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침체된 경제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선택했다면 일본의 아베정부는 전통적인 수출주도경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추진하고 있었다. 한국의 보수언론들이 아예 헐 정도로 아베정부의 치적을 찬양하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정부와 정반대의 선택을 한 아베정부의 성공을 보면서 한국도 그렇게 가야 한다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과연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의 경제상황은 얼마나 나아졌는가?

 

물론 덕분에 수출도 늘고 수출기업들의 실적도 상당히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에서도 여전히 노동자의 임금만은 정체된 상태라 심지어 30년 전과 비교해서도 실질임금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할 지경이 되었다. 그럼에도 말로는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야 한다 하면서도 정작 한국정부가 한 것처럼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거나 아니면 각종 재정적 보조를 통해 노동자의 실질소득을 늘리는 정책같은 건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소비세를 올리고, 연금의 수령연령이나 금액을 후퇴시키는 등 사실상 노동자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정책을 써왔었다. 그래야지만 기업들에게도 세금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업들의 세금부담이 늘면 아베노믹스의 취지 자체가 훼손된다. 그 결과 지금 엔저로 인해 수입물가까지 오르면서 일본국민들의 소비여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괜히 일본에서 실버산업이 인기인 것이 아니란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계층은 그동안 저축한 재산이 상당한 노인들 뿐이다. 청장년세대에서는 아예 저축은 엄두도 내비 못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저축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겨우 소득 안에서 소비를 하고 있다는 뜻인 것이다. 그동안 일본이 자랑하던 것이 두터운 중산층으로 인한 막강한 내수시장이었는데 그것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즉 일본이 난데없이 관광객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소비할 주체로서 자국민 이외에 외국인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려는 시도인 것이다. 이전까지 자국민만으로도 충분히 유지되던 내수가 더이상 그러기 힘들어지면서 외국인관광객들의 소비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해가 가는가. 왜 관광객의 감소가 일본 정부에 큰 타격이 될 것인지가?

 

전에도 썼지만 사업 망하는데는 굳이 매출이 몇 십%나 줄어들고 할 필요가 없다. 고작 5%, 아니 단지 1%의 매출이 주는 것만으로 경계에 있는 사업은 바로 적자로 돌아서며 망하게 되는 것이다. 매출 가운데 모든 비용을 제한 나머지가 순이익이 된다. 그런데 대부분 비용은 고정되어 있는데 매출만 줄어들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미 매출규모가 상당해서 순이익 규모도 그만한 대형사업장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 경우 단지 10% 남짓의 매출이 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연쇄적으로 일본의 경제와 사회에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 마디로 내수로 먹고 살던 나라가 내수는 신경쓰지 않고 수출에만 올인했다 망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렸더니 수출이 느는 대신 수입물가가 오른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수입물가가 오르며 소비는 위축되고 물가마저 정체된다. 내수는 더이상 성장하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며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만다. 그런데다 중국의 성장에 더해 미중무역전쟁으로 국제무역 자체가 줄어들자 수출마저 줄어들며 경제는 더욱 악순환에 빠진다. 그런데 수 십, 심지어 그 이상 단위의 관광객이 줄어들면 과연 내수에 기대던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될까?

 

반면교사라 해야 할 것이다.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현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적 방향은 무엇인가? 그래서 저축도 못하고 소비도 겨우 하며 갈수록 안으로 위축되어가는 일본이 한국의 미래일 것인가? 그래서 관광불매인 것이다. 일본경제의 가장 아픈 부분이다. 그동안 일본경제를 지탱하던 내수가 관광객의 소비에 의지해 돌아간다. 바로 그 부분을 찌른다. 치명적일 수 있다. 최소한의 고통은 줄 수 있다. 당장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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