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모두 한국인이다. 친외조부모 역시 모두 한국인이다. 당연히 소녀시대 티파니도 혈통적으로 순수한 한국인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한국인이라면 설사 그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이 알고 있는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광복절과 욱일기의 관계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것일까? 바로 민족이 가지는 허상이다.


민족이란 혈통적 관계가 아니다. 이를테면 일본의 도자기명인으로 이름높은 심수관 가문의 경우 먼 조상이 조선인이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들을 조선인이라 일컬을 수 있는가. 중국의 소수민족인 만주족 가운데는 보장왕의 후손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고구려도 우리와 같은 민족이었으니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민족인가. 민족이라면 함께 공유하고 있어야 할 역사적 경험이나 문화적, 언어적, 정서적 동질성을 이들은 무엇하나 가지고 있지 않다. 


민족을 혈통관계로 이해하는 것은 그쪽이 더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같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 안에 서로가 존재해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정된 공간 안에 오랫동안 함께 공존해 왔을 때 혈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따라서 비례해서 높아진다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수많은 시간 동안 불과 몇 번의 결혼만으로 몇 다리 건너면 거의가 사돈이 되고, 외가가 되고, 먼 인척이 된다. 그러니까 착각하는 것이다. 민족은 혈통이다.


어려서 아마 미국에서 자랐을 것이다. 국적조차 한국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한국인으로서 교육받지 못했고 성장하지 못했다면 한국인 다수가 이해하는 가치에 대해 공유하기란 매우 어렵다. 미국에서야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인 특유의 무모할 정도의 낙관은 굳이 전쟁을 치렀다 해서 일본의 상징까지 사사건건 문제삼지는 않는다. 하필 그녀가 활동하는 곳이 한국이라는 사실이 문제였다.


과연 티파니는 민족적으로 한국인인가? 일단 한국인의 후손은 맞다. 혈연적으로 한국인에 가까운 것도 맞다. 그러나 한국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여러 특징들에 대해 과연 모두 공유하고 있는가면 조금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한국인으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상식들을 갖추지 못한 채 교육받으며 자랐다. 여전히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인이기를 강요하는 것은 혹시 지나치게 일방적인 억압이나 폭력은 아니겠는가.


미국인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했다. 미국인으로서 자신이 교육받고 체화한 방식 그대로 말하고 행동했다. 그래서 문제가 되었다. 만일 티파니가 미국인이었어도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었겠는가. 원래 남이 무슨 생각을 하든 사람들은 거의 관심이 없다. 남이 아니라 여기니 이리 오지랖들인 것이다. 하필 한국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아이돌그룹의 멤버였다. 그냥 생각해 보는 것이다. 티파니는 과연 한국인인가. 정답은 물론 없다. 항상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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