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명의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여자를 보았다.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여자를 구한다. 아니면 자신의 안전을 위해 여자의 위험을 외면한다. 과연 무엇이 이성이고 무엇이 감정일까?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린 것일까? 


본능으로 안다. 직관으로 안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자신에게 해가 되는지. 단지 알고 난 뒤에 이유가 따라붙을 뿐이다. 어째서 옳은가. 어째서 틀렸는가. 무엇이 이익이고 무엇이 손해인가. 그래서 그것들은 사실인가. 의심없는 진실인가.


어쩌면 이성처럼 사람에게 많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합리화라 말한다. 합리가 아니다. 정당화라 말한다. 정당이 아니다. 논리는 인간이 가진 고도의 지적활동 가운데 하나다. 그러므로 옳았고, 그러므로 손해였다. 이유가 판단을 결정한다.


강간은 나쁘다. 강간당하는 여자를 도와야 한다. 하지만 여자를 도우려다가는 강간범들로부터 위해를 당할 수 있다. 강간범들을 물리치고 여성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판단한다. 내 힘이 못미치므로 나라도 살아야겠다. 그래서 틀렸는가.


EU체제에 대한 영국인들의 불신은 그동안 축적된 경험의 결과다. 실제 자신이 경험한 현실들의 누적이다. 그러므로 EU체제는 잘못되었다. EU가 자신들의 삶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 다만 그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쉽고 빠른 답을 찾는다. EU에서 탈퇴한다.


이미 여러 매체들을 통해 어째서 많은 영국인들이 EU탈퇴에 찬성표를 던졌는가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영국인들이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지는 분석이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무엇이 영국인들로 하여금 EU를 불신하고 EU에 반감을 가지도록 했는가.


실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다. 지식인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모든 대중의 판단은 옳다. 모든 인간의 선택은 타당한 근거를 가진다. 인간을 긍정함으로써 그 이유를 보다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다. 인간의 감정은, 직관은, 본능은, 인간을 이루는 이미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영국인들은 어리석은가. 브렉시트에 찬성한 영국의 대중들은 지적으로 열등한 대상들인가. 그런 섣부름이 정작 중요한 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많은 이들이 원하지 않았던 결정을 내리도록 만들었는가.


아마 저 맨 위의 물음은 앞으로도 몇 번 더 인용될 것이다. 아주 오래전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화두였다. 어느 정도 답을 찾은 듯하다. 인간은 정의로운가. 인간은 이성적인가. 인간은 동물이기 이전에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것은 악이고 반대하는 것은 선인가. 전자는 감정이고 후자는 이성인가. 전자는 무지이고 후자는 지성인가. 인간을 그렇게 쉽게 나눌 수 있다면 세상에 혼란 따위는 없다. 냉정해진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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