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설훈 의원이 아주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과연 한국사회에서 공교육을 통해 제대로 민주주의와 인권, 무엇보다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다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그것이 비단 이명박근혜만의 문제였는가 하는 것이다.


공교육의 문제란 바로 그런 부분들을 말하는 것이다. 오로지 대학입학만을 목표로 모든 교육이 이루어지다 보니 정작 공동체를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들은 쉽게 배제되고 만다. 대학입시에 더 중요한 것들만 집중해서 가르치면서 정작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다양한 것들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 그래서 젊은 세대의 정의감은 매우 막연하고 무모하고 그래서 때로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당장 지금 민주당 내 여성주의자들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공동체가 없는 오로지 여성만의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 있다.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벌써 80년대에도 국영수 이외의 다른 과목들은 쉽게 무시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예 학교에서 예체능 수업이나 학력고사에 포함되지 않는 과목의 수업은 국영수를 비롯한 중요과목들의 보충수업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을 공산주의이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실천하는 것은 공산주의를 때려잡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 가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던 선배들이 쉽게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선명한 이데올로기 서적을 읽고 배운 그들의 민주주의는 온건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동안은 달랐을까? 다른 것 없었다. 단지 군사독재라는, 그 군사독재의 후신이라는, 권위주의라는 적이 존재하고 있을 뿐.


말 그대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와 그 후신이야 말로 그들의 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에 반하는 권위주의 정부와 정당, 정치인들에 반대하는 것이야 말로 그들이 추구하는 민주주의 그 자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드러난 것이 바로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의 분열이었다. 오만 놈들이 다 모여 있었다. 차라리 한나라당이 더 어울리겠는 놈들부터 그보다 몇 걸음 더 나간 듯한 인간들까지 모두 모여서 한 목소리로 노무현 지지를 외치며 민주주의와 개혁을 떠들고 있었다. 그래서 분열했다. 원래 하나로 묶일 수 없는 집단이었던 때문이다. 당시 내가 민주화따위 하지 않아도 좋았겠다 생각하게 된 계기도 어느 젊은 노빠 대학생이 한 말에서 비롯되었다. 민주주의 따위 개에게나 주라.


과연 모든 민주당 지지자들이 노조에 우호적이었을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들에 우호적이었을까? 가난으로 인해 아이가 죽은 부모에게 기를 능력이 안되면 아예 낳지 말라던 지지자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은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하고 있으니까. 진정으로 이 사회의 소외된 약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 여기고 있으니까. 그러므로 지지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면 자신들은? 지지자들만이 아니었다. 열린우리당 시절 안개모부터, 아니 이전 김대중의 민주당 시절의 면면만 해도 정말 화려했었다. 그냥 오만 잡탕들이 모인 것이었다. 권위주의 정당의 집권을 막고 진짜 민주주의를 해보자. 그러나 정작 그 진짜 민주주의가 뭐냐 묻는다면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어제 쓴 보수화된 젊은 층에 대한 이야기도 벌써 10년도 넘게 관찰해 온 결과라는 것이다. 당장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벌써 10년도 전부터 인터넷 등에서 관찰되어 온 모습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보다 더 오래된 내 학창시절의 기억으로까지 거슬러올라가게 된다. 다만 군대 갔다 오고 학교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 직접 보고 듣고 겪으며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그 시절 대부분 젊은 세대들은 누구보다 정의롭다. 다만 그 정의의 방향이 기성세대가 기대하는 것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보수적인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빨갱이일 테고, 진보적인 기성세대가 볼 때는 그저 수구꼴통일 수 있을 테고. 그러나 자신들의 현실에서 그것은 그들보다 더 가치있는 정의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왜 이제 와서 그동안 꾸준히 진보정당을 지지해 오던 젊은 층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늘고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도 높아지고 있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나도 반권위주의를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기던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그동안 민주당에 표를 주거나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민주당이 아닌 차라리 다른 군소정당의 후보들에 표를 주고 있었다. 이미 말했다. 그들의 진보도 그들의 보수도 그 어느 것도 아닌 제 3의 길도 그들 나름의 정의이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그동안 민주당이 그에 어울리는 정의를 제대로 보여준 적이 있는가. 도대체 뭐가 그리 당당해서 젊은 층이 지지하지 않는 것을 교육의 문제라 치부하는 것인가. 자기들이 진짜 지지받을만한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장 서영교 의원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렇다. 사법거래의 당사자인데도 제대로 징계조차 안하고 있었다. 그동안 민주당 정치인 가운데 온갖 추문에 얽힌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임에도 그에 대한 엄중한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과연 민주당은 제대로 된 진보정당인가? 과연 민주당이 이 사회의 시급하고 중요한 사회적 가치와 정의를 지키고 실현할 수 있는 정당일 것인가?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가 높다지만 민주당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정치 자체를 불신하는 것이다. 그 책임은 그렇다면 누구에게 있겠는가? 그리고 결국 그런 모습들이 누적되며 더이상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원래 자기 자리를 찾아 돌아서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은 참고 지켜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아니다.


그냥 일개 시민인 나는 젊은 층이 보수화되었네 지랄해도 상관없다. 같은 유권자니까. 같은 시민이니까. 나이가 좀 더 많다고 꼰대질해도 그럴 나이가 되었으니 그런다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이. 무엇보다 유권자를 설득해서 한 표라도 더 끌어모아야 하는 정치인이라는 작자가. 20대가 민주주의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설훈 자신은 민주주의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그동안 민주당이 보여 왔던 반민주적인 행태들에 대해 어떤 태도들을 취해 왔었는가? 민주당은 과연 이름처럼 정당의 운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정당인가? 그에 대해 설훈 자신은 아무 책임도 없는 것인가?


보수화되었어도 설득해서 끌어들이면 되는 것이다. 촛불시위 당시도 그랬었다. 광우병 파동 때도 다르지 않았었다. 그들이 모두 진보적이어서 박근혜 탄핵에 나섰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정의니까. 한 눈에 보기에도 박근혜가 악이었으니까. 충분한 명분과 이유만 주어지면 그들은 언제든지 진보와도 손잡을 수 있다. 그 손을 누가 먼저 내밀어야 하겠는가. 그런데 이제 와서 그들이 이렇다 저렇다.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이다. 그럴 자격이 있는가.


별로 변호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과연 민주당이 민주주의와 반권위주의를 추구하는 이들을 위해 지지할만한 이유를 보여주던 정당이었는가. 늬들 주제를 알라. 차라리 한나라당보다도 더 비민주적이던 것이 과거 민주당이었고 지금도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듯하다. 당신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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