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말마따나 워마드야 말로 여성을 진보로부터 분리하기 위한 음모였다고 한다면 대성공이라 해야 할 것이다. 더이상 여성은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진보를 경멸하고 혐오하게 되었다. 어쩌겠는가. 과거 한국 진보의 역사마저 대부분 남성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으니.

 

전태일마저 모욕한다. 한국 노동운동의 시작이자 상징일 것이다. 하지만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전태일을 모욕하며 정작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탄핵당하고 쫓겨난 박근혜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추종한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대부분 여성주의자들이 그런 워마드의 행동에 대해 사실상 방치해 왔기 때문이었다. 아니 오히려 지지를 보내기까지 했었다. 여성을 위한 것이므로 그런 모든 행동은 옳다.

 

그렇기 때문이다. 어차피 5.18따위 여성과 직접 관련된 사건이 아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저질러진 학살과 인권유린이 아니었다. 한국전쟁을 두고 고기파티라 조롱하는 것이 이른바 그들의 성인지감수성이란 것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면 얼마의 사람이 죽든 그 과정에서 어떤 추악한 인권유린과 범죄들이 저질러졌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남성이 죽은 것을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같은 여성이 그런 여성과 상관없는 사건을 비하한 것을 두고 같은 여성이 비판해서야 쓰겠는가. 5.18이 가지는 의미보다 여성이 비판이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정의가 그들에게는 더 가치가 있다. 여성부 장관 스스로도 말하지 않았는가. 강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결코 혐오도 차별도 될 수 없다. 약자인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만이 오로지 차별일 수 있다.

 

더이상 진보가 추구하던 인류보편의 정의와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다. 오로지 여성만을 위한 이기를 정의와 가치로써 추구한다. 5.18보다 그에 대해 망언을 한 정치인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5.18이 가지는 의미보다 그를 비하한 정치인이 자신들과 같은 여성이라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므로 그럼에도 사회는 여성들을 존중하고 지지하며 인정하고 동의해 주어야 한다. 여성은 항상 옳다. 그것은 과연 진보주의자들이 추구하던 진보와 같은가.

 

그럼에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주의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여성주의자들이 지지한다. 심지어 응원한다. 그것은 곧 여성주의의 종말을 뜻한다. 여성주의란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보편의 정의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여성의 일방적인 이익만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추구하려는 것이다. 그런 여성주의를 과연 지지하고 동의해 주어야 할 이유란 어디에 있는가. 그런 여성주의에 어떤 보편의 정의와 가치가 있겠는가.

 

누구의 잘못인가. 결국 잘못된 길로 가고 있음에도 단 한 번도 따끔하게 야단치거나 무겁게 경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자칭 여성주의 리더들의 방치에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부추기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여성이니 옳다. 여성이니 지지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그런데도 과연 그들은 조금이라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것인가.

 

전부터 말해왔었다. 성인지감수성이 아니라 인권감수성이어야 한다. 여성주의는 사회보편의 정의와 가치 위에 존재하는 것이어야 한다. 여성을 위해 남성의 존엄을 짓밟고, 심지어 성소수자나 장애인의 권리마저 철저히 비웃으며 유린한다. 진정 사회적 약자여야 할 이들에 대한 조롱과 비하와 모욕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런데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옹호와 지지의 말과 글들이 쏟아진다. 괜히 귀여운 아이 매를 한 대 더 들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뭐가 문제이고 뭐가 잘못인지도 모른 채 그냥 저 하고 싶은대로만 그것이 옳다고 믿고 저질러 버린다. 아이를 망치는데 무조건적인 옹호와 지지보다 더 확실한 것도 없다. 매는 들지 않더라도 야단칠 때는 야단도 쳐주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또다시 여성주의에 대한 비토만 늘리고 말았다. 여성주의의 현주소만 사람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지금 한국 여성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런데도 그런 여성주의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방치하고 지지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새삼스럽지도 않다. 대부분 비슷한 감정일 것이다.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모르면 버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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