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보면 정작 해 본 사람들은 별로라는데 안 해 본 사람들이 괜히 하고 싶어 안달인 경우들이 있다. 정작 해보면 귀찮고 성가시고 돈도 시간도 수고도 많이 들어 별로인데 해보지 못했으니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만 이끌리고 만다. 아마 지금 아베 정부가 목표로 하는 정상국가 - 즉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란 것도 바로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원래 일본의 평화헌법은 2차세계대전의 결과 승전국인 미국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었다. 일본은 앞으로 영원히 다른 나라에 군사행동을 할 수 없으며 당연히 그 수단인 군대도 가질 수 없다. 그나마 자위대라는 것도 중국이 공산화되고 소련과의 냉전이 본격화되며 아시아에서 공산주의의 팽창을 저지할 교두보로서 가치가 커지자 미국의 용인 아래 군대 아닌 자위대라는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만들어지게 된 준군사조직이었다. 즉 파병도 할 수 없고 선제적으로 전투도 치를 수 없지만 공산주의 팽창만큼은 전수방위로 막아낼 수 있다. 그것을 바꾸겠다. 마음대로 일본의 국익을 위해 군대도 파견하고 전쟁도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면 과연 평화헌법을 강제한 미국의 입장은 어떨까?

우습게도 정작 평화헌법 개정을 벌써부터 암암리에 혹은 공개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먼저였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도 전같이 않은데 중국이 점점 그 존재감을 키워가자 위기감에 동맹이랄 수 있는 일본의 재무장의 필요성을 전보다 더 강하게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보무임승차론이 그래서 나왔고 그래서 일본더러 다시 재무장하고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태평양진출을 막는 첨병이 될 것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동안도 태평양에서 미국의 전력을 보조할 수 있도록 한국군은 지상군을 일본군은 육해군을 각각 집중적으로 강화해 왔는데 앞으로는 미국 혼자서는 힘에 부치니 일본도 주도적으로 함께 하라. 하긴 전부터도 한국은 지상군만이 아닌 해양전력이나 공군전력에서도 상당한 강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면 왜 미국은 이제 와서 일본의 재무장을 요구하게 된 것일까? 벌써 같은 문단 안에 답이 있다. 이제 미국 혼자서는 너무 버겁다.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었다. 통일만 되면 지금처럼 국방에 막대한 예산을 쓰지 않아도 된다. 굳이 징병으로 젊은이들을 끌고 갈 필요도 없이 모병만으로도 충분히 최소한의 군사력을 유지하며 그 예산을 모두 더 좋은 일에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한 마디로 벌써 수 십 년 전부터 한국인들은 북한과 대치하며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했던 과도한 국방예산지출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국방예산만 줄여도 각종 복지며 교육이며 국민의 삶 자체를 위해 더 많은 예산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어떻게든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의 기여를 늘려야지만 효과적으로 중국을 억압하면서도 국방에 들어가는 예산도 아낄 수 있다. 내가 아베와 일본 우익들의 정상국가화 주장을 비웃는 이유다. 냉전이 해체되고 유럽국가들이 가장 먼저 한 것도 그래서 군비의 축소였었다. 어쩔 수 없이 써야 하지만 쓰지 않아도 된다면 바로 당장 빼서 줄여써야 한다.

국방예산이야 말로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그야말로 소모성 지출일 것이다. 심지어 미국조차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막대한 재정지출로 곤란을 겪은 바 있었다. 그나마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전쟁에서조차 그렇다. 하물며 그나마 전쟁도 않는 동안 병사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훈련시키는 비용은 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병사들을 무장시킬 최첨단 무기를 도입하고 운용유지하는 비용들은 어떻게 생산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까? 물론 병사들도 급여를 받고 무기를 생산한 기업들도 판매로 이익을 얻는다. 병영 주위에는 군사를 보조하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존재한다. 그 또한 하나의 경제단위가 된다. 하지만 들어가는 비용에 비하면 극히 미미하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더이상 효용이 사라진 무기나 장비는 원가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웃긴다는 것이다. 지금 일본의 국가채무가 무려 250%다.

징병을 해서 병력을 늘릴까? 전투기나 군함을 더 도입해서 군의 규모를 더 키울 것인가? 어차피 일본군이란 우리나라처럼 미국의 전략에 종속되어 있을 텐데 그렇게 늘려서 일본에게 돌아올 이익이란 무엇일 것인가? 괜히 국가채무도 위험한 수준인데 재정지출만 늘려 정부의 재정만 압박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난으로 연금마저 줄여야 하는 상황에 다시 국방에 대한 지출을 늘려야 한다. 아니면 진짜 군대로 돌을 벌어 보시려고? 일본이 군대로 돌을 벌려면 대상은 우리 뿐일 텐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 군대가 일본에 그렇게 수월하게 당할 수준까지는 아니다. 모르겠다. 군 지휘부 가운데 자유한국당이나 보수언론에 더 가까운 인간들이 많아서 전쟁 시작하자마자 군을 들어 항복하는 경우가 나온다면 그럴 수 있을지도.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는 이외에 어떤 실익도 없는 행동인 것이다. 1990년대라면 또 모른다. 그때였다면 국가채무비율도 지금처럼 높지 않았으니 재정에서 군사비를 지출할 여력 또한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대중국전선에서 총알받이 하는 이상 어떤 이익과 효용이 일본 국민들 자신에 있을 것인가. 그런데도 자유무역의 가치와 국제분업의 구조마저 훼손시켜가며 개헌선 확보에 매달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서로 엇갈리고 있는 이유다. 지금 아베 정부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도 납득도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해 보면 안다. 국방예산이란 얼마 생기는 것 없는 낭비인지. 그로 인해 국가재정이나 국가의 사회경제에 가해지는 압력이 얼마나 성가신 것인지. 그래서 통일했으면 한다. 국방에 대한 부담이 더 적어졌으면 한다. 더 적은 병력과 더 적은 첨단 장비로 최소한의 국방력만 유지하며 그 만큼의 부담과 소요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었으면. 이렇게 다르다. 하긴 아베 자신은 물론 일본 정치인 다수가 군대와는 거리가 먼 이들일 것이다. 군대도 모르고 전쟁도 모르고 그러니까 군대도 가지고 싶고 전쟁도 치르고 싶고.

아마 이번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때쯤 미국도 개입하려 하지 않을까. 미국이 더 바라는 것이다.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재무장하게 한 뒤 중국과의 전선에서 알뜰하게 써먹겠다. 우리는 이미 그렇게 써먹히는 중이다. 그래서 더 잘 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고마운 아베인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베 정부를 지지하는 일본 국민들에 경멸을. 민주주의 국가라기보다 차라리 자민당 막부가 어떨까? 흥미롭단 것이다. 열받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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