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바라고 찍어온 사진을 봤다. 사실 한강 위쪽으로는 거의 먹으러든 마시러든 가 본 적이 없어서 거기가 어딘지는 잘 모른다. 다만 실제 내부가 사진에 찍힌 그대로일 것이란 가정에서 내가 사는 동네에도 그 비슷한 가게는 꽤 될 듯하다. 하긴 요즘 어지간해서는 호프들도 그 정도는 내부를 꾸미고 장사한다. 메뉴판도 딱 우리동네 좀 괜찮다는 호프 수준이다.


아주 오래전이다. 심지어 당시 열린우리당 지지자였다. 저소득층에게도 컴퓨터가 필요하다. 게임이든 뭐든 컴퓨터와 인터넷을 항상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바로 반론이 나오더라. 애들 게임중독 만들 일 있는가. 하기는 당시는 참여정부 지지자들이 애 굶어죽었다니까 능력도 안되면서 왜 낳았느냐며 부모를 비난하던 시절이기는 하다. 여러모로 인터넷 정치중독자들에 학을 떼게 만들던 시절이기는 했다.


서민이 무슨 컴퓨터인가. 서민이 무슨 스마트폰인가. 서민이 무슨 무제한요금인가. 서민이 무슨 호프인가. 서민이 무슨 치킨에 돈까스인가. 그러니까 서민은 그저 배만 곯지 않으면 된다. 영화도 보지 말고, 책도 사지 말고, 인터넷도 하지 말고, 게임도 하지 말고, 여행도 다니지 말고, 그냥 직장과 집을 오가며 밥이나 굶지 않고 먹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러고보니 차명진이었던가 되도 않는 황제의 식단으로 욕을 알아서 사서 쳐드셨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데 무슨 최저임금인가. 그냥 그렇게 굶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 서민인데.


사실 호프에서 치킨으로 식사를 대신하며 맥주를 몇 잔 마셨대도 나로서는 크게 불만같은 것이 없다. 중세나 고대에도 싸움에 나선 병사나 노역을 하는 백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때로 조정에서 술을 내리기도 했었다. 힘들게 열심히 일하고 하루의 피로를 풀면서 맥주 한 잔 하는 것이 뭐 그리 큰 잘못인가. 하지만 남들이 잘못이라니 문제가 될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괜히 고생하고 욕먹지 않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그래서 밤늦게 모여 식사도 하고 간담회도 하고 나온 비용이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지인들과 딱 세 명이서 모여 치킨에 맥주를 마시는데도 아마 그 정도 나왔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하물며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웠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삼각김밥은 배파서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사먹는 음식이다.


어쩌면 저들은 자기들이 찍어온 음식점의 내부사진이면 대부분 서민들이 분개하여 청와대를 비난하기 시작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감히 서민들은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할 인테리어니까. 서민들은 감히 먹어보지 못할 가격의 메뉴들이니까. 저들에게 서민이란 그런 삶을 사는 존재니까. 더 정확히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존재일 테니까. 서민은 그저 가장 싼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먹어야 한다. 바로 정의당과 특히 한겨레가 그토록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다면서 열심이 옹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실체인 것이다. 하긴 저들의 머릿속에 서민도 80년데 이데올로기에 갇혀 박제화되어 있을 것이다.


하여튼 그러니 최저임금 인상에 저리 적대적인 것일 게다. 저들이 생각하는 서민들에게 소득이란 그만하면 충분할 테니까. 더이상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아도 그만하면 죽지 않고 살 수는 있을 테니까. 사실 결혼하고 자식 하나만 낳아도 최저임금으로 가족을 부양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테지만. 내가 저들을 절대 지지는 커녕 존재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저놈들은 내 적이다.


어쨌거나 아무리 배고파도 야식으로 삼각김밥은 절대 사먹지 않고, 더구나 고급바에 가서 때로 심지어 지인들과 10만원 이상 맥주와 안주를 쳐먹어대며, 온라인 게임에 한 달에 몇 만원이나 되는 돈을 쓰는 나는 서민은 커녕 사치나 일삼는 부유층일 것이다. 최저임금 오르면 바로 영향을 받는 수준인데도 서민은 벗어났다니 고마워해야 할까? 그 지지자도 다르지 않다. 웃을 뿐. 개가 개가 아니다. 정말 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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