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어른들과 대화를 하려면 항상 듣게 되는 말이 있었다.


"어린 것이 뭘 안다고!"


한 마디로 말문이 막혔다는 소리다. 달리 반박할 논거나 논리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나이를 무기로 찍어누른다.


"너 몇 살이야?"

"주민등록 까봐?"


3, 40대에서 재취업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사실 대부분 직장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을 꺼려한다. 괜히 자기 나이와 경력 앞세우면 분위기가 흐려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력직으로 들어왔어도 일단은 기존 직원에 비하면 신입인데 거기서 나이 앞세우고 경력 앞세우면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얼마전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단지 자기들을 비판하는 주장을 하던 사람들이 초청되었다는 이유로 참가를 거부한 여성주의자들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나와 다르니까 대화하지 않겠다. 나와 다르고 틀렸으니까 어떤 토론에도 응하지 않겠다. 그리고 다시 여성가족부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까지 감시하고 규제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한 마디로 대화도 토론도 않겠지만 그러나 제재는 하겠다. 뭔 말이냐면 자기들의 논리가 그만큼 박약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히 자신들이 옳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런 토론회에 참석해서 비판자들과 맞서 토론하면 되는 것이다. 설사 논리에서 밀려 지더라도 그 주장하는 바가 타당하다면 그것 나름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원래 토론이란 그런 것이다. 당사자의 역량이 부족해서 지더라도 주장하는 바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이후에 재평가될 수 있다. 그럴 수 있도록 더욱 첨예하게 논리를 가다듬고 논거를 보충해서 진지하게 대화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그같은 토론과 대화는 거부하고 권력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단속하고 규제하겠다? 그냥 병신들 아닌가?


자기들이 실력으로 쟁취한 권력도 아니다. 여성주의자들이 지지해서 당선되었던 대통령은 지금 감옥에 가 있다. 여성주의자들이 지지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그의 뒤에서 실력을 행사한 같은 여성인 배후는 지금 감옥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도 남성이고 국무총리도 남성이다. 여성으로서 자존심이 있지 이쯤 되면 장관직 내려놓고 워마드가 그러는 것처럼 남성권력 물러가라며 시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남성대통령에 빌붙어 장관자리 하나 차지하고 앉아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모든 비판을 단속하겠다. 이러니 벌레소리 듣는 것이다. 벌레도 스스로 살아가려 정말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기생페미니즘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절대 페미니즘 정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뭔 짓을 하든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만 깊어진다. 원래 페미니즘에 적대하지 않던 사람들마저 갈수록 페미니즘을 적대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뒤에 있으니까.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버러지들이.


너희가 주장하는 것은 틀렸다. 너희의 비판은 틀렸다. 그러면 왜 틀렸는가 설득해 보라는 것이다. 논리로써 한 번 그들을 설득해 보라는 것이다. 안된다면 틀렸다 단정해서는 안된다. 저것들이 진짜 사람인가도 의심스럽다. 이렇게까지 여성주의자들을 싫어하지 않았었는데. 정말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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