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자들의 남성혐오가 여성주의에 대한 막연한 혐오마저 부끄럽게 만들더니, 그런 여성주의에 반대하는 다수 남성의 인권과 공동체에 대한 태도가 여성주의를 비판하는 것을 민망하게 만든다.

현정부의 여성정책에 대해 별 사소한 것까지 가져다가 멋대로 상상력까지 동원해가며 전혀 사실과 다른 비난들을 정의롭게 쏟아내던 몇몇 남성위주 커뮤니티에서 과연 어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5.18에 대해 쏟아낸 막말들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가만 지켜보고 있었다. 페미가 더 큰 문제라 민주당이 아닌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겠다는 그들에게 5.18이란 어떤 의미일 것인가?

하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래서 항상 말하는 것이다. 나에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바로 80년대로 돌아가 민주화운동하던 선배들을 목숨걸고 뜯어말릴 것이다. 심지어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보이는 사람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메갈과 워마드로 대표되는 여성주의의 남성에 대한 혐오에는 그리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무고한 이들이 희생당한 사건에 대해서 거의 완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전정부에서 저지른 국정농단을 실시간으로 보았으면서도, 당장 사법거래로 피해입은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동안 자유한국당이 저지른 불법과 탈법, 비리 등을 똑똑히 보고 있으면서도, 그러나 페미가 아니니 민주당이 아닌 그들을 지지하겠다.

원래 그런 성향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여성주의에 반감을 가지는 이유인 것이다. 남성으로서 감히 정부가 여성의 권리를 챙겨주는 것을 참고 보아주지 못하겠다. 여성을 위해 정부가 조금이라도 나서는 것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겠다. 그냥 극단적인 여성주의자들의 남성혐오는 핑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남성의 권리를 위해서라면 설사 정부가 수천의 여성을 학살해도 지지하겠다. 남성의 권익을 위해서라면 수 만, 혹은 그 이상의 여성을 강제로 체포하고 구금하고 고문해도 여전히 정부를 지지하겠다. 내 일이 아니니까. 내 권리와 내 이익만 소중하니까. 그래서 5.18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끔찍한 인식에도 그들은 여전히 반페미라는 이유로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남성혐오나 해대는 여성주의를 한 인간으로서 지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로 인류 보편의 가치를 저버린 저들을 위해 내가 감히 한 마디라도 보탤 수 있을까?

왜 저들의 반페미니즘이 사회의 보편적인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가? 그저 반이성적인 충동과 감정에 의한 것이라 비웃음당하겠는가? 그들이 함께 하는 그 가치가 이 사회의 보편의 가치와 전혀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메갈이나 워마드가 그랬던 것처럼 이 사회 보편의 윤리와 정의와 한참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반페미를 위해서 군사독재를 찬양하는 이들의 편에 서겠다. 페미니즘에 대항하기 위해 국민을 무참히 학살한 이들의 편에 서겠다. 그들의 주장은 누구도 함부로 혐오하거나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보편적 정의에 의한 것이 아닌 단지 누군가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여성주의자가 아니기에 그런 행동들에 대해서까지 여성주의가 싫다고 지지해 줄 수 없다.

난감하다. 이래서야 더이상 여성주의를 비판했다가는 저런 놈들과 하나로 묶이겠다. 차라리 여성혐오나 일삼는 한남이라는 비난은 달게 받겠는데 국민을 학살한 군사독재의 추종자들과 하나로 묶이는 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치욕이고 모욕이다. 내가 여성주의를 비판한 것도 인간의 존엄에 대한 것이고 공동체를 위한 것이었지 저런 인간으로서 벗어난 행위들에 동조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그런 의심을 받는다는 것조차 나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치욕이고 모욕일 것이다. 이대로 여성주의에 대한 비판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일까?

참 사소한 것들도 여성주의와 관련해서는 미친 듯이 비판해댄다. 아주 작은 꼬투리도 놓치지 않겠다 별 상관없는 이슈에마저 정부와 여성들을 비판한다. 비판을 넘어 비난과 모욕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작 이 사회 보편의 정의와 관련해서는 침묵한다. 기껏 하는 말이 현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낀개낀이다. 더 솔직한 표현이 그보다 페미가 더 큰 문제고 적폐다. 저들의 수준이다. 이미 알고 있던 바이기도 하다. 생각을 바꾸었다. 저런 것들이 주장한다고 다 들어준다면 그건 정부도 아니다. 사람 봐가며 요구도 들어주고 하는 것이다.

새삼 혐오만 늘게 된다. 여성주의나, 반여성주의자들이나. 극단이란 항상 같다. 주장이 현실을 넘어선다. 이념이나 신념이 인간을 넘어선다. 인간이 수단이 된다. 그런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래도 페미를 막기 위해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해야 한다. 지지해라. 말리지 않는다. 다만 사람취급은 않는다. 내가 한국 보수를 보수라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인간을 우습게 여기는 자들을 인정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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