 설득하고 누르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아직 확실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다만 용기있다. 그리고 그들이 옳다는 것을 알겠다.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반드시 누군가 내게 얼마를 해주었기에 의무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역시 이 또한 리더의 자격일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과연 대한민국은 누리고 있는 경제적 번영 만큼 인류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아예 관심도 없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현실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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