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기업가들이 자유롭게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 그래야 기업도 살고 나라경제도 살아난다. 그런데 그 자유란 자유란 어떤 자유를 말하는 것일까?

사실 대부분 기업들은 오너라는 말이 무색하게 최고경영자나 그 일족이 소유한 사유물이라기에는 부적절한 부분들이 많다. 당장 주식회사라는 자체가 회사의 지분을 누군가와 나누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오너라면서 해당기업의 지분을 과반조차 가지지 못한 경우가 거의다이며 나머지는 당연히 다른 투자자의 소유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기업경영에 따른 이익을 나눌 것을 전제로 자신의 재산을 기업에 투자한 이들이다. 그런데 그런 기업경영에서 이른바 오너의 독단이라는 것은 가능한 것인가.

굳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쩌고 따지지 않겠다. 당장 기업경영의 이익을 나눌 것을 전제로 자기 돈을 투자한 투자자들이 있다. 기대한 만큼 이익을 보지 못하면 그들은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기대한 만큼의 이익을 얻지 못하면 바로 자기가 소유한 지분의 가치도 떨어지는데 그것은 곧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재산상의 손실을 의미한다. 회사를 위해 몸바쳐 일한 직원들에게도 하루아침에 일하던 직장이 사라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내 회사니까 내 마음대로 한다? 내 회사 내 마음대로 할 테니 정부든 사회든 간섭하지 말라?

그래서 한진해운도 망했다. 기업경영이라고는 모르는 가정주부가 전임 최고경영자의 아내라는 이유로 경영을 맡아 무능과 방만을 일삼다가 졸지에 수많은 투자자와 거래처, 임직원, 나아가 한국사회 전체에 큰 피해를 입히고 말았다. 대한한공은 어떠한가. 그리고 다시 이른바 오너의 독단으로 아시아나 항공이 기내식 공급차질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말았다. 수많은 항공기 승객과 그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승무원들, 그리고 아시아나 항공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손해를 입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기업은 오너의 개인재산이니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는 안된다? 하물며 개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해도 사회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뜯어말리고 억지로라도 다시 살려내는 것이 우리가 아는 상식인 것이다.

무능한 경영진이 회사를 망치려 하면 억지로라도 그것을 뜯어말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기업은 비단 사유재산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투자지와 임직원과 국가경제가 뒤엉킨 공적인 대상인 것이다. 그런데 처음 창업한 이의 인척이고 후손이라는 이유로 그것을 마음대로 하려 한다. 그런 것을 자유이고 권리라 주장한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마저 국가와 가회가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그리고 실제 지난 수십년간 그렇게 해왔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어이가 없는 것을 넘어 그만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중학생만 되어도 알았을 것이다. 최고경영자로서 자신의 독단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그런 결정을 하게 되면 어떤 문제들이 생겨날지. 당장 기존의 거래업체가 납품을 연장해주겠다는 제안마저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면서 상식을 벗어난 역제안까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역량도 한참 못미치는 지금의 납품업체였다. 거래처의 역량조차 제대로 파악 못하고 자기 고집만 앞세운 결과가 바로 지금 초유의 기내식 공급차질 사태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린 최고경영자는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라 할 때는 그만한 실적과 성과를 보이며 그런 주장도 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IMF당시 기업들이 줄도산한 것이 국민들의 무분별한 과소비와 해외여행 때문이었을까? 망한 것 살려달랄 때는 정부에 매달리고 정작 살아난 뒤에는 내 개인 재산이다. 권리는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는다. 누구도 그런 것을 자유라 말하지 않는다.

그동안  방임상태로 방치되어 온 우리나라 이른바 오너경영의 실체를 여지없이 드러내 보인 사태라 할 것이다. 처음도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여러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음에도 한 번도 제대러 책임도 묻지 않았고 사회적 안전장치를 만드는데도 소홀했다. 이른바 그들이 만들었다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란, 산업화와 경제성장이란 그런 것이다. 모래위에 쌓은 성처럼 하나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

너무 참담해서 차마 뉴스를 보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삼류 통속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니다. 개연성없이 그저 자극적이기만 한 장면을 억지로 꾸며 집어넣은 것이 아니다. 현실은 항상 픽션보다 더 극적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이다. 그들이 자랑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끔찍하다. 나는 이런 사회에서 지금껏 살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 용케도 아직 망하지 않았다. 반성조차 않는다. 그나마 무엇이 달라지기는 할 것인가. 화조차 나지 않는다.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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